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에 중개수수료 폭탄…서민 울리는 중개료 개편하나

뉴시스

입력 2020-11-19 08:10 수정 2020-11-19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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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억원 전셋집 거래 땐 중개수수료 최대 640만원
급등한 집값·전셋값에 덩달아 부담 커진 중개료
'중개인' 없이 직거래 플랫폼 통한 거래도 증가
권익위, 9억 이상 세분화·취약층 감면 등 대안



#. 최근 서울 성북구로 이사를 한 김모씨는 6억5000만원 짜리 전세 계약을 하면서 중개수수료만 500만원을 냈다. 전세가격이 1년 사이 천정부지로 올라 예정에 없던 대출까지 끌어다가 전셋집을 겨우 구했는데 중개수수료까지 500만원에 달해 녹록치 않은 서울살이를 경험했다. 중개 보수는 상한선인 520만원 내에서 협의하게 돼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개인 사정을 얘기해 간신히 20만원을 깎은 게 500만원이었다. 김씨는 중개업소가 하는 역할에 비해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치솟는 집값과 전셋값과 함께 덩달아 오른 부동산 중개수수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계약 종류와 거래 금액에 따라 각각 다른 중개보수 요율을 적용하고 있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의 경우 1억원 이상~3억원 미만 거래는 거래금액의 최대 0.3%를, 3억원 이상~6억원 미만은 0.4%를, 6억원 이상은 0.8%를 적용하고 있다.

가령 5억원 짜리 전셋집을 구할 때 중개보수 상한은 200만원, 6억원 짜리를 전셋집을 거래할 때는 480만원이 중개보수 상한이 된다.

매매 계약의 경우엔 2억원 이상~6억원 미만 거래는 0.4%, 6억원 이상~9억원 미만은 0.5%, 9억원 이상은 0.9% 내에서 결정된다. 10억원 짜리 아파트 매매 계약을 맺는 경우 중개수수료는 최대 900만원이 된다.

특히 지난 9월 서울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2017만원을 기록하는 등 9억원 초과 주택 비중이 늘어나 덩달아 오른 중개수수료 부담도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와 매매 거래에 적용하는 상한요율이 달라 중개보수 역전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3억원 이상 6억원 미만 거래구간은 매매와 전세 중개보수가 0.4%로 같지만 6억원 이상 9억원 미만 구간은 임대 중개보수(0.8%)가 매매 중개보수(0.5%)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8억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할 경우 수수료는 최대 400만원이지만 동일한 금액의 전세계약을 할 때는 중개수수료가 최대 640만원으로 더 비싸다.

KB부동산 통계 기준으로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3677만원을 기록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급등하면서 중개수수료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또 정부가 중개수수료 요율을 상한요율로 정해 상한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조정하도록 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 중개업소들이 대부분 상한요율을 적용해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전세시장의 경우 수급 불균형으로 매물이 나오는 대로 사라지다 보니 동호수만 확인한 채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에 따라 중개업소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소개알선 밖에 없음에도 수백만원의 수수료를 취하는 게 폭리가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중개수수료 부담이 과도하다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한 청원인은 ‘주택가격에 비례해 책정되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체계 개편 요청’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부동산가격에 비례해 상승하는 고가의 중개수수료는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법으로 정한 상한요율도 원래 취지의 실효성이 떨어져 시장에서는 일방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3억원 주택과 9억원 주택 거래시 거래자가 중개업소로부터 받는 서비스의 차이가 없다”며 “금융지원, 세무상담, 보험알선 등의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진국과 달리 국내 부동산 중개인은 단지 거래 협력자로서 알선의 업무만 수행하고 있음에도 주택가격에 비례해 고가의 중개수수료를 취하고 있어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중개보수를 아끼려는 사람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기존 중개서비스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이 직거래 플랫폼에서 매물검색 후 계약서는 법률자문 등의 도움을 받아 중개인 없이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실제 직거래 플랫폼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경기·인천 아파트 직거래 매물은 1070건으로 작년 1월 736건에 비해 45.3% 증가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을 통해 부동산을 거래하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전월세 보증금 가격과 옵션 내용을 소개한 뒤 직거래 또는 부동산에서 계약할 상대방을 찾는다는 게시 글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정부도 중개수수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국토교통부와 국민권익위원회를 중심으로 최근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편 작업에 나섰다.

권익위는 지난 16일 토론회를 열어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중개수수료 개편 방안에 대해 대안을 제안했다. 9억 원이 넘는 집을 사고 팔 때 수수료율을 세분화하는 방안, 신혼부부와 청년세대 등 주거취약계층이 거래금액 6억원 이하의 임대차 중개거래시 수수료를 감면하는 방안 등을 내놨다.

또 12억원이 넘는 주택 거래의 경우 12억 이하 거래구간의 상한액에 더해 초과금액은 일정 요율을 따로 정해 적용하는 방안, 전체 거래금액구간에 대한 단일 요율제 또는 단일 정액제를 적용하는 방안 등도 내놨다. 주무부처인 국토부 김현미 장관도 지난 9월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중개수수료 제도 개선을 하게 되면 국회에서 많이 응원해 달라”고 말해 개편 작업을 시사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유선종 교수는 “부동산 중개사무소만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동호수 매칭 외에는 거의 없기 때문에 서비스 내용에 비해 중개보수의 수준에 대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눈높이를 만족시키는 중개서비스라는 관점에서 중개보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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