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잠든 자작나무숲… 별빛이 살금살금 내린다

글·사진 영양=김동욱 기자

입력 2020-12-26 03:00:00 수정 2020-12-26 10: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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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코리아]윤동주의 詩가 떠오르는 경북 영양
절벽-강 병풍 삼은 모전석탑 우뚝
맹동산 올라가면 노을에 넋 잃어
깜깜한 밤 천문대서 별 세어보다 자작나무 숲길 걸으면 미소 절로




《경북 영양은 ‘청정(淸淨)’이란 단어와 잘 어울린다. 말 그대로 맑고 깨끗한 곳이다. 인구 1만6000여 명으로, 울릉군을 제외하고 인구도 가장 적다. 식당을 찾기도 힘들고, 내비게이션이 임도로 길을 안내해 주는 일도 있다. 걷다 보면 마주치는 사람이 반가울 정도로 사람의 발길도 드물다. 그만큼 개발이 덜 됐고, 사람 손이 덜 탄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영양은 윤동주 시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떠올리게 한다. 그 어떤 곳보다 청정한 하늘과 시원한 바람, 빛나는 별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양을 찾아 발길 가는 대로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윤동주의 시가 읊어진다.》

국보 제187호인 오층모전석탑은 주위에 절간 건물 하나없어도 절벽과 강이 어우러져 꽉 찬 느낌을 풍긴다.
○ ‘하늘’과 맞닿은 산해리 오층모전석탑
국보 제187호인 봉감(산해리) 모전오층석탑은 주위에 절간 건물 하나 없어도 절벽과 강이 어우러져 꽉 찬 느낌을 풍긴다.
탑 하나가 덩그러니 서 있다. 언뜻 허전해 보이기도 하지만 풍경은 꽉 찬 느낌이다. 국보 제187호인 산해리 오층모전석탑이다. 높이는 11m 정도. 국내에 남아 있는 모전석탑(模塼石塔·돌을 벽돌 모양으로 다듬어 쌓은 탑) 중 원형을 가장 잘 유지하고 있다. 탑 주위에는 절간 건물 하나 없다. 대신 탑이 있는 주변 밭에서 기와와 청자 파편이 많이 나왔다고 한다. 사찰이 존재했을 것이라는 추측의 근거다. 문헌기록이나 전해오는 이야기도 전혀 없다.

탑이 위치한 마을은 오래전부터 봉감으로 불렸다. 그래서 탑 이름을 산해리 대신 ‘봉감 모전오층석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통일신라시대에 쌓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보 제187호인 봉감(산해리) 모전오층석탑은 주위에 절간 건물 하나 없어도 절벽과 강이 어우러져 꽉 찬 느낌을 풍긴다.
탑이 서 있는 위치는 절묘하다. 서쪽에 병풍처럼 펼쳐진 절벽 아래로 반변천이 굽어 흐른다. 평탄한 탑 주변과 절벽, 강물, 하늘 등이 어우러진 풍광은 찾는 이들을 절로 감탄하게 만든다. 탑 옆에 서 있는 감나무에는 겨울인데도 주황색 연시감들이 매달려 있다. 오랫동안 감나무와 탑은 서로를 친구 삼아 지내지 않았을까. 액자처럼 생긴 조형물 앞에 앉아 탑을 바라보고 있으면, 겨울 햇살이 이렇게 따뜻했나 싶을 정도로 포근해진다.


○ ‘바람’ 맞아도 행복한 영양풍력발전단지
해발 800m의 맹동산은 높지는 않지만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세찬 곳이다. 이곳에 800m 능선을 따라 총 40기가 넘는 풍력발전기가 ‘쉑쉑’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돌아가고 있다. 맹동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주위 풍력발전기까지 약 80기가 눈앞에 펼쳐진다. 국내 최대 육상 풍력발전단지다. 바람개비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바람이 세기로 유명한 영양 맹동산에 들어선 영양풍력발전단지에는 총 41기의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언제 가도 좋지만 노을이 질 때 특히 풍경이 아름답다.
발전단지에는 포장도로가 구불구불 나 있다. 차를 타고 전체를 돌아볼 수 있다. 맹동산과 이웃한 산까지 풍력발전단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멀리 보이는 풍력발전기까지 갈 수 있지만 생각 외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발전기 바로 밑에는 주차를 할 수 없다. 길이 넓은 곳을 찾아 세워야만 한다.

바람이 세기로 유명한 영양 맹동산에 들어선 영양풍력발전단지에는 총 41기의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언제 가도 좋지만 노을이 질 때 특히 풍경이 아름답다.
풍력발전단지 안에는 특이하게도 목장이 하나 있다. 초원 위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을 만날 수 있다. 사진을 찍기 좋은 곳으로 특히 일출과 일몰 모두 감상할 수 있다. 겨울에는 세찬 바람과 함께 발전기 소리까지 더해져 더 춥게 느껴진다. 하지만 놓치기 싫은 풍경 덕분에 두꺼운 옷을 입는 수고가 부담스럽지 않다.


