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투아네트’ 김현미 장관의 퇴장…與서도 “불명예 퇴진” 반응

한상준 기자

입력 2020-12-04 17:04:00 수정 2020-12-04 17: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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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부 장관. 동아일보 DB

2017년 6월 문재인 정부의 첫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전격 발탁됐던 김현미 장관이 결국 물러난다.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토부 장관(건설교통부 등 전신 부처 포함)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취임했던 김 장관은 3년 5개월의 긴 재임 기간에도 불구하고 주택 매매가격, 전세가격, 월세가격 상승이라는 낙제 수준의 성적표를 남기고 퇴장하게 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신임이 여전한 만큼 추후 각종 선거를 통해 정치적으로 재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따뜻한 주거정책’ 강조했지만 각종 설화 끝에 ‘아파트 빵’ 논란만…
3선 의원 출신으로 20대 국회에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았던 김 장관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첫 조각의 간판 카드 중 하나였다. 주택정책 수장으로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사상 처음으로 여성 국토부 장관을 기용하며 국토 정책의 변화를 꾀했다. 김 장관도 내정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어려운 청년, 노인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주거정책을 마련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재임 기간 동안 내놓는 부동산 정책마다 고전을 면치 못했고, 부동산 시장은 문 대통령 임기 내내 들끓었다. 김 장관은 재임 기간 동안 20번 넘게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지만 시장 안정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부동산 취득세, 보유세, 양도소득세가 모두 오르면서 시장에 매물은 사라졌고, 재건축, 재개발이 막히면서 공급은 경색됐다. 여기에 8월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임대차3법’은 전세 가격은 물론이고 월세 가격의 상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날 “경질이 아니다”고 설명했지만 여권 내에서조차 “불명예 퇴진”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김 장관의 논란성 발언들이 들끓는 부동산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는 점도 이번 교체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앞서 김 장관은 7월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집값이 11% 올랐다”고 발언해 현실 인식이 뒤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30대의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낸다는 의미)’ 매수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는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는 발언으로 ‘빵투아네트’ 논란을 낳으며 ‘김현미 어록’의 정점을 장식했다.

다만 김 장관의 퇴임에 대해 한 여당 의원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오로지 김 장관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며 “오히려 김 장관이 청와대를 대신해 따가운 민심을 온몸으로 받아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전 대통령정책실장으로 대표되는 문 대통령의 핵심 정책 브레인들도 부동산 실패의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이번 개각에 김 장관이 포함된 것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국면 등을 덮기 위한 시선 분산용 ‘욕받이 카드’라는 말까지 나온다.


● 일산 재출마 대신 도지사 노릴 가능성
당초 김 장관은 지난해 3월 최정호 전 국토부 2차관이 후임 국토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 자리에서 물러나려고 했다. 그러나 최 후보자가 다주택 논란으로 낙마하면서 장관 재임 기간도 길어졌고, 강한 출마 의지에도 불구하고 4·15총선에 나서지 못했다. 향후 행보에 대해 김 장관과 가까운 한 여권 인사는 “너무 오래 일했기 때문에 당분간 쉴 것”이라면서도 “다시 (지역구인) 경기 일산에서 출마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적절한 계기를 통해 정치 활동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의 지역구였던 경기 고양정은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당선됐다.

여권 내에서는 김 장관이 수도권 지역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나 2022년 지방선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친문(친문재인) 진영 의원은 “어찌됐든 국토부 장관직을 통해 지명도를 확실하게 끌어올렸다”며 “중진 의원 출신에 다양한 요직을 두루 거친 여성 정치인이 드물기 때문에 향후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로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의 지역구였던 경기도지사나 고향(전북 정읍)인 전북도지사로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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