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사기-보이스피싱부터 몸캠까지…필리핀서 134억 등친 두목 검거

강승현 기자

입력 2020-12-09 03:00 수정 2020-12-09 14:34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사기 백화점’에 최소 285명 피해
롤렉스 시계 받으려다 은신처 노출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자 국내 자영업자 등을 상대로 마스크 판매 사기를 저질렀던 40대가 필리핀에서 한국 경찰에 붙잡혔다. 수년 동안 사기 행각을 벌여 왔으나 검거가 어려웠던 그는 국내 조직원에게 ‘롤렉스 시계’를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경찰청 외사수사과는 “필리핀 현지에서 조직을 꾸려 온라인 등을 이용해 사기를 벌인 혐의로 A 씨를 국내 강제 송환했다”고 8일 밝혔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 씨의 사기 행각은 2016년부터 시작됐다. 필리핀과 국내에 범죄조직을 만든 뒤 한국인들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러 왔다. 특히 A 씨 일당은 ‘사기 백화점’이라 부를 정도로 물품·대출 사기와 보이스피싱, 몸캠피싱, 로맨스스캠 등 다양한 수법으로 피해자들을 괴롭혔다. 수사를 담당했던 인천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상상할 수 있는 사기는 대부분 다 건드렸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국내 도·소매업자들을 상대로 코로나19와 연계된 사기를 집중적으로 저질렀다. 마스크는 물론이고 코로나19로 국내에서 구하기 쉽지 않은 자동차부품이나 음료수 등을 싸게 팔 것처럼 속여 돈만 챙긴 뒤 잠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사업자등록증 등을 요구하면 다른 판매업자에게서 받아낸 정식 서류 등을 역으로 사기에 이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전했다.

A 씨 일당에게 당한 피해자는 지금까지 파악된 것만 285명에 이른다. 피해액도 134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A 씨는 필리핀 현지의 최고급 아파트에서 호화생활을 해왔으며, 국제 포커대회에도 출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년 동안 국내에 입국하지 않아 행적을 찾기 어려웠던 A 씨는 최근 롤렉스 시계 욕심에 거주지가 드러났다.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웠던 시계를 국내에 부탁해 배송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은신처 주소를 노출한 것이다. 이를 통해 위치를 특정한 경찰은 필리핀에서 3개월 동안 잠복 수사한 끝에 필리핀 경찰과 함께 A 씨를 붙잡았다.

전재홍 경찰청 외사수사과 계장은 “추가 범죄가 없는지 수사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