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배 뛴 종부세 올해는 예고편… 잠실주공 249만 → 378만 → 554만원

세종=송충현 기자

입력 2020-11-25 03:00 수정 2020-11-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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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액 결정요인 골고루 오르며 내년 종부세율 최대 2.8%P 상승
강북도 영향받는 ‘본게임’ 시작… 올해 2만원 낸 성동구 85m² 아파트
5년뒤 국가에 ‘월세 50만원’ 내는꼴… 소득없는 연금 생활자들 반발 커져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전용면적 107m² 아파트를 갖고 있는 A 씨는 올해 종합부동산세 220만 원이 적힌 고지서를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102만 원 냈던 종부세가 1년 새 2배 이상으로 뛰어서다.

그래도 200만 원대 종부세가 살림에 큰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라며 자위했지만 내년부터가 더 걱정이다. A 씨는 “후년이면 우리 아파트 종부세가 500만 원을 넘는다고 하니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국세청이 올해 종부세 고지서 발송을 끝낸 가운데 납세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내년 세금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역에 따라 지난해의 2배 이상으로 급등한 올해 종부세는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인상되는 종부세 세율과 세 부담 상한선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더블 쇼크’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내년 종부세 세율은 올해보다 최대 2.8%포인트 오른다. 정부는 7·10부동산대책에서 종부세율 인상 방침을 내놨고 더불어민주당은 8월 종부세법 개정안을 포함한 ‘부동산3법’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며 세율 인상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 0.5∼3.2%인 종부세율은 내년 0.6∼6.0%로 상향 조정된다. 종부세 인상은 당초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자와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세 부담을 늘리기 위해서였지만 1주택자와 비조정대상지역의 2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세율도 0.1∼0.3%포인트씩 오르게 됐다.

여기에다 종부세 계산에 쓰이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지난해 85%에서 올해 90%로 오른 데 이어 내년엔 95%까지 높아진다.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도 9억 원 초과 주택의 경우 올해보다 3%포인트씩 오른다. 세금 인상 요인이 한꺼번에 반영돼 내년부터 종부세 인상의 ‘본게임’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강남 고가주택에 주로 물렸던 종부세가 내년부터는 서울 강북지역 아파트에도 본격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몇 만 원’ 단위의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 든 강북지역의 납세자들이 당장 내년부터 수십만 원대의 종부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본보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팀장에게 의뢰해 계산한 결과 서울 성동구 텐즈힐(전용 85m²) 아파트 보유자는 올해 2만3400원의 종부세를 내면 된다. 하지만 세율 인상 등의 영향으로 내년 38만6600원, 후년엔 70만3500원으로 종부세가 급증한다. 2025년이면 종부세와 재산세를 더한 전체 보유세가 606만6400원까지 늘어난다. 사실상 한 달에 50만 원씩 국가에 세금으로 ‘월세’를 내며 사는 셈이다.

고가주택의 세 부담은 더 커진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전용 83m²) 보유자는 올해 종부세로 249만4600원을 내지만 내년엔 378만8000원을 부담해야 한다. 5년 후 이 아파트 종부세는 1120만 원으로 뛰고 전체 보유세는 2123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별다른 소득 없이 연금으로 생활하는 은퇴자들은 종부세 인상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24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종부세, 퇴직한 사람은 거주의 자유도 없습니까’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은퇴하고도 종부세 납부하려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하나. 퇴직하고 삶의 뿌리를 옮기는 게 힘들 거라고 생각은 안 해봤나”라고 썼다.

납세자뿐만 아니라 저가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와 무주택자들도 종부세 인상에 피로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집값이 올랐으니 이 정도 종부세는 내도 된다”는 의견과 함께 “집주인들이 결국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떠넘기지 않겠느냐”는 불안감 섞인 무주택자들의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더 좋은 집으로 가고 싶지만 세금 때문에 고민된다”는 1주택자들의 의견도 있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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