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만 남겨도 간다”…지방 아파트 ‘불장’에 ‘단타’ 활개

뉴시스

입력 2020-12-12 05:26 수정 2020-12-12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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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아파트값 연이어 역대 최고 상승률 경신 중
광역시 위주로 몰리던 매매 수요 지방도시로 확대
이 와중에 1~2년 만에 되파는 '단타' 세력까지 기승
부산·울산 등 단타 거래, 전년比 2배 이상 급증세
계약파기 등 실수요 피해 확대…정부 대응에 촉각



지방 아파트 매매시장이 연이어 역대 최고 상승률을 경신하는 등 급등세를 보이자 일부 지역에서 수백에서 수천만원 수준의 웃돈을 노린 단타 매매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2일 한국부동산원의 ‘2020년 12월 1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27% 올라 지난 주 상승률(0.24%) 대비 0.03%포인트(p) 확대됐다.

지방 아파트값은 같은 기간 0.35% 올라,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상승 폭이 가팔랐던 울산(0.76%), 부산(0.58%), 대구(0.41%), 대전(0.36%), 경남(0.36%) 등 지역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가운데, 잠잠하던 광주(0.18→0.37%), 전북(0.12→0.24%) 등에서도 상승률의 기울기가 급해졌다.

특히 5대 광역시(0.44→0.50%) 위주로 몰리던 매매 수요가 지방도시로 뻗어 나가며 9개 도(0.22→0.25%)도 상승 폭을 확대했다. 경남 창원 성산(1.15%), 창원 의창(0.94%), 충북 청주 흥덕구(0.58%), 충남 천안(0.46%), 전북 전주(0.40%) 등에서 오름 폭이 컸다.

지방 아파트값이 뛰는 배경에는 실수요 외에 투기 수요가 급속하게 몰리고 있는 영향이 크다.

특히 올해 들어 집을 산 지 불과 1~2년 만에 다시 되파는 단타 매매가 활개를 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1월 아파트 등을 포함한 집합건물의 ‘전국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 매도인 현황’을 보면 보유기간이 1년 이하인 거래건수가 6만5244건으로, 전년(3만7314건)대비 74.9%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래 11월 누적 기준 가장 많은 거래량이다.

보유기간 1년 이하 거래량을 연도별로 보면 ▲2010년 5만1662건 ▲2011년 6만861건 ▲2012년 4만299건 ▲2013년 4만542건 ▲2014년 5만1972건 ▲2015년 6만7359건 ▲2016년 6만1581건 ▲2017년 5만5740건 ▲2018년 4만8750건 ▲2019년 4만2647건 등으로, 남은 한 달간 역대 최고인 2015년 기준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보유기간 1~2년인 거래건도 6만9433건으로, 전년에 비해 53.6% 늘어 11월 누적 기준 역대 가장 많았다.

연도별로는 ▲2010년 4만8693건 ▲2011년 5만5741건 ▲2012년 4만1407건 ▲2013년 4만8166건 ▲2014년 5만1467건 ▲2015년 6만8974건 ▲2016년 7만1392건 ▲2017년 7만857건 ▲2018년 6만2471건 ▲2019년 5만2863건 등으로, 마찬가지로 역대 최고인 2016년 수준을 넘길 전망이다.

특히 올해 부산, 울산, 충북, 경기, 경남 등은 전년보다 집을 샀다가 1년 만에 되파는 투기가 2배 이상 급증했다.

부산의 올해 11월 누적 집합건물 매매거래량은 매도인 기준 4448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1682건 대비 164.4% 늘었고, 울산도 같은 기간 548건에서 1394건으로 154.4% 늘었다. 충북도 올해 보유기간 1년 미만인 거래가 2103건으로 나타나, 전년(848건)보다 148.0% 급증했다.

경기도는 같은 기간 1만850건에서 2만947건으로 93.1%, 경남은 1767건에서 3360건으로 90.2% 증가했다. 이들 지역은 모두 보유기간 1~2년인 거래도 함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방 아파트값이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해 저렴한 데다 저금리의 영향으로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하지만 투자할 곳은 마땅치 않자 ‘세금 떼고 500만원만 벌어도 간다’는 단타 세력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충남 당진에서 선착순으로 분양한 한 아파트 단지 무순위 청약은 ‘줄피’(청약 줄을 대신 서는 것에 대한 프리미엄)까지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주인 거주요건 강화 규제와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전셋값이 급등한 것도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 전셋값이 급등세를 나타내면서 불과 수천만원만 있어도 갭투자가 가능한 단지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앞으로 1~2년간 입주물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집값 상승에 베팅하는 수요도 늘면서 시장이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공시가격 1억원 이하는 취득세 부과 시 주택 수 합산에서 제외되고, 취득세 중과 적용이 배제되는 것도 투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해 무거운 세금을 물리기 위해 주택수에 따라 취득세를 중과하기로 하면서도,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의 주택은 ‘투기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고 주택 시장 침체 지역 등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했다.

문제는 전국적으로 투기가 성행하자 집주인의 호가 상승 기대감과 계약 파기가 잦아지면서 애꿎은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울산에 사는 30대 A씨는 직접 거주할 목적으로 지난달 4억5000만원에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했으나, 계약서를 쓴 이후 아파트값이 1억원 이상 오르자 집주인이 계약을 파기했다.

집주인은 계약파기의 대가로 3000만원을 배상했지만, A씨는 이미 주변 아파트값이 더 많이 올라 낭패를 당했다. 급하게 다른 집을 알아 봤지만 주변 단지 호가가 올라 계획보다 1억원을 더 마련해 5억5000만원에 집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국토교통부는 일부 과열 징후가 나타난 비규제지역에 대해서도 가격·거래동향, 청약시장상황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다.

현재 경기 파주와 울산, 경남 창원, 충남 천안, 부산 일부 지역 등 과열이 확산하는 지역에 대해 조정대상지역 추가 지정을 고려하는 등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규제 이후 투자 수요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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