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가 본 文 정책…“K-뉴딜, 복지 개선해야 성공”

뉴시스

입력 2020-11-24 16:39 수정 2020-11-2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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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노벨상 받은 뒤플로 MIT 경제학 교수
기재부 KSP 성과 공유 콘퍼런스 기조 연설
"뉴딜, GDP와 사회적 안전망으로 평가해야"
"복지=국민 나태 아냐, 사회 보호 필요하다"
"韓, 바람직한 보호 시스템 세계에 보여줘야"



지난 2019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경제학과의 에스테르 뒤플로 교수가 24일 “(한국판) 뉴딜 정책을 평가할 때는 복지가 개선됐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고 했다.

뒤플로 교수는 이날 기획재정부가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에서 연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 공유 콘퍼런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의 정책은 어떤 형태가 돼야 하는가’라는 주제의 기조 연설자로 나서 이렇게 밝혔다.

뒤플로 교수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볼 때 국내총생산(GDP)만을 기준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복지에 관한 평가는 더 광범위한 방법으로 측정해야 하는데, 그 주요 원칙 중 하나는 사회적 안전망”이라면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일부는 이 때문에 국민이 게을러질 것을 우려했지만, 연구 결과를 보면 복지는 노동력 공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했다.

뒤플로 교수는 “코로나19 위기 대응 법안(CARES Act) 도입 이후 실업 급여가 많이 지급된 지역의 노동 시장 참여율이 더 많이 낮아지지는 않았다”는 미국 예일대학교의 연구 결과를 사례로 들었다. 뒤플로 교수에 따르면 오히려 이 법안은 빠르게 나빠지던 해당 지역의 노동 시장 참여율을 다른 지역 수준으로 수렴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뒤플로 교수는 “복지가 국민을 나태하게 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복지가 노동 시장 참여율을 낮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면 사회 보호 원칙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코로나19·자동화 등으로 신경제 시대에는 패자로 전락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이들을 배려해야 한다”고 했다.

뒤플로 교수는 이어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적절한 보상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사려 깊지 못하고, 효과도 없는 복지 시스템을 향한 분노와 절망감이 증가하고 있다. 그에 따라 국가 안에서는 더 성공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분노가 증가하고, 공동체 사회라는 개념 자체도 산산이 조각나고 있다”고 했다.

뒤플로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팬데믹(세계적인 감염병 유행 현상)은 위기이자 기회”라고 주장했다. 이념보다 역량을, 권위적인 태도보다 정확한 정보 수집·전달에 집중하면 국가의 정통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뒤플로 교수는 “개인이 잘못 선택해 이런 경제 역경이 생긴 것이 아니라 불운 때문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한국에는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뒤플로 교수는 “정부가 성공적으로 잘 대응하고 있다는 인정을 받고, 위기에 따른 희생 필요성을 국민이 이해하게 돼 지금까지 악화하던 정부 정통성이 개선되는 것”이라면서 “이것이 한국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정부 정통성이 더 나빠진다면 “권력자 반발 이상의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은 팬데믹 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줬다. 따라서 바람직한 사회 보호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수 있는지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는 개인의 자유와 경제 발전을 존중하고, 디지털 혁명으로 촉발된 전환과 파괴를 훌륭히 관리하며, 기후 변화까지 고려하는 것”이라고 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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