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촬영’으로 꼬집은 도시의 이중성
김민 기자
입력 2020-12-23 03:00 수정 2020-12-23 03:00
佛 예술가 가이야르 개인전
에르메스 재단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아뜰리에 에르메스가 프랑스 출신 예술가 시프리앙 가이야르(40)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진 작가인 가이야르는 프랑스 파리 근교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 멕시코 칸쿤 등 여러 지역의 도시적 풍경을 소재로 작업했다. 이번 전시에선 폴라로이드 사진 23점, 조각 2점, 영상 작품 2점을 선보인다.
전시장의 주축이 되는 폴라로이드 사진 중 일부는 올해 2월 초 로스앤젤레스에서 촬영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금지가 내려지기 직전에 떠난 마지막 여행이었다. 작품들은 한 번 촬영한 화면에 또 다른 화면을 겹치는 ‘이중 노출’ 기법을 활용했다.
그중 하나인 ‘Everything but Spirits’(정신을 제외한 모든 것)는 슈퍼마켓의 맥주 냉장고 위에 식물의 사진을 겹쳤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소비되는 맥주 중 실제로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양조된 것이 없으며, 식물 또한 수많은 외래종으로 구성돼 있다. 뿌리 없는 도시의 풍경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상 작품 ‘황금과 거울의 도시’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등장한다. 멕시코의 유명 휴양지이자 유적지인 칸쿤을 배경으로 한다. 칸쿤은 수천 년 전 마야 제국의 흔적을 담고 있지만, 1970년대 이후 관광지로 개발되며 유적 위로 호텔과 나이트클럽, 골프 코스와 고속도로가 지어졌다.
16mm 필름으로 촬영된 작품은 미국의 단체 관광객들이 비키니를 입고, 독한 술을 자랑 삼아 마시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역의 역사나 문화에는 무관심한 채 유흥에 탐닉하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인 영상 작품 ‘호수 아치’(2007년)는 친구들과의 여름 물놀이를 핸디캠으로 촬영했다. 파리 외곽의 건축물과 인공 호수를 배경으로 두 명의 청년이 여름을 즐기는 모습이다. 그러다 한 명이 호수로 뛰어드는데, 얕은 물에 코가 깨져 얼굴이 피범벅이 된다. 연출 없이 우연히 기록하게 된 이 영상은 신도시 계획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풍경의 이중성을 지적한다. 전시는 내년 1월 17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하고 있는 시프리앙 가이야르의 초기 영상 작품 ‘호수 아치(The Lake Arches)’(2007년). 에르메스 재단 제공
에르메스 재단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아뜰리에 에르메스가 프랑스 출신 예술가 시프리앙 가이야르(40)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진 작가인 가이야르는 프랑스 파리 근교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 멕시코 칸쿤 등 여러 지역의 도시적 풍경을 소재로 작업했다. 이번 전시에선 폴라로이드 사진 23점, 조각 2점, 영상 작품 2점을 선보인다.
전시장의 주축이 되는 폴라로이드 사진 중 일부는 올해 2월 초 로스앤젤레스에서 촬영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금지가 내려지기 직전에 떠난 마지막 여행이었다. 작품들은 한 번 촬영한 화면에 또 다른 화면을 겹치는 ‘이중 노출’ 기법을 활용했다.
그중 하나인 ‘Everything but Spirits’(정신을 제외한 모든 것)는 슈퍼마켓의 맥주 냉장고 위에 식물의 사진을 겹쳤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소비되는 맥주 중 실제로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양조된 것이 없으며, 식물 또한 수많은 외래종으로 구성돼 있다. 뿌리 없는 도시의 풍경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상 작품 ‘황금과 거울의 도시’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등장한다. 멕시코의 유명 휴양지이자 유적지인 칸쿤을 배경으로 한다. 칸쿤은 수천 년 전 마야 제국의 흔적을 담고 있지만, 1970년대 이후 관광지로 개발되며 유적 위로 호텔과 나이트클럽, 골프 코스와 고속도로가 지어졌다.
16mm 필름으로 촬영된 작품은 미국의 단체 관광객들이 비키니를 입고, 독한 술을 자랑 삼아 마시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역의 역사나 문화에는 무관심한 채 유흥에 탐닉하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인 영상 작품 ‘호수 아치’(2007년)는 친구들과의 여름 물놀이를 핸디캠으로 촬영했다. 파리 외곽의 건축물과 인공 호수를 배경으로 두 명의 청년이 여름을 즐기는 모습이다. 그러다 한 명이 호수로 뛰어드는데, 얕은 물에 코가 깨져 얼굴이 피범벅이 된다. 연출 없이 우연히 기록하게 된 이 영상은 신도시 계획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풍경의 이중성을 지적한다. 전시는 내년 1월 17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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