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LG그룹 계열분리 반대”
김현수기자
입력 2020-12-15 16:28 수정 2020-12-15 16:50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가 “LG그룹의 계열분리를 반대한다”며 LG그룹의 지주사인 ㈜LG에 서한을 보냈다. 재계는 “한국 기업 지배구조개편 마다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가 반대하고, 배당확대를 요구하는 일이이 잦아지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화이트박스는 LG에 보낸 서한에서 “우리는 LG그룹의 계열분리안이 가족 승계를 위해 소액주주를 희생하고 있다고 본다”며 계열분리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LG가 계열분리와 관련해 글로벌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초에도 화이트박스는 배당확대와 주가 부양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FT에 따르면 화이트박스는 엘리엇 매지니먼트 디렉터 출신인 사이먼 왁슬리가 이끌며 약 55억 달러(6조 원) 규모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LG의 지분 약 0.6%를 3년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LG는 지난달 말 이사회를 열고, LG상사, LG하우시스 등 5개 기업 중심의 신규 지주회사를 설립한 뒤 LG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하기로 결의했다.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분리 기업은 구본준 ㈜LG 고문이 맡게 된다.
LG는 화이트박스의 반대와 관련해 “이번 분사로 전자, 화학, 통신 등 다른 사업 분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 주주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며 “분할이 완료되고 성장전략이 보다 구체화되면 디스카운트 이슈가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화이트박스의 지분율이 낮아 주총에서 LG의 계획을 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이나 삼성물산을 공격했던 엘리엇과 공격 패턴이 비슷하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지분율이 낮아도 글로벌 영향력을 활용해 주요 외신에 의견을 개재하고, 해외 주주들을 움직이는 식이다. 화이트박스의 서한도 FT,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재계 관계자는 “세대교체기에 있는 한국 기업이 지배구조개편을 할 때마다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반대하며 ‘자기 몫’을 챙기는 게 패턴이 됐다”며 “한국 주요 대기업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로 지주사와 대주주 지분을 조정해야하는 지배구조개편 압박을 받고 있는 동시에 상법 개정안의 ‘3%룰’로 해외 펀드 측 인사가 감사위원이 될 확률이 높아졌다”며 우려했다.
김현수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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