○ ‘별’ 보기 좋은 영양 반딧불이천문대
영양 반딧불이천문대는 깊은 산속에 자리해 불빛이 적어 국내에서 별을 보기에 최적의 장소 중 하나다.
영양은 국내 어떤 곳보다 별을 보기에 좋다. 수비면 수하계곡 일대는 국제밤하늘협회로부터 밤하늘 별빛이 가장 아름다운 지역 중 하나로, 아시아 최초의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인정받았다. 전국에서 별을 관측하려는 이들이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딧불이천문대는 밤하늘보호공원 옆에 있다.

영양 반딧불이 천문대는 깊은 산 속에 자리해 불빛이 적어 국내에서 별을 보기에 최적의 장소 중 하나다.
해가 진 뒤 별을 보기 위해 천문대로 향하다 보면 색다른 세상과 마주한다. 자동차가 비추는 불빛 외에 다른 인공적인 불빛을 찾아보기 힘들다. 가는 도중 공터에 차를 세우고 시동을 끄면 말 그대로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인다. 밤이 이토록 어두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두려운 마음에 차 시동을 다시 켜고,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비춰지자 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천문대 주위도 어둡다. 얇은 몇 개의 불빛이 천문대를 비추고 있을 뿐이다. 밤하늘보호공원 옆에 있는 만큼 최소한의 조명만 사용하고 있다. 지상 2층 규모의 천문대는 망원경 5대와 실내외 전시실을 갖추고 있다. 예약을 통해 별과 달을 관찰할 수 있다.

깊은 산 속에 자리해 불빛이 적어 국내에서 별을 보기에 좋은 영양 반딧불이 천문대에서 담당자가 망원경으로 달을 관찰하고 있다.
망원경을 통해서만 별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천문대 밖으로 나와 고개를 젖혀 하늘을 쳐다보면 별들이 보인다. 날이 좋을 땐 하늘에서 별이 쏟아져 내린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별들이 여기 다 모여 있었나’라는 생각마저 든다. 별을 보고 있으면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이 어디선가 들리는 듯하다.

‘별 하나에 추억과/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별 하나에 동경과/별 하나에 시와/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별을 헤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다.


○ ‘시’를 품은 죽파리 자작나무 숲

영양의 검마산 깊은 산자락에 있는 죽파리 자작나무 숲에는 축구장 40개 면적에 자작나무 12만 그루가 빼곡하게 자라고 있다. 숲속에 난 오솔길은 두 사람이 손을 잡고 걸어가기에 넉넉한 너비다. 오솔길을 걷다 보면 자작나무 특유의 빛깔이 지나온 길과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수비면 죽파리에 있는 자작나무 숲은 숨겨진 보물 같은 곳이다. 자작나무 숲으로 유명한 강원 인제 원대리, 경기 양평 서후리 숲에 비하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1993년 죽파리 일대에 조성된 인공 조림을 통해 축구장 40개 면적에 약 12만 그루의 자작나무가 자라고 있다. 내비게이션에 ‘수비면 죽파리 산39-1’로 검색하면 임도 입구가 나온다. 이곳에 주차를 한 뒤 3.2km를 걸어가야 한다. 접근이 쉽지 않은 만큼 자연 그대로의 자작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죽파리 자작나무숲에는 재미있는 나무 조형물과 장식이 군데군데 있다.
길은 계곡을 따라 나 있다. 깊은 산속에 위치해 계곡물과 새소리를 빼면 별다른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고요하다. 발걸음 소리가 이렇게 컸나 싶다. 자작나무 숲에 닿으면 산기슭을 가득 메운 자작나무의 하얀 껍질이 눈에 들어온다. 언뜻 보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숲은 넓다.

영양의 검마산 깊은 산자락에 있는 죽파리 자작나무숲에는 축구장 40개 면적에 자작나무 12만 그루가 빼곡하게 자라고 있다.
숲 안에는 오솔길이 나 있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걸어가기에 넉넉한 너비다. 오솔길을 걷다 보면 자작나무 특유의 빛깔이 지나온 길과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군데군데 재미있는 모양의 나무 조형물들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빼곡하게 하늘 위로 솟은 자작나무 숲을 걷다 보면 세상과 단절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햇살이 자작나무 가지 사이로 비칠 때면 하얀 껍질에 빛들이 산란돼 동화 속 세상을 만든다.

죽파리 자작나무숲에는 재미있는 나무 조형물과 장식이 군데군데 있다.
시집 한 권 가져와 숲속에서 읽고 싶다. 산등성이 아래로 점점 기울어지는 해를 보고서야 겨우 멈추고 싶던 발걸음을 돌린다. “곧 다시 올게”라고 자작나무에게 말해 본다.

1613년 성균관 진사를 지낸 석문 정영방이 조성한 서석지는 조선시대 때부터 아름다운 정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반변천과 동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놓인 선바위와 남이포. 거대한 바위를 깎아 세워 놓은 것 같다고 해 선바위라 불린다.

동래 정씨 집성촌인 연당마을 마을회관 앞에 붙어 있는 손으로 그린 듯한 마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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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영양=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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