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효과, 돌연변이 추적 여부에 달렸다

동아일보

입력 2020-11-25 03:00 수정 2020-11-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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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코리아
이호준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2020년 모든 사람의 삶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사회적 거리 두기, 자가 격리, 마스크 착용 등 이 전염병을 무력화하려고 노력했지만 진압이 쉽지 않다.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는 백신은 과연 이 팬데믹을 종식시킬 수 있을까. 백신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2021년에는 우리 모두가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백신은 현대의학에서 가장 성공적인 치료법으로 꼽을 수 있다. 2개의 질병, 천연두와 우역(牛疫)은 백신에 의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현재 척수성 소아마비(폴리오)를 포함해 14개 질병을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매년 새로운 독감백신을 맞고 있는데 독감백신이 독감을 없애지 못하고 있다. 과연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은 어느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가.

우선 백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백신은 우리 면역체계가 갖고 있는 기억력을 이용한다. 즉,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바이러스나 미생물)을 약하게 만들어 몸 안에 넣어주면 면역체계가 그걸 기억한 다음, 진짜 병원균이 들어왔을 때 기억해 내고 바로 공격함으로써 병에 걸리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역시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즉 기능을 하지 못하게 바이러스 단백질의 일부를 타깃으로 해 백신을 만든다. 코로나19 유전물질과 단백질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은 어떤 단백질을 타깃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알아내고 있다.

현재 90%의 코로나19 백신은 이 바이러스 표면에 존재하는 스파이크 단백질 일부인 ‘수용체 결합 영역’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이 부분은 인간세포의 수용체와 결합에 중요하고 대략 200개 아미노산으로 이뤄져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백신은 완전히 이 바이러스를 종식시킬 수 있을까. 아니면 독감처럼 일부에게만 효과가 있고 매년 새로운 백신을 만들게 될까?

여기에 대한 대답은 코로나19에 얼마나 많은 돌연변이가 생기는지, 특히 수용체 결합 영역에서 얼마나 자주 아미노산 염기서열을 바꾸는 돌연변이가 생기는지에 달려 있다. 현재까지 게놈 분석 결과를 보면 독감과는 달리 코로나19는 생각보다 돌연변이가 많이 일어나지 않았다. 독감은 코로나19보다 대략 4배 정도 많은 돌연변이가 발생했다. 하지만 코로나19에도 돌연변이가 분명히 생기고 있다. 처음 중국 우한에서 발표한 코로나19 유전자 분석 기준으로 보면, 각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코로나19 유전자엔 평균 5∼8개의 돌연변이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 5∼8개의 돌연변이가 코로나19 유전자 전체 3만 개의 염기서열 중에서 수용체 결합 영역에 우연히 생길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에 많은 연구진이 백신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본 연구진이 9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모아진 코로나19 유전자 7만5000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수용체 결합 영역에 해당하는 아미노산 서열을 바꾸는 돌연변이가 2개가 발견됐다. 둘 다 아직은 빈도가 대략 1%, 0.05% 정도이지만 우연찮게 그 빈도가 늘 수도 있고 백신이 보급됐을 때 이런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효과를 보지 못한다.

코로나19는 2021년에는 종식시켜야 하지 않을까? 백신을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하기엔 돌연변이를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지속적으로 유전자분석(시퀀싱)을 통해 코로나19 유전자 돌연변이 형태를 추적 관리하는 것만이 코로나19를 근절하고 퇴치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호준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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