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지원금 받은 무급휴직자 32%가 중산층…커지는 소득 격차 우려

김기용 기자 , 박희창 기자

입력 2020-11-24 18:24 수정 2020-11-2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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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조업의 메카로 불리는 광둥성 둥관(東莞)의 신발 공장에서 일했던 류용창(劉永昌) 씨(53)는 지난해까진 한 달에 3900위안(약 65만7000원)을 벌었다. 일반 기업의 대졸자 초임과 비슷했다. 지난해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로 공장이 문을 닫자 고향 후난성으로 돌아갔다. 작년의 절반인 월 1975위안(약 32만7000원)짜리 벌목꾼으로 생계를 잇고 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농민공(농촌 출신 빈곤층 노동자)을 벗어나 중산층이 될 것 같던 그의 꿈도 반토막이 났다.

‘풍요로운 중산층’, 현대 산업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자 임금 근로자들의 목적지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중산층으로 가는 사다리를 걷어 치웠다. 24일 고용노동부가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6, 7월 코로나19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해 받은 무급휴직자의 31.8%는 소득 4~7분위(10분위 기준)에 속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산층에서도 소득 절벽에 직면한 이들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저소득층에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소득 하위 3분위 비중도 32.6%였다.

무급휴직 2개월 만에 다니던 여행사에 사표를 던지고 나온 김모 씨(42)는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창업을 준비 중이다. 그는 “여행업 경력 갖고는 이직을 하기도 마땅치가 않다. 그 동안 모아 둔 돈을 갖고 작은 가게라도 해보려고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산층 무급휴직자들의 일자리는 내수시장에선 괜찮은 곳들이었다”며 “내년에도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밀려나는 사람들이 늘면서 양극화가 악화될 수 있다”고 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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