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허위정보 유포 작전’, 페이스북에 딱 걸렸다

이세형 기자

입력 2020-12-16 11:17 수정 2020-12-1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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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온라인 허위 정보 유포에 적극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러시아, 이란, 중국 등의 정보기관이 SNS를 이용해 이런 활동을 펼친 적은 있었지만 서방 주요국이 실행한 것이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15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최근 프랑스군이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허위 정보 유포 활동을 펼친 것을 파악해 100개 이상의 계정을 삭제했다. 프랑스군은 주로 프랑스어를 쓰는 아프리카 나라들에서 이런 활동을 펼쳤고, 이 계정들의 팔로워는 7000명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이 계정들은 프랑스 군과 관련 있는 사람들이 운용했다. 또 주로 프랑스의 아프리카 내 군사 활동과 정책을 지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프랑스의 허위 정보 유포 작전은 러시아를 겨냥한 경우도 있었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 뒤 ‘냉전시대의 막강한 영향력 회복’을 위해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 적극 개입하고 있는데 이에 프랑스가 러시아 내 ‘SNS 심리전’에도 나섰던 것.

특히 프랑스는 이달 말 열리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선거에 러시아가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비판하는 내용을 적극 게재했다. 러시아 역시 프랑스를 겨냥해 유사한 활동을 펼치며 맞불을 놨다. 프랑스와 러시아 간 ‘허위정보 유포전쟁’이 벌어진 셈이다.

페이스북은 특정 국가에서 두 나라가 동시에 개입돼 각각 상대방을 겨냥한 허위 정보를 대대적으로 유포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보고 있다. SNS 분석기업인 그래피카와 스탠퍼드 인터넷 관측소는 “양측은 상대방을 모욕하는 비디오를 올리고 가짜 증거를 바탕으로 비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등에 5000명 이상의 병력을 파견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맞서고 있다. 프랑스는 지역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과거 프랑스 식민지를 경험한 이 지역에선 ‘신식민지 정책’이란 비판도 많다. 페이스북을 이용한 허위 정보 유포 작전이 드러나면서 프랑스에 대한 해당 지역의 반감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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