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오픈 우승’ 김아림 “내 플레이가 누군가에게 희망 됐으면”

뉴시스

입력 2020-12-15 08:49 수정 2020-12-1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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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출전한 US여자오픈에서 우승


“내가 우승했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김아림(25)이 첫 출전한 US여자오픈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김아림은 1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챔피언스 골프클럽 사이프러스 크릭 코스(파71·6731야드)서 열린 제75회 US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언더파 67타를 쳤다.

합계 3언더파 281타를 기록한 김아림은 2언더파 282타를 적어낸 공동 2위 고진영, 에이미 올슨을 따돌리고 정상을 차지했다.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두 차례 우승을 경험한 그는 이번이 US여자오픈 첫 출전이다.

출전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얻었다. 지역 예선을 치르지 못하자 세계랭킹 50위까지만 주던 출전권을 75위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출전권을 얻은 지난 7월 세계랭킹 70위에 있던 김아림도 미국행 미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깜짝 우승을 차지한 김아림은 “정말 영광스럽다”면서도 “내가 우승했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내가 항상 우승했던 분위기와도 다르다. 코로나19 때문에 다른 환경에서 우승한 것이라 어색하다”고 솔직한 소감을 전했다.

김아림은 이날 마지막 라운드에서 16~18번홀 연속 버디를 몰아치는 등 놀라운 뒷심을 발휘했다.

당시를 떠올린 김아림은 “16번 홀은 파3인데, 5번 아이언으로 맞바름 182야드에서 쳤다. 핀을 살짝 3야드 지나간 것을 넣었다. 17번 홀은 유틸리티 클럽으로 티샷했고, 8번 아이언으로 붙여서 버디를 잡았다. 18번 홀은 3번 우드, 48도 웨지로 쳐서 버디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US여자오픈에 처음 출전한 선수가 우승한 건 김아림이 역대 5번째다.

한국 선수로는 통산 11번째 우승이다. 박세리가 1998년 ‘맨발의 샷’을 보여주며 처음으로 정상에 선 바 있다.

김아림은 “박세리 프로님이 우승하고 나서 한참 뒤에 골프를 시작했다. 박세리 프로님을 역사처럼 보고 컸다”고 말했다.

경기 중에 리더보드를 확인하지 않는 선수도 있지만, 김아림은 달랐다. 그는 “리더보드를 계속 보고 있었다. 선두와 몇 타 차인지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쳤다”고 했다.

대회를 출전할 때만 해도 김아림의 우승은 예상하기 어려웠다. 김아림도 처음엔 낯선 환경에 적응부터 해야 했다.

그는 “사실 대회 첫날까지도 코스 적응이 잘 안 된 상태여서 어떻게 하면 페어웨이에서 좋은 샷을 할 수 있을지, 페어웨이에 공을 가져도 놓을 수 있을지, 그린 주변에서 조금 더 정교하게 어프로치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감이 조금씩 오기 시작했고, 그린 주변 어프로치도 두렵지 않게 되다 보니 샷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이 좋은 흐름을 탈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짚었다.

한국에서 경기할 때와 다른 점으로는 “버뮤다 잔디는 한국에서 생소하다. 아이언을 칠 때 바닥에 프레셔가 오는 잔디는 처음이었다. 그런 면에서 좀 더 정교하게 칠 수 있는 잔디라고 느꼈다. 여기서 연습하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아림은 대회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섰다.

김아림은 “꾸준히 (마스크를 쓰고) 연습을 했다. 내가 (코로나19에) 걸리는 건 무섭지 않은데 내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다.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불편한 것은 감수하고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우승의 감격을 누릴 시간이다.

단번에 ‘메이저퀸’이 된 김아림은 “일단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갈 것 같다. 오늘 있었던 일, 미국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서 축하할 것 같다”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우승을 할 수 있게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김아림은 “내가 잘해서라기 보다는 잘 돼서 우승한 것 같다. 저를 끝까지 믿어주시는 스폰서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 시국에 이렇게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하고, 내 플레이가 누군가에게는 희망과 에너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어 “여기 자원봉사자분들께서 많이 지원해주셔서 선수들의 플레이에 도움을 주셨다.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아림은 이번 우승으로 얻은 LPGA 투어 출전권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충분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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