‘알리바바 때리기’에 中기술주 휘청…1조 묶인 동학 개미들 ‘울상’

김자현 기자

입력 2020-12-30 17:28 수정 2020-12-3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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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정모 씨는 이달 23일 코스피에 상장된 ‘차이나 항셍테크 상장지수펀드(ETF)’에 1000만 원가량을 투자했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글로벌 혁신을 이끄는 중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종목이어서 충분히 장기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며칠 만에 이 ETF의 주가가 8% 넘게 폭락했고 정 씨는 ‘멘붕’에 빠졌다. 중국 당국의 ‘알리바바 때리기’가 계속되면서 중국 기술기업들의 주가가 출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알리바바를 필두로 중국 빅테크를 겨냥한 중국 정부의 ‘규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중국 기술주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 특유의 관치금융, 정책 리스크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투자 신중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알리바바 등 中기술주 휘청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뉴욕증시에서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최근 두 달 새 2700억 달러(약 290조 원)가량이 증발했다. 10월 27일(현지 시간) 317.14달러까지 올랐던 알리바바 주가가 이달 29일 236달러대로 25% 주저앉은 탓이다. 이달 24일에는 하루 새 주가가 13% 이상 급락하며 2014년 상장 이후 최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자가 중국 금융당국을 비판했다가 금융 계열사인 앤트그룹이 사실상의 해체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마윈은 10월 24일 중국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한 포럼에서 “중국의 금융감독 관행이 전당포 같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1주일 뒤 홍콩과 상하이 증시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상장하려던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가 돌연 무산됐다.

이어 이달 24일 알리바바를 겨낭한 중국 당국의 반독점 조사가 시작됐고 27일엔 중국 런민은행 등 4개 감독기관이 앤트그룹 경영진을 불러 면담을 하면서 “본업인 결제사업 외에 다른 사업 분야에 대해선 개선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기업 해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대규모 구조조정을 요구한 것이다.

중국 정부의 칼날이 알리바바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우려다.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 등 빅테크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 체제 안정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때문에 인터넷기업 텐센트, 배달전문기업 메이퇀 등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가진 다른 빅테크들도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같은 분위기에 홍콩 증시에서 텐센트 주가도 연이어 8%가량 하락했다.


● 1조 원 묶인 국내 투자자도 울상

중국 당국발 리스크가 커지면서 중국 기술주에 투자한 국내 개미들도 직격타를 맞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9일 현재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과 홍콩 증시에 상장한 알리바바와 텐센트에 투자한 금액은 7억1084만 달러(약 7715억 원)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차이나항셍테크 ETF에도 1051억 원이 투자됐다. 다른 기술기업을 포함하면 규모는 국내 투자자들이 직간접으로 중국 기술주에 투자한 금액은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기술기업을 ‘제2의 나스닥 기업’이라고 평가하며 투자를 권유하던 국내 증권사들도 신중론으로 돌아서고 있다. 현재 불거진 중국 정부의 규제 리스크가 내년에는 직접 규제로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백승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규제 범위가 불확실한 만큼 내년까지 알리바바, 텐센트, 메이퇀과 같은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보유한 플랫폼 기업에 대해서는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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