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격상 논란…자영업자들 “희생강요 그만, 고통분담해야”

뉴시스

입력 2020-12-14 15:00 수정 2020-12-1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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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격상 이전 자영업자들 이미 한계 "빚 내 빚 갚는 지경"
"영업제한 기대효과 낮아"-"건물주, 금융권, 정부 고통 분담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폭발적인 확산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사회적거리두기 3단계 격상에 대해 신중한 모습이다.

3단계 격상 시점이 이미 지체됐다는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일각에서는 격상을 하루라도 빨리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영업 종사자에게 거리두기 방역에 따른 경제적 희생만 강요할 게 아니라 건물주, 금융권 등도 고통 분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면 봉쇄 단계 이르기전 3단계 선제적 대응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긴급 주재, “코로나가 국내 유입된 이래 최대의 위기”라며 “지금 확산세를 꺾지 못하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조기에 꼭 시행해 주셨으면 한다”고 강력히 요청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방역·민생·경제, 이른바 ‘방민경’에 당력 집중을 선언했다. 거리두기 상향은 ‘아직’이라는 것이다.

이낙연 대표는 14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당은 곧 당의 모든 인력과 자원을 모아 코로나19 방역과 민생 안정, 경제 회복에 전력하겠다. 그것을 우리는 방민경으로 압축해 부른다”며 신속진단키트를 통한 전국민 자가검사를 제안했다.

정부가 임시 선별검사소를 통한 신속 항원검사법을 부분 도입키로 한 가운데 신속진단키트를 통한 전국민 신속 항원검사를 보완책으로 제시한 것이다.

전날 “경기도만이라도 선제적으로 거리두기를 강화할 것을 검토 중”이라 밝힌 이 지사도 한발 물러섰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수차례 중앙정부에 3단계 격상을 요청했던 경기도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중앙정부의 입장을 존중하고 수용한다”면서도 “오늘 아침 경기도 방역 관련 대책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3단계 격상 시점이 이미 지체됐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놓았다”고 지적, 거리두기 격상에 대해 신속한 결단을 내려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자영업자들 “빚 내서 빚 갚고 있는 지경”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여부 검토 소식에 자영업자들의 속은 벌써부터 까맣게 타들어 간다.

1년째 지속되는 코로나19 불황 속에 연말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매출은커녕 ‘빚을 내 빚을 갚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 없다는 것이다. 경제적 피해를 만회할 만한 대책을 마련해 내놓는게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원에서 일본식 선술집을 운영하는 A씨는 “매달 임대료를 포함해 300만~400만원 지출된다. 정부 지원금은 이미 다 사용한지 오래다. 어렵다고 해서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안받는 것도 아니지 않냐”며 “지금은 임대료 등을 메우려고 빌린돈의 이자의 갚기 위해 현금서비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그나마 1~2 테이블이라도 받으려고 가게문을 열고 있는데 3단계로 격상돼 이마저도 없어진다면, 월세가 아니라 당장 먹고 살 생활비부터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식당 사장 B씨는 “이러다가 정말 병걸려서 죽는 게 아니라 굶어 죽게 생겼다”며 “어떤 보완대책 없이 무작정 영업을 제한하면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것 밖에 더 되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3단계 조치가 취해진다면, 이에 따라 자영업자의 손실을 메워줄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날로 어려워져만 가는 고국 상황에 외국에 있는 동포들도 SNS를 통해 걱정과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에 발이 묶여 매일 ‘코로나 전화’로 80대 노모의 안부를 묻는다는 A씨는 “이 무슨 얄궃은 운명인지 모르겠다. 어머니의 얼굴을 못 본지가 1년이 넘어간다”며 “미국은 혹독한 댓가를 치렀지만, 다음주부터 백신접종이 시작될 예정이다. 또 나 같은 자영업자에게 갚지 않아도 되는 수 억원의 돈을 풀어 여태 견뎠다. 한국은 K방역을 홍보했지만 개인 자유와 경제적 이익이 저당잡히는 각자도생의 시기”라고 말했다.


공존을 위한 선제적, 경제 방역 필요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며 ‘K방역’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장소와 시간 등 사람 간 접촉을 줄이는 간접적인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다 선제적으로 확진자를 선별하는 방식으로 방역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재 2단계, 2.5단계 격상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것은 그동안 코로나19 속 생활에 사람들이 적응하고 또 만성화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며 “9시까지 영업을 제한한다 해도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겨 다시 모이고, 집안에서 모이면서 몇달전 시행한 2단계 격상에서 이동 자체를 줄였던 것과는 다른 패턴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이전과는 다른 상황을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가게의 영업시간을 더욱 줄이는 것은 상대적으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조기에 확진자를 찾아내 격리하는 방식을 강화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경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 교수는 “기존에 검사자에서 확진자 비율이 1~2% 수준이었다면 현재는 4.8%까지 올랐다. 선진국에서 방역대처를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기준은 3% 수준”이라며 “기존에 한국의 강점은 빨리 확진자를 찾아내 조기에 격리하는 것이었다. 임시 검사센터 설치, 생활방역센터 확보 등이 영업시간 제한과 같은 조치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자영업의 경우 자영업자만 홀로 경제적 희생을 감당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건물주, 금융권, 정부가 나서 임대료 감면, 이자납부 유예 등으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소상공인은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코로나전쟁에 왜 자영업자만 일방적 총알받이가 되나요? 대출원리금, 임대료 같이 멈춰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해당 청원글에는 “코로나19 상황을 견디기 위해 빌린 대출의 원리금과 임대료, 전기세, 기타 공과금을 매달 납부해야한다”며 “사용한 만큼 지불 하는건 당연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규제 때문에 사용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자영업자만 그 책임을 다 지고 납부해야 하는 상황은 솔직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러한 마이너스는 같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고 반문했다.

해당 청원글에 동의를 보낸 인원은 14일 오후 1시 기준 기준 14만1420명이다. 청와대에서 답변을 해야하는 기준은 20만명이다.

이와 관련 송철재 수원시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이미 상당수의 자영업자가 보증금을 모두 소진하고, 사채까지 손을 대는 지경이다. 더 이상 방치해 많은 자영업자들이 거리에 나 앉게 된다면 나중에 더 감당키 어려울 것”이라며 “그동안 자영업자들만 경제적인 희생과 고통을 강요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건물주의 경우 자영업자의 영업을 제한하듯 정부에서 임대료를 낮추거나, 받지 않는 방식으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며 “금융권의 이자 납부 유예, 정부의 전기료, 가스비 감면 등 고통을 분담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경제적 고통 분담을 호소했다.

[수원=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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