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무형경제 시대, 투자 관점도 달라져야

홍재근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수석연구위원

입력 2020-11-24 03:00 수정 2020-11-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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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근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수석연구위원
주식투자 환경을 예측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진다. 기술이 발전하고 환경, 인구구조, 국제정세는 끝없이 바뀌고 글로벌 정세는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 기존의 주식에 대한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은 참고 사항일 뿐이다. 테슬라를 보자. 블룸버그에 따르면 JP모건이 테슬라의 12개월 목표주가로 80달러를 제시할 때 도이체방크는 500달러를 전망했다. 회사의 관점에 따라 6배 이상의 목표치를 제시한 것이다. 테슬라뿐만이 아니다. 상당수 유망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주가수익비율’(PER) 등 전통적 방식을 사용하는 게 힘들어지다 보니 급기야 꿈의 크기를 고려하자는 ‘주가꿈비율’(PDR)까지 등장했다.

장기 고성장 종목에 대한 투자를 고민한다면 이제는 ‘무엇이 가치 측정을 어렵게 하는가’라는 답, 즉 본질을 탐구해볼 필요가 있다. 정량적 방법론에 앞서 경제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투자 철학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난 10년간 글로벌 증시를 이끈 힘은 기술기업의 혁신이었다. 110년 전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는 이제 일상이 됐다. 피아 구분도 무의미하다. “우리가 페이스북을 없앨 존재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그렇게 할 것이다.” 경쟁사 직원이 아닌 페이스북 직원들을 위한 핸드북에 쓰인 글이다. 스스로를 혁신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무겁고 거대한 유형자산보다 가볍고 유연하지만 모방하기 힘든 무형자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사업전략이다. 예를 들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활동, 기업문화, 디지털 역량 등 재무제표에 없는 조직적 자산의 역할이 컸다. 영국은행의 통화정책위원 조너선 해스컬은 저서 ‘자본 없는 자본주의’에서 이를 ‘무형경제의 부상’이라고 설명한다.

글로벌 경제의 패러다임은 이제 유형경제에서 무형경제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국내총생산(GDP) 중 무형자산 투자 비중이 유형자산을 넘어섰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종목의 주당 장부가액 중 유형자산 비중은 2014년을 기점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서고 지수 급등이 시작된 시점에 일어난 역주행이다. 경제성장에는 설비투자가 수반된다는 인식에 배치되는 현상이다.

안타깝게도 지난 10년간 코스피는 무형경제에 올라타지 못한 채 글로벌 증시와 탈동조화가 심화돼 이른바 ‘박스피’라는 오명도 얻었다. 유형경제의 함정에 갇힌 것이다. 다만, 최근 반전의 기류도 감지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삼으며 이른바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기업군이 주목받고 있다. 관련 기업의 상장도 이어지고 있다. 장기투자를 위해 이러한 흐름이 한국 증시 생태계를 무형경제 패러다임으로 이동시키는지를 잘 따져볼 시점이다.


홍재근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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