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전문의-병원경영-제품개발 모두 잡은 ‘강소기업가’

김상훈 기자

입력 2020-12-19 03:00:00 수정 2020-12-19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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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베스트 닥터]서동원 바른세상병원장
재활의학-정형외과 첫 동시 전문
전방십자인대 재건 넘어 재활까지
환자 완치 중심 치료로 폭풍성장


서동원 바른세상병원장은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둘 다 획득한 국내 첫 의사이자 ‘강소 경영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서 원장이 무릎 모형을 앞에 놓고 전방십자인대 파열과 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서울의 대형병원에만 베스트닥터가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 동네에, 또는 나만 아는 실력이 대학병원에 버금가거나 능가하는 의원·병원이 적지 않습니다. 뛰어난 실력과 연구 능력을 갖춰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오는 이런 의사들을 찾아내 ‘우리 동네 베스트닥터’로 소개합니다.》


많은 환자들이 서울의 대형 대학병원에 몰린다. 대형 병원 쏠림 현상의 부작용은 크다. 지방의 중급 병원들은 경영난에 시달리기도 한다. 자칫 국내 의료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작지만 강한’ 병원들이 지방에도 많아야 하는 이유다. 경기 성남시에 있는 바른세상병원은 ‘작지만 강한’ 병원의 대표주자 가운데 하나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관절 전문 병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04년 개원한 이후 약 100만 명에 이르는 성남시 인구의 2배가 넘는 200만 명 이상의 환자가 이 병원을 찾았다.

게다가 전국 각지에서 환자들이 온다. 실제로 환자 분포를 보면 ‘전국구’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병원이 위치한 성남 지역의 환자는 전체의 35% 정도다. 환자의 25%는 성남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도 전역에서 찾아온다. 40%는 비(非)경기 지역 환자다. 이 중 3분의 1은 서울 출신이다. 서울 거주자가 서울의 대형 병원이 아닌, 경기 지역의 병원을 찾는 것이다.



○ 국내 첫 정형외과-재활의학과 동시 전문의
서동원 바른세상병원장(57)은 스포츠 의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서 원장은 대한축구협회 의무위원을 시작으로 2005년 네덜란드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주치의, 2012년 런던 올림픽 대표팀 주치의를 맡았다.

서 원장은 스포츠 의학 분야에 전념하기 위해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 두 개의 전문의 자격을 모두 땄다. 수술 분야의 정형외과와 비수술 분야의 재활의학과적 치료를 병행할 때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처음에는 재활의학과를 전공했다.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를 마치고 전임의로 근무하던 중 하버드대 의대로 연수를 갔다. 현지 연구소에서 2년 동안 공부하다 보니 스포츠 의학에 집중하려면 정형외과 공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이라도 도전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 1998년 귀국했다. 그해 겨울, 서 원장은 정형외과 전공의 시험을 치렀다. 이듬해 초, 서 원장은 36세의 늦은 나이에 정형외과 전공의 1년차가 됐다. 이어 39세에 정형외과 전문의 자격을 땄다. 이로써 서 원장은 국내 처음으로 재활의학과와 정형외과 전문의를 모두 딴 의사가 됐다.


○ 전방십자인대 재건 수술 특히 뛰어나
정형외과 질환을 모두 다루지만 특히 서 원장은 전방십자인대 재건 수술 분야에서 유명하다. 전방십자인대는 무릎 관절을 지탱하는 4개의 인대 중 앞쪽에 있는 것이다. 십(十)자 형태로 생겼기에 전방십자인대라고 한다. 이 전방십자인대가 스포츠 활동 등을 하다가 충격으로 인해 다치는 게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다.

서동원 원장이 관절경을 통해 전방십자인대 재건 수술을 하고 있다. 바른세상병원 제공
인대를 재건하는 수술을 할 때 서 원장은 인대의 남은 조직을 최대한 보전하는 방식을 쓴다. 이 때문에 수술 후에도 안정성이 높고 재활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 서 원장은 “십자인대 파열은 다시 파열하지 않도록 재건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전 운동 기량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재활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를 모두 전공한 것이 강점으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 선수 르엉쑤언쯔엉도 바른세상병원에서 전방십자인대 재건 수술을 받았다. 쯔엉은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대회에서 주장을 맡아 베트남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당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의 감독은 박항서였고, 이 때문에 쯔엉은 대표적인 ‘박항서 키즈’로 불렸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다른 베트남 선수들의 수술 문의가 크게 늘기도 했다.

