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복을 밖에 입는다… 편하고 예쁜 홈웨어로 재탄생

황태호 기자

입력 2020-12-05 03:00 수정 2020-12-05 05:18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쌍방울-BYC 등 1세대 국내업체
기능성 내복으로 시장 커진 틈타 ‘빨간 내복’ 명성에 패션을 접목
주머니 달고 디자인-색 다양하게
2030세대에 뉴트로 감성 전달


BYC가 걸그룹 ‘오마이걸’의 아린을 모델로 기용하고 지난달 출시한 ‘아린 내복’. 젊은 여성들에게 ‘귀여운 실내복’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BYC 제공
내복이 젊어졌다. 첫 월급날 부모님께 드리는 선물에서도 밀려난 지 오래된 아이템이 돼버렸던 내복에 젊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1946년 ‘백양’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BYC, 1954년 ‘형제상회’가 시초인 쌍방울 등 1990년대 유명했던 전통 속옷 기업들도 회춘하고 있다.


○ 히트텍이 부활시킨 내복시장
내복의 부활은 일본 SPA 기업 유니클로로부터 시작됐다. 2006년 유니클로의 ‘히트텍’이 등장하기 전 ‘동내의류(겨울 내복)’는 분홍색 연주황색 흰색 등의 색상과 어정쩡한 품이 특징이었다. 히트텍은 겉옷으로 입을 수 있을 정도로 세련된 디자인과 색감으로 내복에 대한 고정 관념을 완전히 바꿨다. 특히 젊은층은 내복을 입어도 옷의 맵시가 망가지지 않는다는 점을 선호했다. 전 세계 누적 판매량 10억 장이 넘은 히트텍은 국내에서도 유니클로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대로라면 3M의 ‘포스트잇’처럼 히트텍이 일반 명사화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토종 SPA 브랜드는 물론이고 전통 내복 기업들까지 새로운 흐름에 빠르게 올라타면서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1세대 내복 기업인 BYC와 쌍방울도 예외가 아니다.

1996년 한 해에만 1억여 장의 내복을 팔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BYC는 기능성 내복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다 유사 제품인 ‘보디히트’를 2010년 출시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BYC 관계자는 “보디히트는 매년 평균 두 자릿수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빠른 추위가 찾아온 올해에는 본격적인 내복철이 아닌 9∼11월에도 전년 대비 7%의 판매 증가율을 보였다. 쌍방울도 2009년 기능성 내복 ‘트라이 히트업’을 내놓으면서 매년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 속옷업체 관계자는 “단순히 유니클로 히트텍의 아류작을 넘어 국내 전통 속옷 업체들이 쌓아온 보온 기술력을 쏟아 넣으면서 히트텍과 점차 차별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 회사는 매년 새로운 라인업을 통해 소재를 업그레이드해 보온성과 통기성은 물론이고 디자인까지 개선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지난해 불거져 지금까지 여진이 이어져 오고 있는 ‘반일 불매운동’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고희·환갑 넘은 속옷 회사의 회춘
여기에 ‘뉴트로’ 열풍을 타고 기능성 내복이 아닌 일반 내복 소비까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일반 내복은 원래의 용도보다 ‘홈웨어’로 젊은 소비자들에게 더 각광받는다. BYC가 지난달 걸그룹 ‘오마이걸’의 아린을 모델로 기용하고 출시한 ‘아린 내복’은 20, 30대 여성들에게 ‘귀여운 실내복’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BYC 관계자는 “옷의 형태 자체는 옛날 ‘할머니 내복’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전통적인 내복의 편안함이 홈웨어로서 적합하다는 발상으로 만든 제품”이라고 말했다.

1983년 처음 출시돼 BYC의 ‘에어메리’와 함께 ‘국민 내복’이라는 명성을 얻었던 쌍방울의 ‘보온메리’도 홈웨어로 부활했다. 카카오커머스의 주문생산 플랫폼 카카오메이커스가 쌍방울과 손잡고 500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던 보온메리 내복을 현대식 홈웨어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쌍방울 관계자는 “빨간 내복으로 잘 알려진 보온메리에 바이올렛 차콜 그레이 등 총 세 가지의 세련된 색상을 적용하고 주머니와 옆트임 등 디테일을 가미해 2030세대 남녀 모두 즐겨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두 기업의 소통·경영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BYC가 지난달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아린이의 겨울은 BYC로 따뜻주의보’ 영상이 약 2주 만에 200만 뷰를 넘어서며 호응을 얻고 있다. BYC는 또 ‘보헤미안 랩소디’ ‘겨울왕국’ 등에서 주인공의 복장에 착안한 콜라보를 발 빠르게 진행하면서 브랜드 이미지까지 젊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쌍방울은 올해 상반기 40대 초반의 김세호 대표이사를 파격 발탁하면서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빠르게 개선해 가고 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