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보존가’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세요?

김민 기자

입력 2020-11-24 03:00 수정 2020-11-24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김은진 국현 학예연구사
미술품 보존 교양서 펴내


김은진 학예연구사가 구본웅의 작품 ‘친구의 얼굴’을 가리키고 있다. 원래 더 옅었지만 배접으로 인해 지금의 색이 됐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미술품 보존가라 하면 딱 두 가지를 떠올려요. 일본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준세이, 영화 ‘인사동 스캔들’의 김래원. 사라진 그림을 감쪽같이 다시 만들어내는 줄 아는 분도 있죠. 막연한 환상 뒤의 실상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미술품 보존을 다룬 책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생각의힘)를 펴낸 김은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44)의 말이다. 13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만난 김 학예연구사는 과학고와 KAIST에서 공부한 전형적인 ‘이과생’이었다. 그러나 그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회화 보존을 공부하러 영국 뉴캐슬 노섬브리아대로 유학을 떠났다. 이과생은 왜 그림에 빠졌을까?

“어릴 때 그림을 곧잘 그려 사생대회에서 상도 받았어요. 예고를 갈 만한 형편은 안 됐고, 이과생이 가진 과학적 마인드를 예술 작품에 접목시킬 수 있는 것이 보존임을 알게 됐죠.”

그가 유학을 떠난 것은 1998년. 미술관이나 재야에서 일하는 복원가를 만나며 국내 현장에서 분야의 열악함을 알게 된 후 제대로 공부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책 속에 언급한 사례는 대부분 서양 근대 이전의 미술품이고, 구본웅이 그린 시인 이상의 얼굴 ‘친구의 초상’이나 백남준의 ‘다다익선’ 등 국내 작품도 다뤘다. 국내 복원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아서다.

“국내 작품들이 영국에 비해 젊은데 상태는 더 나쁜 경우가 많습니다. 10년 전 서승원 작품에서 물감층이 떨어져 다시 메웠는데, 나중에 작가로부터 ‘마스킹테이프를 붙였다 떼어내 물감을 일부러 떨어뜨린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깜짝 놀라 작품을 원상태로 돌려놓았어요. 그만큼 작품 관련 기록이 제대로 정리돼 있지 않아요.”

백남준의 ‘다다익선’ 복원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미술관은 태생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다익선을 철거하자는 의견도 나올 정도였죠. 그 가운데서 어떤 가치를 선택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과학이 매번 뚜렷한 답이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죠.”

그래서 그는 복원가가 하는 일의 성격이 작품을 고치는 ‘의사’에서 작품을 둘러싼 이해를 조정하는 ‘협상가’로 바뀔 것이라고 봤다.

“현대미술 영역이 넓어지면서 작품에 관여하는 사람도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작가는 물론 유족, 큐레이터와 설치 전문가 등 다양하죠. 각기 다른 요구 가운데 가장 나은 방향을 찾고 후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보존하는 것이 복원가의 일이 될 겁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