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중 제재에 놀란 재계 “산재예방 인프라 확충않고 처벌만 강화”

허동준 기자 , 세종=남건우 기자

입력 2020-12-17 03:00 수정 2020-12-17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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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경제단체 “입법 철회” 회견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 의문… 대표 구속되면 中企는 문닫아야”
공정위-금융위 등 ‘경제 3법’ 브리핑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는 과정… 투명성 개선땐 투기자본 간섭 줄것”





“벌금, 기업인 처벌, 영업정지라는 행정제재에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4중 제재를 부과하고 있어 그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의 처벌 법안이다.”

주요 경제단체가 16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추진 중단을 호소하고 나선 것은 최근 기업 규제 법안이 줄줄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재계의 절박감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그간 경제 3법(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지만 모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중대재해법 외에도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안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 여당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는 이날 ‘공정경제 3법 합동 브리핑’을 열고 “경제 3법으로 경영 투명성이 높아지면 해외 투기자본 간섭의 여지가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 “기업인 처벌이 예방책 아냐”

재계는 중대재해법도 앞서 통과된 법들과 마찬가지로 과잉 입법이라고 본다. 기업인 처벌 조항이 강화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된 지 1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산안법 시행 후 사고가 줄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파악한 뒤에 처벌 수위를 높이는 법을 새로 제정해도 늦지 않다”며 “기업들은 경영 자체보다 사고 방지, 노사 관계 등에만 신경 쓰다 결국 투자를 축소하거나 해외로 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계는 사후 처벌 방식으로는 산업재해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에서 근로자 1만 명당 사망률은 지난해 기준 0.46으로 미국(0.37), 일본(0.16)보다 높았다. 사망 사고 발생 시 처벌 수위는 한국이 미국 일본보다 높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선진국들은 산재 예방을 위해 인프라 투자 지원과 인식 제고 등 정책적으로 접근하는데, 한국은 입법만능주의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중대재해법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곳은 중소기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마지막까지 재해를 수습해야 할 대표이사가 구속되면 대표이사가 곧 오너인 중소기업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정부 “해외 투기자본 간섭 오히려 줄 것”

경제 3법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이날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경제 3법은) 우리 경제 각 분야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공정하고 혁신적인 시장 경제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라고 주장했다.

상법 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 선임 및 3%룰 조항으로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정부는 “경영 투명성이 높아지면 오히려 해외 투기자본이 간섭할 여지가 없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는 “경영 투명성과 관련 없이 글로벌 기업은 해외 투기펀드의 공격을 받고 있다”며 “현대차나 삼성 사례처럼 주로 그룹 사업 재편을 시도할 때 공격이 들어온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e베이에 이어 올해 초 트위터가 행동주의 펀드 측의 공격을 받았다. 투자은행 라자드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 정책에 대한 반대 운동을 벌인 펀드는 147개로 최근 10년 동안 가장 많았다.

허동준 hungry@donga.com / 세종=남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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