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티 향한 진보”… 車 제조서 재활용까지 ‘친환경’ 가속

서형석 기자

입력 2020-12-16 03:00 수정 2020-12-1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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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Case Study:]
현대차 “자동차 생애 전 부분서 환경요인 고려한 전략 수립”


현대자동차그룹은 10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리스타일’ 행사에서 6개 패션 브랜드와 함께 폐차된 차에서 나온 폐기물로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들을 선보였다. 현대차는 이렇게 탄생된 제품들의 판매 수익금을 영국패션협회에 기부해 친환경 패션 홍보를 지원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지금까지 자동차 산업은 환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생산 과정에서 많은 자원이 소모되는 데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동차를 타지 않을 수도 없었다.

최근 들어 지속가능성이나 환경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자동차 제조사들도 전기차 등 친환경 이동수단에 대한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친환경 이동수단으로의 전환이라는 ‘전략적 변곡점(Strategic Inflection Point)’에 놓이게 되면서 국내 최대 자동차 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도 이 흐름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를 제조해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자동차 제조부터 차량 부품의 재활용까지 자동차의 생애 전 부분에서 환경 요인을 고려한 전략 수립에 나섰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0년 12월 1일자(310호)에 실린 ‘현대차의 친환경 전략’ 케이스 스터디를 요약해 소개한다.

○ 친환경이 자동차 산업의 핵심으로

최근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이런 경향이 자동차 같은 내구 소비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0년 자동차 시장 최대 트렌드도 주행 중 탄소 배출이 없는 전기차의 판매 급증이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전체 자동차 시장의 6%에 달하는 약 480만 대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21%씩 성장해 2030년, 4000만 대까지 그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시대를 맞아 미래 청사진으로 ‘휴머니티를 향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를 제시하고 모든 프로세스와 전략을 이에 맞춰 수정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인류의 이동이라는 기본적 욕구 실현이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이뤄지길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그 시작은 올해 8월 선보인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IONIQ)’이다. 전기적 힘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이온(Ion)과 독창성을 뜻하는 유니크(Unique)를 조합한 이름이다. 현대차는 2021년부터 첫 모델인 준중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중형 세단,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아이오닉은 1회 충전으로 450km 이상 달릴 수 있고, 20분 내 충전 가능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로 대표되는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현대차는 아이오닉의 제조 과정부터 친환경을 담았다. 도어 센터 트림에는 목분이나 화산석에서 추출한 내추럴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했고, 헤드라이닝에는 사탕수수 폐기물로 만든 바이오 합성수지(PET)를 이용했다. 일부 색상에는 대두유를 원료로 한 친환경 페인트가 쓰였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전기차 56만 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아이오닉 브랜드는 이런 목표를 향해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자동차의 모든 여정에 친환경을 더하다

현대차는 자동차의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해 환경오염을 줄이는 활동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10월 13일 영국 런던에서 선보인 ‘리스타일’이라는 행사가 대표적이다. 6개 세계적 패션 브랜드가 현대차와 손잡고, 폐차된 차에서 나온 폐기물로 주얼리, 점프슈트, 조끼 등을 만들어 판매했다.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디자인을 가미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폐가죽시트만 소재로 썼지만, 올해는 차량 유리와 카펫, 에어백으로 소재를 확대하고 협업 디자이너도 2명에서 6명으로 늘렸다.

현대차가 자동차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여정에서 친환경이라는 가치를 추구하게 된 것은 최근 기업 경영에서 지속가능성이 재무적 성과만큼 유의미한 가치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에 대한 투자자나 기업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의 이슈는 기업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가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를 자동차 제조와 판매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확산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브랜드 캠페인 ‘I‘m in charge(아임 인 차지)’를 통해 “우리 모두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과 책임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소비자들의 동참을 호소하는 이유다.

현대차가 유엔개발계획(UNDP)과 손잡고 진행하는 ‘for Tomorrow’ 프로젝트 역시 교통, 주거, 환경 등 오늘날 글로벌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다. ‘for Tomorrow’는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전 세계 각계 구성원의 집단지성을 모으는 크라우드소싱 방식의 캠페인으로 기획됐다. 현대차와 UNDP는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for Tomorrow’ 홈페이지를 통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이 중 일부를 선정해 실제로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현대차의 이러한 노력들은 자동차의 성능과 외관만을 주요 경쟁 요소로 삼았던 자동차업계가 과거엔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다. 이 차를 왜 만들고, 왜 팔고, 고객이 왜 사야 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생각하게 하면서, 차량 구입이 곧 지속 가능한 사회에 동참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조원홍 현대차 고객경험본부장(부사장)은 이에 대해 “기업 중심이 아닌 사용자 중심의 사고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 안에서의 모빌리티 혁신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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