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걱정 마세요” 성탄·연말 나홀로 …‘집콕’ ‘랜선모임’도 진화

뉴스1

입력 2020-12-23 08:57 수정 2020-12-23 08:58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서울청사관리소 관리과 직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입구에서 연말연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즘(코로나19) 대응 방역수칙 준수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감염병 캠페인을 통해 연말연시 각종 모임 및 행사 자제를 당부했다. 2020.12.21 © News1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갑자기 모임이 취소돼 계획은 없지만 다들 ‘집콕(집에만 있는 것)’할 것 같아요.”

인천에 거주하는 김모씨(26)는 학원 선생님·친구들과의 송년회를 취소했다. 수도권에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지면서 5명의 만남이 불가능해져서다. 식당 예약도 부랴부랴 취소했다. 1년 동안 랜선수업을 해온 이들과 만나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어쩔수 없다는 김씨. 그는 “연말에는 집에서 가족들, 강아지와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아쉬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성탄·연말 풍경도 바뀌고 있다. 성탄·연말 모임을 취소하고 가족들과 ‘집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또 각자의 방식으로 ‘나홀로 연말’을 준비하기도 했다.

◇가족과 ‘집’에서, 친구·지인과는 ‘랜선’에서

수도권에서는 23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시행된다. 정부도 24일 0시부터 내년 1월3일 밤 12시까지 전국에 5인 이상 모임을 취소하도록 권고했다. 성탄절과 새해 연휴에 잇따를 ‘사적 모임’을 막아 코로나19의 대폭발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성탄·연말 모임이 취소되면서 집에서 연휴를 보내겠다는 시민들이 대세다.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임모씨(30)는 연말에 온 가족이 집에 모여 식사를 하기로 했다. 결혼한 형네 가족까지 다 모이면 5명이 넘어 외식을 못하기 때문이다. 임씨는 “아버지 생신도 겹쳐 파티를 하려는데, 나가지 못하니 수산시장에서 횟감을 사와 집에서 먹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말에 친구들과 자주 만났다는 임씨는 “이번에는 집에만 있다보니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게 됐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김모씨(27)도 “크리스마스에 보통 남자친구와 맛집도 가고 이곳저곳 돌아다녔는데, 올해는 밥 한끼만 하고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친구들과는 랜선으로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작년 12월31일에는 고교 동창들을 초대해 함께 새해를 맞이했는데 올해는 가족들이 집에 있어 힘들 것 같다”며 “친구들과는 평소처럼 랜선으로 만나 송년회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랜선 모임’도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온라인에서 모임을 가질뿐 아니라 각종 이벤트와 게임도 하는 모습이다.

직장인 강모씨(25)는 “얼마 전 회사에서 ‘랜선 송년회’를 했는데 드레스코드를 맞춰 입고 만났고 베스트 드레서에게는 상을 주기도 했다”며 “각자 먹고 싶은 음식·술을 고를 수 있고 재미있기도 해서 친구들과도 랜선 송년회 날짜를 잡았다”고 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모씨(34)도 독서모임 사람들과 ‘랜선 마피아’를 계획 중이다. 랜선 모임만으로는 지루하니 ‘줌’을 이용해 게임을 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다. 오프라인 모임이 두달째 취소됐다는 이씨는 “사람들이 다들 집에만 있어서 답답해 한다”며 “다들 랜선 모임을 기대하고 있다”고 즐거워했다.

‘집콕’하면서 자영업자를 돕는 이들도 있다. 충남 서산에서는 거리두기 2단계로 힘들어하는 자영업자들과 상생하기 위한 ‘야식타임 챌린지’가 이어지고 있다. 밤 9시 이후 배달음식을 시켜 SNS에 인증한 후, 지인 3명을 지목하는 방식이다. 맹정호 서산시장이 처음 제안한 이후 SNS에는 피자, 치킨, 족발 등 인증샷이 올라오고 있다.

챌린지에 참여한 한 시민은 “피자와 치킨을 먹으면서 맘속으로 소상공인을 응원하는데 왜이렇게 마음이 짠한지. 함께 힘내요 우리”라는 글을 남겼다.

◇‘나홀로 연말’ 거뜬… 온라인클래스·닌텐도·넷플릭스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나홀로 연말’을 보내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연말 온·오프라인의 시끌벅적한 모임 대신 집에서 혼자 게임이나 취미생활을 하며 ‘힐링’하려는 이들이다.

직장인 나모씨(27)는 연말에 있던 약속 4개를 모두 취소하고 집에만 있기로 결심했다. 최근 구매한 닌텐도 스위치 기기로 게임을 할 예정이다. 평소 PC방을 종종 찾았다는 나씨는 “거리두기가 격상되면서 PC방도 가기 힘들어져서 집에서 할 수 있는 게임기기를 샀다”며 “연말에는 집에서 게임하고 영화도 보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평소에 하지 못했던 취미 생활을 배우기도 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심모씨(27)는 온라인에서 ‘원데이 클래스’를 듣기 시작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덕분이다. 심씨는 “얼마 전에는 타일코스터를 제작했다”며 “새롭게 배울 만한 클래스를 찾아 들으면서 연말을 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거리두기 격상으로 영화관·공연장의 운영이 제한되자, 연말에는 집에서 ‘넷플릭스’를 보겠다는 사람도 많았다. 과거 매주 영화관을 찾았다는 이모씨(37)는 최근 넷플릭스에 빠졌다. 이씨는 “연말 약속도 다 취소했고 넷플릭스에 집중할 것”이라며 “영화를 하루에 2편씩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집콕’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번 연말 연휴에는 모임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창훈 일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모임에서의 식사, 대화만으로도 감염의 위험이 충분히 있다”며 “병상이 부족한 상황에서 (연말연시 모임으로)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면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 교수는 “이번 연말연시에 다 같이 주의한다면 내년 설에 가족들과 더 잘 보낼 수 있을 것”이라며 모임 자제를 당부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대다수 시민들이 방역수칙을 잘 지키겠지만 특히 이번 겨울에는 모든 모임을 자제해야 한다”며 “시민들이 조심하고 접촉을 줄인다면 1월 말에는 코로나19 확산세도 저절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스1)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