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1가구 1주택’ 법안 발의…“대놓고 사회주의냐” 野비판

최혜령 기자 , 한상준 기자

입력 2020-12-22 20:46 수정 2020-12-2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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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 News1

‘임대차 3법’에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대북전단 금지법’ 등 입법 독주를 이어온 더불어민주당이 ‘1가구 1주택’을 명문화하는 법안을 내면서 부동산 정책으로 입법 폭주를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과 전문가들은 “사유재산 침해”, “사회주의로 가자는 거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위헌 법률 발의’ 이어가는 與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발의한 주거기본법 개정안에는 △1세대가 1주택을 보유·거주하는 것을 기본으로 할 것 △주택이 자산의 증식이나 투기를 목적으로 시장을 교란하게 하는 데 활용되지 않도록 할 것 △무주택자나 실수요자에게 우선 공급할 것의 원칙이 담겼다.

법안에는 차기 민주당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4선의 우원식 의원과 당 대변인을 지낸 이재정 의원 등 11명이 서명했다. 강병원·소병훈·전혜숙·윤준병·박홍근·이해식·장경태·조오섭·이동주 의원도 참여했다. 이 가운데 윤 의원은 오피스텔을 포함하면 다주택자이고, 다른 의원들은 모두 무주택자거나 1주택자다.

주거기본법은 주거정책 전반에 대한 기본 방향을 정한 법으로 국가 주거 정책의 근간이 된다. 앞으로 제·개정되는 관련 법률은 모두 1주택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욱이 이 법 제4조는 ‘국가는 주거정책에 관한 다른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경우에는 이 법에 부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이 현실화될 경우 ‘1주택 원칙’에 어긋나는 다주택 소유자의 전월세 임대 또는 임대사업자 등록,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일시 완화 등 각종 현행 법령은 이 법과 충돌이 불가피하다. 국회 관계자는 “법안이 현실화되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이나 민간임대주택법과 상충할 수 있다”며 “1가구 1주택을 못 박는 이런 기본법은 최근 10년 내에 처음 본다”고 말했다.

위헌 논란도 제기됐다. 헌법에 보장된 재산권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마치 도로나 철도 같은 공공재처럼 개인의 재산인 주택을 공공재로 규정해야 한다는 발상”이라며 “어떤 사회적 합의도 없이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정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헌법 119조 1항의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해도 안 떨어져요, 집값”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진 의원이 7월 TV토론을 마친 뒤 마이크가 켜진 상태에서 토론 상대였던 국민의힘 김현아 비대위원에게 했던 말이다


●野 “대놓고 사회주의냐”


법안 발의 사실이 알려지자 야권은 ‘대놓고 사회주의냐’는 비판을 쏟아냈다.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 의사를 밝힌 국민의힘 이종구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 의원들이 ‘1가구 1주택’을 못박자는 법안을 내놨다. 제가 1975년 공직에 입문한 이후 수많은 정치인을 봤지만, 이렇게 제정신이 아닌 미친 정치인은 처음 봤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현아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도 1가구 1주택 원칙 아닌가. 그렇지 않으면 온통 벌금(징벌적 조세)이지 않나”라며 “이젠 반(反)시장주의도 아니고, 대놓고 ‘사회주의로 가즈아’”라고 적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진 의원은 다시 보도자료를 내 “무주택자 청약 가점, 다주택 중과세 등 1주택 원칙은 이미 제도화돼있다”며 “1가구 다주택을 불법으로 못 박는다는 것은 오해”라고 물러섰다. 진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회주의도 아니고 (다주택 불법이) 어떻게 가능하겠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가뜩이나 부동산 정책이 비판받는 상황에서 관련 법안 발의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도 “근본적인 취지는 알겠지만 너무 나간 법안”이라며 “당 내에서도 법안의 현실화 가능성은 일단 낮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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