서 원장에게는 이 질병과 관련해 아픈 기억도 있다. 서 원장은 스포츠를 즐긴다. 그중에서도 축구를 특히 좋아한다. 요즘도 팀을 만들어 자주 축구를 한다. 어렸을 때 장래 희망을 축구 선수라고 말했을 정도다. 고교 시절에도 축구에 푹 빠져 살았다. 그러다 전방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무릎이 썩 좋지 않았다. 서 원장이 스포츠 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전방십자인대 파열이었다.


○ 경영 전문가들도 놀라게 한 병원 경영자
서 원장은 2004년 병원 문을 열었다. 당시 의사는 서 원장 한 명뿐이었다. 말 그대로 ‘동네 의원’ 수준이었다. 16년이 지난 2020년 현재, 이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만 28명이다. 직원은 370여 명에 이른다. 병상 수는 29개에서 179개로 늘었다. 이 ‘폭풍 성장’의 가장 큰 비결은 서 원장의 공격적 경영이다. 의원 문을 열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05년이었다. 병원 규모를 키우기 위해 의사를 한 명 채용했다. 주변에서는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도 못했는데 의사 월급이나 줄 수 있겠냐”며 만류했다. 서 원장은 밀어붙였다.

서 원장이 제시한 두 번째 비결은 투명 경영이다. 병원 내 의사들에게 과잉 진료를 절대로 하지 못하게 했다. 과잉 진료는 힘들게 쌓아올린 병원의 명성에 흠집을 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서 원장은 과잉 진료의 부작용에 대해 매우 우려하는 편이다. 일단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며, 그 결과 의료 시스템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것.

요즘도 서 원장은 과잉 진료를 방지하기 위해 매일 아침 의료진이 모여 회의를 하도록 한다.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 동시에 최신 학술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서 원장은 “과잉 진료를 하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크다. 실제 우리 병원은 16년 동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실사를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 원장의 이런 경영 방식은 경영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2018년 한국경영학회를 포함해 40여 개 경영학 관련 학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서 원장은 ‘강소기업가상’을 수상했다. 병원 경영자가 이 상을 탄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선정위원회는 수익성 측면의 경영 성과와 기업가 정신, 기업문화 선도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서 원장이 수상한 분야는 ‘미션 기반 경영’이었다. 서 원장이 확고한 미션에 입각해 경영한 것이 성공의 원동력이었다는 뜻이다. 이 미션에 대해 서 원장은 “과잉 진료나 불필요한 수술을 하지 않는 것 외에도 수익보다는 환자의 완치에 초점을 맞추고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 기능성 제품을 직접 개발하는 의사
서 원장이 개발한 ‘닥터 서동원 베개’를 모델이 베고 있는 모습. 바른세상병원 제공
지난해 서 원장은 자신의 이름을 딴 ‘닥터 서동원 베개’를 내놓았다. 전문 연구팀과 2년 동안 협업한 결과물이라고 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기능성 베개들과는 조금 다르단다. 이 베개에는 자신의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의학 지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것.

일단 서 원장 자신이 필요해서 만들었다. 수술을 오래, 자주 하다 보니 목 상태가 나빠졌다. 목 디스크 예방 차원에서 목에 좋다는 베개를 구입했다. 막상 써보니 허점이 많이 보였다. 무엇보다 인체 구조가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았다. 직접 베개를 만든 이유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마케팅과 홍보전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 원장은 “한 달 정도만 꾸준히 사용하면 거북목을 어느 정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무릎 보조기도 만들었다. 골프와 같은 운동을 하면서 무릎을 돌릴 때 삐걱거리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서 원장에 따르면 무릎을 덮는 뼈(슬개골)가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당장은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만성적 관절염으로 악화할 수 있다. 서 원장은 “이것을 잡아줄 수 있는 형태의 무릎 보조기를 찾아봤는데 없었다. 그래서 직접 만들었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제품을 출시하면서 특허도 출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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