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대박 보고 달렸는데… 또 옥쇄파업 할까 걱정”

평택=변종국 기자 , 서형석 기자

입력 2020-12-23 03:00 수정 2020-12-23 05:05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법정관리 신청 접한 쌍용차 직원들
“정리해고 불안, 착잡하면서도 억울”
복직 한상균 “마힌드라 먹튀 부역”
직원들은 “투쟁보다 살고 봐야…”


22일 오후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본사에서 이날 조업을 마친 직원들이 퇴근하고 있다. 평택=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착잡하면서도, 복잡하네요. 신차 하나 대박 나길 바라며 열심히 일했는데….”

쌍용자동차의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 신청 소식이 전해진 이튿날인 22일 쌍용차 평택공장. 통근 버스를 타는 곳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 근로자는 “몇 년간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는데 법정관리 신청 소식을 접하니 갑갑하다”고 했다. 이날 퇴근길에 만난 직원들은 불확실한 회사의 미래에 근심이 가득했다. 또 다른 근로자는 “앞으로 급여가 안 나올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몇 년 전 같이 일한 동료들이 회사를 많이 떠났는데, 나도 그때 나갔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한 쌍용차 판매사원은 “11년 전 정리해고에 반발해 벌인 옥쇄파업 이미지가 워낙 커서 고객들의 불신이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며 “이제는 회사까지 어려워져 소비자들로부터 더 외면받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회사의 불투명한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와는 대조적으로 2009년 옥쇄파업(공장문을 모두 걸어 잠그는 파업)을 이끈 한상균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옥쇄파업 이후) 노사 모두가 자랑해온 협력적 노사관계는 (대주주인) 마힌드라 먹튀 부역자에 불과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동안 옥쇄파업의 상처를 딛고 사측과 원만한 파트너십을 이어온 노조를 사측에 부역한 세력이라며 비난한 것이다. 한 씨는 쌍용차 해직자 전원 복귀 조치로 5월부터 평택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금속노조와 쌍용차지부는 해법 마련을 위한 대안 토론회를 하고 있다. 민주노조가 희망이기에”라며 민노총이 전면에 나설 수 있다는 암시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한 씨의 이 같은 투쟁 암시 글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쌍용차에서 25년 동안 근무한 한 직원은 “법정관리 소식을 들으니 11년 전 파업이 생각난다”며 “그때와 같은 일이 또 벌어지는 건 아닐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근로자는 “일단 회사가 살고 봐야 한다. 투쟁이니 뭐니 시끄러워지면 투자자든 여론이든 모두 돌아선다”며 우려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쌍용차의 자력 회생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로 보고 있다. 각종 채무가 동결되는 3개월 동안 신규 투자자를 찾거나 금융권에서 대출 만기 연장을 해주면 법정관리를 피할 순 있다. 그러나 2015년 티볼리 출시 이후 이렇다 할 만한 신차를 내놓지 못한 쌍용차는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쌍용차가 조만간 전기차를 선보인다고 하지만 투자 여력이 없어 실현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추진하는 지분 매각 작업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마힌드라와 인수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자동차 스타트업 HAAH가 쌍용차의 시장가치를 너무 낮춰 보고 있어 협상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은 것도 쌍용차 매수자가 선뜻 나서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쌍용차가 강도 높은 체질 개선과 신차 등을 포함한 미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면 청산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쌍용차가 티볼리처럼 연간 4만∼5만 대가 팔리는 인기 차종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럴 여력이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평택=변종국 bjk@donga.com / 서형석 기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