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인사청문회 답변서에 과거 정부 탓 “규제 완화해 시장 과열”

이새샘 기자 , 조윤경 기자

입력 2020-12-21 20:58 수정 2020-12-2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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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공개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를 보면 그는 시장 상황 진단, 시장 규제, 공급 대책 등에서 기존 기조와 다른 점이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 규제로 인한 부작용이 심화된 상황에서 정책 전환을 검토하지 않으면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그는 현 정부의 시장 관리 정책 자체보다는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과 인구구조 변화 등 외부 요인과 과거 정부 규제완화로 상승여력이 누적된 것이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풍부한 유동성이 주택시장에 유입되는 구조적 불안 상황에서도 투기수요 억제, 공급확대, 촘촘한 주거복지망을 구축을 위해 노력한 부분은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전 정부에 대해 “전세가격 상승이 지속돼 갭투자 증가의 기반이 됐다”(이명박 정부) “각종 규제완화와 주요 택지지구 해제 등 공급물량 조정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2016년 말부터 국지적 과열이 발생했다”(박근혜 정부)고 평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부동산 세금 및 대출과 관련해서도 현 규제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보유세 비중은 2018년 기준 0.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보다 낮고, 거래세 비중은 OECD 평균보다 높지만 주택거래가 빈번함에 따라 높게 나타나는 것”이라며 과도하지 않다고 했다. 특히 “양도세는 거래세가 아닌 소득세”라며 “공정한 과세 원칙에 따라 다주택자 등에 대해서는 높은 세율의 양도세가 부과돼야 한다”고 말해 양도세 중과 완화 등의 조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2019년 기준 한국의 보유세 비중은 전년 대비 0.11%포인트 늘어난 0.93%로 OECD 평균인 1.01%에 육박한다 증가폭은 OECD 국가 중 가장 컸다. GDP 대비 거래세 비중은 1.76%로 OECD 35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중 부동산 거래세 비중은 1.5% 안팎으로 추정된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부동산 세제는 중립성과 균형성을 잃은 채 지나치게 거래를 억제하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사람들이 편법을 찾는 등 부작용이 큰데도 이에 대한 해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세가격 급등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임대차2법과 관련해서는 “(전세시장 상황은) 가구 수 증가, 매매가격 상승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며 “기존 임차인의 계약 갱신율이 증가하는 등 긍정적 효과도 있는 만큼 문제점을 보완해 제도가 조기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재건축, 재개발 등 민간 공급과 관련해서는 “재개발과 재건축 등 개발사업을 통해 막대한 시세차익과 불로소득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투기수요가 주택시장으로 유입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개발이익에는 공공·사회의 기여도가 큰 만큼 개발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현행 개발이익 환수제도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현행 규제지역 지정방식은 신속한 지정에는 한계가 있어 초기에 투기수요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고 진단해 정부가 시장에 더 빠르게 개입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도 보였다.

주택 공급과 관련해서는 3기 신도시 입주가 시작돼 본격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를 2026년으로 제시했다. 내년과 2022년에는 주로 전세대책을 통해 주택을 단기 공급하고, 2023~2025년에는 공급대책을 통해 아파트를 중심으로 입주 가능한 물량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부동산 가격 안정의 목표치는 뭔지, 정부가 말하는 ‘투기’란 뭘 말하는지 구체적인 기준도 없는 변 후보자의 답변은 설득력이 낮다”며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인식을 다시 검토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반복돼 왔던 부작용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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