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명품도 ‘파자마 패션’에 빠져든다

박선희 기자

입력 2020-12-01 03:00 수정 2020-12-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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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늘자 ‘집콕 패션’ 확산
셀린느-발렌시아가-루이비통 등 동네 슈퍼 가듯 편안한 스타일
봄여름 컬렉션에 대거 선보여


야구모자에 반바지 운동복으로 젊고 자유분방한 ‘원마일웨어’ 룩을 연출한 셀린느(왼쪽 사진). 파자마에 로브를 걸친 듯 편안한 느낌을 주는 디올 컬렉션(오른쪽 사진). 보그런웨이 제공
올해가 재택근무에 따른 파자마 패션과 ‘상하의 따로’ 패션 같은 ‘집콕 패션’의 발아기였다면 내년엔 중흥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력이 유행을 선도하는 명품 패션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1년 봄여름 컬렉션에는 동네 슈퍼에 잠시 생수 사러 들른 것처럼 ‘편하게 차려입은’ 모델이 대거 등장했다. 셀린느와 발렌시아가는 럭셔리 브랜드의 런웨이 맞나 싶게 파격적인 캐주얼 룩을 일관되게 선보이고 있다.

‘댄싱 키드(dancing kid)’라는 주제로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컬렉션을 선보인 셀린느는 캐주얼한 트레이닝팬츠와 셀린느 로고가 쓰인 브라톱, 야구모자를 반복적으로 믹스매치했다. 분명히 새로운 컬렉션인데 동네에서 자주 마주친 듯 친근함과 기시감을 안겨 준다.

발렌시아가는 2030년 미래 패션을 주제로 ‘포스트 팬데믹 스타일’을 구현했다. 젠더 구분에서 탈피해 사이즈는 남녀공용 한 사이즈로 제작했다. 대체로 크고 헐렁하며 상하의 세트로 제작된 오버사이즈 트레이닝복도 자주 보인다. 보그는 “재택근무복 트렌드를 반영한 호텔 슬리퍼, 샌들, 빨간 목욕 가운 등이 컬렉션에 위트 있게 등장한다”고 평가했다. 실내에서 편하게 입는 라운지웨어가 일상복이 된 시대다. 편안함이 럭셔리와 공존하지 않던 시대는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루이비통, 프라다 등에서도 이런 영향은 일부 보였다. 루이비통은 남녀 경계를 허문 루스핏(크기가 넉넉한 옷) 디자인에 니트 베스트, 프린트 티셔츠의 뉴트로 컬렉션을 선보였다. 프라다는 역삼각형 모양의 로고를 예년보다 훨씬 키워서 양쪽 쇄골 중앙자리에 넣은 상의를 다수 선보였다. 프라다 측은 “현실을 반영했다”고 하는데 재택근무의 화상회의에서 돋보이기 위한 ‘상하의 분리 패션’이라는 분석도 있다.

마실 가는 느낌을 살린, 우아하면서도 편안한 ‘원마일웨어’ 컬렉션도 보인다. 화려하고 몽환적인 개성을 짙게 드러내던 안나수이는 내년 봄여름 신제품으로 홈드레스 느낌의 플로럴 패턴 원피스, 편안한 샌들 등을 내놨다.

디올은 좀 더 우아하고 업그레이드한 재택근무 패션을 선보였다. 찰랑거리며 길게 떨어지는, 속이 비치는 파자마 스타일의 점프슈트에 긴 로브와 헤어밴드는 라운지웨어의 편안함과 격식 갖춤의 경계를 오간다.

브랜드마다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코로나19 시대가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미친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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