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집콕에 갑자기 화가 난다면 ‘코로나 블루’ 아닌 ‘코로나 블랙’?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입력 2020-12-24 03:00 수정 2020-12-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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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 넘어 폭력성 보이면
‘분노조절장애’ 의심해 봐야
화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땐
상대방 입장 돼 보는 것 도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를 넘어 우울증 단계인 ‘코로나 블랙’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만약 더 나아가 불쑥 화가 치밀거나 폭력적인 상황에 쉽게 놓이면 ‘분노조절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분노조절장애는 하나의 질환이나 병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분노조절 문제는 다양한 원인에 기인하는 증상이다. 분노는 본능적 감정이 순간적인 말 또는 행동으로 표현되는 것. 대표적 원인으로 △과도한 스트레스에 지속 노출 △마음속 억눌린 화 누적 △성장 과정 중 정신적 외상 △낮은 자존감이나 열등감 △무시당한다는 생각 △특권의식이나 피해의식 △뇌의 감정조절 기능 저하 △폭력에 대한 처벌이 약한 사회나 문화적 환경 등 매우 다양하다.

강승걸 가천대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언론에서 많이 다뤄지는 소위 ‘묻지 마 범죄’, 대기업 총수가 부하 직원에게 욕설과 폭행을 하는 사건 등은 공격성과 분노조절 문제가 혼재된 ‘분노조절장애’가 원인”이라면서 “분노조절 문제는 무엇보다 원인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분노조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표현법을 개선하고 격렬한 감정이 치밀 때는 잠시 참으며 유연한 사고를 갖는 게 중요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의 감정을 정확히 느끼고 보다 세련되고 적절한 표현을 하도록 훈련해야 한다. 분노 조절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화를 내는 이유를 잘 알지 못하거나 적절히 설명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자신이 질투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이 칭찬했을 때 화가 난다면, 처음에 ‘상대방이 나를 놀려서’ 화가 났다고 생각될 수 있으나 사실은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칭찬하니 열등감과 질투심이 느껴져서 화가 난 것이다.

분노가 치미는 순간에 1, 2분 참고 견딜 수 없으면 상황을 피하는 것도 분노조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화는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가라앉는다. 화가 날 경우 마음속으로 1부터 100까지 세어 보자. 그럼에도 화가 가라앉지 않는다면 그 상황을 정리하거나 피하는 것이 낫다.

자주 분노를 느끼는 사람들은 독선적이거나 일방적 성격인 경우가 많다. 때로는 ‘이건 이래야 한다’라는 편협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강 교수는 “분노조절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보다 유연한 사고방식, 상대의 입장이 돼 보는 역지사지의 태도가 필요하다”면서 “불만스럽거나 힘든 상황에서도 유머로 상황을 대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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