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코로나 과부하에… 일반 응급체계 ‘빨간불’

전주영 기자 , 이미지 기자 , 송혜미 기자, 전주=박영민 기자

입력 2020-12-12 03:00 수정 2020-12-1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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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코로나 의료진 늘리며 소방서에 ‘응급이송 자제요청’ 공문
전북대병원은 응급병동 임시 폐쇄
12일 발표 신규확진 800명 넘을듯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은 한 환자가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우리 병원으로의 응급환자 이송 및 전원(轉院) 자제를 요청하니 협조해 주기 바랍니다.’

서울대병원은 최근 서울시내 24개 소방서에 이런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주요 병원에도 같은 공문을 전달했다. 서울대병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으로 우리 병원의 응급의료센터에서 확진자를 입원 치료하고 있다”며 응급환자 이송이나 전원 자제를 요청했다.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많은 의료진이 매달려 있어 평소처럼 응급환자를 돌볼 여력이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에는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병상이 32개 있다. 11일 기준 29개가 사용 중인데 12개 병상에 중증환자가 입원 중이다. 코로나19 환자 병상에만 의사 20명, 간호사 100명가량이 투입된 상태다. 그런데도 과부하로 인해 응급실 근무 인원을 코로나19 환자 진료로 돌려야 할 상황이다. 홍기정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실 의료진을 코로나19 중환자 치료로 돌리는 것을 현재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며 “지금까지는 응급환자를 꾸역꾸역 받았는데 이제는 여유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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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3차 유행에 따른 확진자 급증의 여파로 응급환자를 비롯한 일반 환자 진료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평소 서울대병원 응급실엔 하루 110∼120명의 응급환자가 찾는다. 지방 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북대병원은 응급전용병동을 임시 폐쇄했다. 응급병동에서 일하던 간호사 10명이 7일부터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에 투입됐기 때문이다.

11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89명. 3차 유행 시작 이후 가장 많았다. 1차 유행 당시인 2월 29일(909명)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 등에서 격리 치료 중인 환자도 9057명으로 가장 많았다. 11일 중에도 전국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12일 발표될 신규 확진자 수는 800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유행 확산세가 반전되지 못하는 위중한 상황”이라며 “지금 확산세를 꺾지 못하면 다음은 사회활동 전면 제한을 뜻하는 3단계로의 상향 조정 외에는 다른 선택의 방법이 없다”고 했다.

11일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7000만 명을 넘었다. 중국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해 12월 12일 이후 1년 만이다.




경기 확진 6명, 목포 병원으로… 일반환자는 ‘응급실 뺑뺑이’ 우려▼


서울대 수시 면접… 발열 체크는 필수 1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방호복 차림의 직원들이 ‘2021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일반전형 면접 및 구술고사’를 치르기 위해 학교를 찾은 수험생의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뉴스1
11일 경기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6명이 전남 목포시의료원으로 옮겨졌다. 경기도에서 무려 300km가량 떨어진 곳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입원한 병상이 부족해서다. 중환자 등이 서울 인천 등으로 이송된 적은 있지만 비수도권 병원으로 보내진 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내 지역사회 신규 확진자 수는 673명. 3차 유행 시작 이후 가장 많았다.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며 격리 치료 중인 확진자 수도 9057명으로 늘었다. 이 중 30%만이 경증치료시설인 생활치료센터에서 지내고 있다. 70%인 6309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확산세 영향은 의료체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 1차 유행 때처럼 확진자 급증으로 병상과 인력이 부족해지고 급기야 응급의료 등 일반 진료체계마저 차질을 빚는 상황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 1명이 입원할 경우 기존 일반 병상 2, 3개의 공간이 필요하다. 감염을 막을 음압장치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의료원의 경우 코로나19 환자 200여 명이 입원 중이지만 남은 병상은 수십 개뿐이다. 500∼600개 병상이 들어갈 공간을 코로나19 전용병상이 차지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일반 환자 600명이 사용했을 병상이 사라진 셈이다”고 설명했다.

다른 공공병원 상황도 비슷하다. 전북 군산의료원과 남원의료원에는 각각 413개와 277개의 병상이 있다. 이들 병상은 코로나19 확진자만 입원할 수 있다. 경북대병원의 경우 1개 층 절반을 비워 코로나19 전용병상 16개를 운영 중이다. 한 간호사는 “평상시 같으면 일반인 환자 34명이 꽉 차 있을 공간”이라고 전했다.

최근 전북대병원은 ‘코로나19 중증환자 전용병상 21개를 급히 확보해 달라’는 전북도의 요청을 받아 ‘응급전용입원실’을 임시폐쇄했다. 간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응급전용입원실 간호사 10명은 코로나19 중증환자 병상에 배치됐고, 입원환자 10명은 각 진료과 입원실로 옮겨졌다. 병원 관계자는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입원 확진자가 늘면 인력 운용에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허탁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은 “정부가 발열 등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는 응급환자를 격리 공간에서 진료하도록 하면서 일반 응급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응급실 병상이 줄었다”며 “확진자가 늘어나면 일반 환자를 수용할 공간이 더 줄어들어 구급차량이 병상을 찾아 헤매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11일 경기 평택시 박애병원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등 2곳은 거점병원으로 지정해 병상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애병원은 민간병원 최초로 일반 입원·외래 환자를 모두 받지 않고 코로나19 환자만 진료하는 전담병원이 된다. 병원 측은 조만간 전체 220개 병상을 모두 비우고 음압시설 설치 등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런 전담병원을 추가 지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 조치보다 확진자 증가 속도가 더 빠른 상황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달 말까지 중환자실을 계속 확충하겠지만 중요한 건 현재 환자 증가 추세가 조금씩 함께 꺾이기 시작해야 중환자실 여력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이미지 image@donga.com·송혜미 / 전주=박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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