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전망보다 더 높은 성장률 목표… 110조 투자, 실체는 불투명

세종=남건우 기자 , 세종=송충현 기자

입력 2020-12-17 14:00 수정 2020-12-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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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사진기자단

내년 경제정책방향의 핵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소강상태를 보이면 언제든지 경제 회복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고용, 소비를 유지해 실물경제를 예열해두겠다는 것이다.

다만 방역대책이 거리 두기 3단계에 접어드는 등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 각종 대책들이 ‘백약이 무효’한 상황에 놓여 이 같은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수 회복 대책과 더불어 내놓은 11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제외하고는 마땅한 민간프로젝트를 찾지 못한 데다 ‘경제입법’을 통한 기업 옥죄기도 계속되고 있어 얼어붙은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내년 3.2% 성장 목표
정부는 17일 ‘2021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제시했다. 반도체 업황과 글로벌 경기 개선 등에 힘입어 내년에는 역성장(올해 ―1.1%)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는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3.0%)를 웃돈다. 한은의 전망치도 금융통화위원회 일부 위원들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던 수치인데 이보다 0.2%포인트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도 각각 한국이 내년에 2.8%, 2.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희망 섞인 전망치는 주요 선진국이 올해 말과 내년 초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 하반기에 백신이 상용화해 경제 활동이 본격적으로 회복되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다. 주가 상승 등으로 가계의 자산 여건이 나아지고 신용카드 추가 소득공제와 승용차 개소세 인하 등 각종 소비 지원책이 소비 심리에 불을 지필 것이라는 기대도 깔려 있다.

하지만 국내는 백신 수급 상황이 여전히 불투명한 데다 코로나19로 한계에 몰린 소상공인과 노동 취약계층의 붕괴가 내년부터 본격화할 경우 이 같은 기대가 물거품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여당이 내년 초부터 시작될 선거 국면에 맞춰 성과 내기에 급급해 소비와 관광활성화 대책을 섣불리 실행할 경우 방역과 경제 회복 모두 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많다.


● 실체 불투명한 110조 투자
정부는 내수 진작 대책과 함께 내년에 공공과 민자 민간을 합해 11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공공기관 투자를 역대 최고 수준인 65조 원으로 확대하고 민자 17조3000억 원, 기업투자 28조 원 등을 더해 투자 회복세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투자는 공공주택, 철도, 고속도로 등 SOC를 중심으로 이뤄질 계획이다. 여기에 공공이 중심이 되는 한국판 뉴딜 투자도 공공 투자로 묶인다.

문제는 민간 분야다. 정부는 내년에 28조 원 규모의 기업투자 프로젝트를 지원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신규 투자처는 발굴하지 못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기업들과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어떤 프로젝트에 얼마가 투자될지는 조금 더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수도권에 첨단 사업을 투자하면 유턴 보조금을 추가 지원하고 기업 구조조정 및 사업재편을 위한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지만 기업 수요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규제 완화에 대한 언급도 미미한 편이다.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 ‘규제혁파’는 대부분 한국판 뉴딜과 관련한 법적 근거 마련에 치우쳐 있다. 비대면, 바이오 의료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해선 “혁심 규제혁신을 추진하겠다”는 원론적인 방향만 담겼다.

반면 재계에서 유예를 요구한 경제3법 등에 대해선 하위 입법을 마련해 제도 정착을 서두르겠다며 경제 현장과는 온도차가 있는 정책들을 경제정책방향에 담았다. 오히려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기업의 선제 진출을 막기 위한 일시정지 권고를 마련하는 등 기업의 투자 심리를 저해하는 내용들이 추가돼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세종=남건우 기자 woo@donga.com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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