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으로 옮겨간 덕질… ‘팬 플랫폼’ 뜨거운 전쟁

임희윤 기자

입력 2020-11-26 03:00:00 수정 2020-11-26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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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트위터 등 특장점 모은 아이돌 정보 공유 커뮤니티 인기
빅히트, 자체 플랫폼 ‘위버스’에 BTS-세븐틴-CL-선미 등 영입
팝스타 에이브럼스도 데려와


팬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의 격전이 팬 문화를 바꾸고 있다. 왼쪽부터 ‘위버스’(지난해 6월·이하 출시 시점)의 방탄소년단 페이지, (여자)아이들과 우주소녀의 소식이 뜬 ‘유니버스’(내년 초)의 뉴스 피드(news feed), ‘블립’(올해 6월)의 블랙핑크 페이지. 휴대전화·홈페이지 화면 캡쳐
폭우가 쏟아지는 공연장 앞 ‘흰 우비’파와 ‘노란 우비’파가 대치하다가 끝내 육탄전을 벌인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재현한 H.O.T.와 젝스키스 팬클럽의 격돌 장면이다.

팬클럽 문화는 20세기 중반, 대중음악의 발달과 함께 성장한 오랜 전통이다. 시대에 따라 그 매체는 손편지, 팬진(팬 매거진), 전화사서함, PC통신 동호회, 인터넷 카페로 변화했다. 이제 팬덤과 팬덤을 넘어 팬 플랫폼이 새로운 주체로 떠오른다. 매머드급 팬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간의 경쟁이 새로운 전장을 만들고 있다.


○ 팬덤 vs 팬덤→팬 플랫폼 vs 팬 플랫폼, 지형 바뀌는 팬 커뮤니티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팬 플랫폼 ‘위버스’가 처음으로 케이팝 가수가 아닌 외국 아티스트를 영입했다. 떠오르는 팝스타 그레이시 에이브럼스. 그는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 J J 에이브럼스(‘미션 임파서블’ ‘로스트’ ‘스타워즈’)의 딸이다. 작년 6월에 서비스를 개시한 위버스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방탄소년단이 열었지만 소속사의 경계를 넘어 세븐틴, 뉴이스트, CL, 선미, 드림캐쳐 등을 차례로 영입했다. 이제 범위가 세계로 넓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딸의 ‘넘버원 팬’은 아빠 아닐까. 그레이시 에이브럼스의 영입은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위버스는 영국 팝스타 영블러드도 영입하고 서비스 오픈을 앞두고 있다.

현재 팬 플랫폼을 주도하는 강자는 ‘위버스’ ‘네이버 브이라이브 팬십’이다. 내년 초에는 게임회사인 NC소프트가 만든 ‘유니버스’가 도전장을 내민다. 이달 들어 아이즈원, 강다니엘, 에이티즈 등 대어급 영입을 잇달아 발표하며 선전포고 중이다. 총 11팀을 영입해 위버스(현재 13팀)를 추격하고 있다.

팬 플랫폼의 뼈대는 일종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의 특장점을 모아 ‘내가 좋아하는 가수’에 관한 사진, 영상, 뉴스, 정보를 모아 보고 팬끼리 소통할 수 있다. 여기에 관련 상품이나 온라인 콘서트 입장권을 살 수 있는 판매처 기능도 융합했다. 방탄소년단은 비대면 유료 공연 ‘방방콘’을 위버스를 통해 독점 공개했다.


○ 아바타 기능도… 네트워크 넘어 마켓과 체험으로
유니버스는 네트워크 기능에 음원, 뮤직비디오, 예능까지 제작해 내보내는 ‘유니버스 오리지널스’를 핵심 기능으로 꽂아 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니버스를 만드는 ‘클렙’의 이주현 홍보제작팀장은 “NC소프트만이 가진 인공지능(AI) 기술을 토대로 AI 보이스(음성)를 활용한 프라이빗 콜(마치 팬과 스타가 일대일 통화를 하는 듯한) 기능도 탑재한다”고 말했다. 3개 언어 서비스로 134개국에 동시 오픈할 계획. 팬들이 아바타를 통해 스타의 뮤직비디오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일종의 대규모 놀이터를 건설하겠다는 게 유니버스의 큰 그림이다.

올 6월 개시한 팬덤 앱 ‘블립’은 ‘내 손안의 덕메이트’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아티스트가 아니라 팬이 중심이다. 블립을 운영하는 ‘스페이스 오디티’의 김홍기 대표는 “‘내 가수’도 서비스를 열어달라고 청원하면 받아들이는 열린 형태이자 트위터, 유튜브 등 각종 플랫폼에 분산된 콘텐츠나 뉴스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팬 친화적 서비스”라고 했다. ‘배달의 민족’처럼 기존 음식점의 메뉴를 편리하게 눈앞에 가져다준다는 것.

최근 팬 플랫폼의 약진은 이른바 ‘팬덤 경제’의 확장과 플랫폼 기술이 추동하고 코로나19의 비대면 소비 상황이 땔감이 되고 있다. 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은 “1990년대 전화사서함으로 기획사의 중앙통제식 팬 문화가 발달했다면 2000년대 들어 인터넷 카페와 개인 ‘홈마’(홈페이지 마스터)로 ‘지방 분권’이 이뤄진 뒤, 다시 중앙(기획사)의 통제가 커지는 양상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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