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화 품은 호수에 겨울햇살 사뿐히 내려앉았네

글·사진 횡성=김동욱 기자

입력 2020-12-19 03:00:00 수정 2020-12-19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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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코리아]호수와 노을이 아름다운 횡성
아이 손잡고 호숫가 주변-산길 자박자박
풍력발전기 늘어선 태기산은 ‘노을 바다’
국내 최장 루지체험장 달리면 스릴 만점


횡성호수길 5구간을 걸으면 호수에 비친 내 그림자가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처럼 보인다. 5구간은 총 9km로 2시간 30분 정도를 호수 둘레를 따라 걸을 수 있다.
《어느 해보다 다난했던 2020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 사회·정치적인 갈등 심화 등으로 야기된 정신적 피로감과 무력감도 커졌다. 이로 인해 심신이 피폐해졌음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잖다. 강원 횡성은 이런 사람들에게 휴식과 위안을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 가운데 하나다. 내 마음에 비친 나를 그려 가면서, “수고했어, 오늘도”라고 속삭여 주면서, 어둠에 숨지 말고 빛은 또 떠오른다는 마음으로 횡성으로 떠나 보자.》


○ 잔잔한 호수에 마음을 비추다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 보면 그만인 것을, 못 그린 내 빈 곳 무엇으로 채워지려나. 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려가리.’(유재하의 노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횡성호는 1990년 시작해 2000년 완공된, 섬강 물줄기를 막아 생긴 인공호수다. 당시 부동리, 중금리, 화전리, 구방리, 포동리 등 갑천면에 위치한 5곳이 수몰됐다. 호수가 생긴 뒤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길도 생겼다. 횡성군은 이 길을 정비해 2011년 6개 구간, 31.5km 길이의 산책길을 만들었다. 걷는 시간은 가장 짧은 3구간(총길이 1.5km)이 1시간, 가장 긴 4구간과 6구간(각각 7km)은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길은 5구간 ‘가족길’(9km·소요 시간 2시간 15분)이다. 횡성호수길이 모두 호숫가를 따라 조성된 것은 아니다. 일부는 호숫가에서 떨어져 있어 산길을 걸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가족길은 호숫가를 따라 조성돼 있어 호수 바로 옆을 걸을 수 있다. A코스만 있었는데 최근 B코스가 추가됐다.

5구간 입구에는 ‘망향의 동산’이 있다. 횡성호가 생기면서 마을을 떠나야 했던 실향민들의 역사 보관소다. 전시관에는 실향민들이 사용했던 물품들이 전시돼 있다. 실향민들은 매년 이곳에서 망향제를 지낸다. 물속으로 사라지고 없는 고향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마을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마을을 둘러싸고 있던 산과 자연은 예전 그대로다. 5구간 A, B코스 모두 순환형 구조다. 왼쪽 편으로 호수를 끼고 걷는 A코스를 20분 정도 걷다 보면 B코스로 연결되는 길이 나온다. 5구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흙길이다. 경사 구간도 거의 없어 평지나 다름없다. A코스는 자동차 한 대가 지날 정도로 넓다. 반면 B코스는 사람 두 명이 나란히 걸을 정도다. A코스보다는 B코스가 좀 더 가깝게 호수 옆을 걷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사진 찍기 좋은 명소는 A코스가 더 많다.

길은 이리저리 굽어 있어 다양한 각도로 호수를 바라볼 수 있다. 호수 건너편의 산자락과 걸어왔던 길도 눈에 담을 수 있다. 호수는 거울처럼 나 자신과 주위 풍경을 비춘다. 물에 비친 풍경은 주위와 데칼코마니처럼 완벽한 대칭을 이룬다. 잔잔한 호수 위로 드리운 산과 구름의 그림자가 신비로운 느낌마저 자아낸다. 아름다운 풍경에 발걸음이 멈추기 일쑤다. 걷다 보면 잔잔한 호수처럼 마음도 차분해진다. 호수와 산, 그리고 하늘이 부드럽게 위로해 주는 기분마저 든다.


○ 노을을 보며, 나에게 “수고했어”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수고했어, 수고했어, 오늘도.’(옥상달빛의 노래 ‘수고했어, 오늘도’)

횡성호 주변의 어답산과 구리봉에 둘러싸인 ‘노아의 숲’에서는 횡성호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이곳은 박주원, 진영숙 부부가 퇴직 후 10여 년간 가꾼 숲속 정원이다. 부부는 이곳을 찾는 이들이 한없이 게으름을 피우며 자연을 만끽하길 바라고 있다. 이곳에서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횡성호와 태기산, 청태산, 치악산, 어답산 등 횡성 일대 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 노을이 질 때 횡성호의 풍경은 평생 기억에 남을지도 모른다. 미리 예약을 한다면 펜션 숙박은 물론이고 숲 탐방과 명상, 산림 치유 프로그램 등을 경험해 볼 수 있다.

횡성 최고봉인 태기산(해발 1261m)에서는 20기의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일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횡성의 최고봉인 해발 1261m의 태기산은 능선을 따라 줄지어 선 20기의 풍력발전기가 연출하는 풍경이 이색적이다. 노을이 질 때 정상 부근에서 바라보는 풍력발전기와 그 뒤로 보이는 산과 들판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1907년 준공된 횡성 풍수원성당은 한국인 신부가 국내 최초로 지은 성당으로 강원도 최초 성당이기도 하다.
1907년 준공된 풍수원성당은 한국에서는 네 번째, 강원도에서는 처음으로 지어진 성당이다. 옛 모습이 잘 보존됐고, 빨간 벽돌로 쌓은 벽과 뾰족한 4층 종탑이 고풍스럽다. 성당 옆 동산에 산책길이 있는데 걸어서 20분이면 오갈 수 있다. 가만히 성당을 바라만 봐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노을이 질 때 붉은 햇살을 받은 성당의 모습은 포근한 느낌을 준다.


○ 스트레스를 날릴 재미와 맛
‘겨울이 오면 내쉬자… 멈춰있지만, 어둠에 숨지 마. 빛은 또 떠오르니깐… 하루가 돌아오겠지. 아무 일도 없단 듯이.’(BTS의 노래 ‘Life Goes On’)

횡성 루지체험장은 터널이 생기면서 방치됐던 국도를 루지 코스로 개발했다. 길이는 2.4km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
횡성 루지 체험장은 서울과 강원 강릉을 연결하는 국도 42호선 일부 구간 도로를 살려 루지 코스로 만든 것이다. 길이가 2.4km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 인위적으로 S자 코스를 꼬아 놓은 것이 아니라 실제 도로를 이용해 조성한 코스여서 운전하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시속 30km로 달리면 강원도 산골의 시원한 바람과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루지 체험장과 가까운 곳에 안흥찐빵마을이 있다. 안흥찐빵은 국산 팥을 삶아 인공 감미료 없이 소를 만들고, 막걸리로 발효시킨 밀가루로 빵을 빚은 뒤 쪄서 만든다. 흔한 찐빵 같지만 많이 달지 않으면서 쫄깃한 맛이 인상적이다. 면사무소 앞 안흥찐빵과 심순녀안흥찐빵이 원조로 인정받고 있다.

올 연말은 북적이고 바빴던 예전의 연말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차분하고 조용한 산책과 명상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고 싶다면 강원 횡성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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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횡성=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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