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月 60만원 벌 수 있는 휴일 노인 사원제도 도입을”

양종구 기자

입력 2020-12-30 03:00 수정 2020-12-3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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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 김호일 신임회장
퇴직자에 민원센터 일자리 제공…병약자에겐 月30만원 정부지원
무상승차-급식 늘려 건강증진땐…의료비 절약되고 자살률도 하락
노인을 지혜로운 사람으로 불러야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은 서울 용산구 효창동 대한노인회 중앙회관에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노인이 행복해야 대한민국도 행복하다”고 했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김 회장은 2000년부터 국회노인복지정책연구회를 만들어 100세 시대 노인 행복에 대해 연구해왔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대한민국은 OECD 가입국 중 노인 자살률 1위다. 노인이 건강해야 대한민국이 건강하다. 노인들이 건강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돈이 필요하다.”

지난달 제18대 대한노인회 수장으로 취임한 김호일 회장(78)은 “임기 동안 노인들이 월 100만 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또 “노인 대상 여론조사를 해보면 최소한 하루 1만 원의 용돈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가정에서 30만 원씩 두 부모에게 월 60만 원을 주기는 힘들다”며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무턱대고 모든 노인에게 돈을 주자는 얘기는 아니다. 노인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이다. 김 회장은 “휴일 노인 사원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정부와 공기업, 기업들이 쉬는 날에 관공서 민원센터를 운영하고, 기업들도 휴일에 꼭 해야 할 업무를 퇴직 사원에게 이어가게 하자는 것이다.

김 회장은 “최저임금으로 계산해 휴일 노인 사원제도를 운영하면 60만 원을 벌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 대신 “병약해서 일을 할 수 없는 노인에게는 최저생계비인 30만 원을 정부가 지원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국회의원 출신 김 회장은 대한민국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7.2%로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던 2000년부터 노인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3선 의원이 되던 2000년 국회 노인복지정책연구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올 10월 2전 3기 끝에 4년 임기의 대한노인회 수장 자리에 당선됐다.

김 회장은 중소도시 버스 무상승차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현재 정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양승조 충남도지사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이미 노인 대중교통 무상 운영을 시행하고 있다.

그는 “대중교통을 무상으로 이용하고 종교 단체와 적십자, 로터리클럽 등 자선단체들이 벌이는 무상급식을 강화하면, 노인들이 하루 1만 원을 온전히 문화 체육 활동에 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환경이 조성되면 노인들이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영화도 보고 온천도 하고 등산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노인들이 집에 있으면 운동을 안 하지만 지하철 및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면 하루 1만 보는 걷는다”며 “그게 노인 건강으로 이어지고 자살률도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노인이 건강해지면 노인 의료비로 투입되는 재정을 아낄 수 있고, 이를 노인복지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2019년 만 65세 노인 진료비는 35조7925억 원으로 국민 전체 진료비의 41.6%에 달한다.

김 회장은 “노인이란 단어부터 바꿔야 한다며 지혜로운 사람인 ‘혜인(慧人)’으로 부르는 범국민 캠페인을 벌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영국에서는 노인이 별세하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 없어진다고 한다”며 “노인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누구나 언젠가 노인이 되는 만큼 절대 따로 봐선 안 된다”며 “모두가 행복하게 살려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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