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분쟁’ 메디톡스 손들어준 ITC… “대웅 21개월 수입금지”

홍석호 기자

입력 2020-12-18 03:00 수정 2020-12-18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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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 “관세법 337조 위반” 최종판결



2016년 시작된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 ‘보톡스 분쟁’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보톡스) 제제 ‘나보타’(미국명 주보)에 대한 21개월 수입 금지를 명령하며 10년 수입 금지를 명령했던 예비판결보다 한발 물러섰다.

미국 ITC는 16일(현지 시간) “대웅제약의 보톡스 제제 ‘나보타’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제품이라고 보고 21개월간 미국 내 수입 및 재고 판매 금지를 명령한다”고 최종판결을 내렸다. 미국 관세법 337조는 특허권, 상표권, 저작권 등의 침해와 관련된 불공정 무역 관행을 다루는 규정이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제조공정 일부의 특허 등을 침해했다고 본 것이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1월 메디톡스와 글로벌 보톡스 업체 엘러간(현 애브비)이 ITC에 대웅제약을 제소한 데 따른 것이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보톡스의 원료로 사용되는 보툴리눔톡신 균주와 제조 기술을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주름살 제거 시술 등에 쓰이는 보툴리눔톡신은 엘러간의 제품명을 따 보통 보톡스로 불린다.

다만 ITC는 올 7월 예비판결에서 “대웅제약 나보타에 10년간 미국 시장 수입 금지를 명령한다”고 했던 것에 비해 완화된 판결을 내렸다. 특히 보툴리눔톡신 균주가 영업기밀은 아니라고 봤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예비판결 이후 이의 제기를 통한 심사 과정에서 직접 균주를 구입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등 영업기밀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에서 양측 모두 승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이번 판결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개발한 것이 입증됐다”며 “대웅제약은 허위 주장을 한 것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웅제약은 “제조공정 기술 관련 일부에 대해서만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라며 “제조공정은 1940년대부터 논문 등에 공개된 것이기 때문에 유사성만으로는 침해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은 우선 21개월 수입 금지 명령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하고,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할 계획이다.

양사 ITC 분쟁의 공은 미국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대통령은 ITC의 결정 전달일로부터 60일 이내에 해당 결정을 승인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2013년 ITC가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했으나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양사 간 갈등은 2016년 11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균주 도용 의혹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메디톡스는 2006년 3월 국산 첫 보톡스 제제 메디톡신을 선보인 선두주자인 반면, 대웅제약은 2014년 4월 나보타를 출시했다. 메디톡스의 의뢰로 시작된 경찰 수사는 무혐의 처분이 나왔고, 민사소송은 진행 중이다.

업계 안팎에선 진흙탕 싸움으로 두 회사 모두 상처만 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디톡스는 ITC 판결에선 승소했지만, 양사 간 분쟁 중에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 취소 행정처분 등의 숙제가 남아 있다. ‘국산 보톡스’ 중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대웅제약도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 대웅제약 측은 “나보타의 미국 매출은 전체 사업 대비 2% 미만”이라며 큰 영향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메디톡스가 이번 판결을 바탕으로 민형사 소송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양사 간 법적 다툼이 이어지며 국내 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적지 않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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