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한국 투자자, 美 상업부동산 시장 큰손 떠올라
뉴욕=유재동 특파원 , 박희창 기자
입력 2020-11-19 03:00 수정 2020-11-19 05:30
코로나 팬데믹-경기침체 우려에 美-유럽 투자자들 주춤하는 사이
한국 연기금-생보사 등 공격 행보
오피스 빌딩 등 1조7300억 투자
加-獨 이어 3위… 작년엔 10위
국민연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강타하던 5월 미국 부동산 운용사와 컨소시엄을 꾸려 뉴욕 부동산 투자를 단행했다. 맨해튼의 명소인 ‘다리미 빌딩’ 근처 원 메디슨 애비뉴 빌딩 재개발 프로젝트의 지분 49.5%를 약 5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한국의 기관투자가들이 최근 코로나19로 가격이 크게 내린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중국 등 다른 해외 투자자들이 주저하는 사이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감행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동산 시장 분석기관인 리얼 캐피털 애널리틱스 자료를 인용해 올 들어 9월까지 한국 투자자들이 15억6000만 달러(약 1조7300억 원) 상당의 미국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했다고 1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외국 투자자들 중 캐나다, 독일에 이어 3위(8.6%)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2억4000만 달러)에 비해 25.8%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한국은 10위(3.7%)에 불과했다. 중국의 경우 미국과의 갈등과 중국 내 자본 유출 관련 규제 때문에 미 부동산 투자가 침체기를 겪었다고 WSJ는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연기금과 생명보험사 등 한국의 기관투자가들은 장기 세입자를 받는 오피스 빌딩이나 물류 창고 등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최근 아마존에 임대된 로스앤젤레스 인근 창고 건물을 사겠다는 매수 제안 18개 중 절반인 9개가 한국 투자자들의 주문이다. 시애틀에 있는 6억 달러 상당의 한 오피스 건물에서도 한국 투자자들이 매수 주문의 3분의 1을 써냈다. 이 건물을 중개한 부동산 서비스회사 뉴마크의 국제자본시장 부문 대표인 앨릭스 포셰이 씨는 “한국 투자자가 가장 높은 가격을 써냈고 결국 매매 가격도 올랐다”며 “한국 투자자들은 평상시보다 경쟁이 덜한 미 시장에서 기회의 창을 얻었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주요 연기금 중 하나인 국민연금은 부동산 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2017년 24조8000억 원이었던 국민연금의 부동산 투자 규모는 올해 2분기 32조5000억 원으로 31% 증가했다. 국민연금은 2025년까지 부동산을 포함한 대체 투자 비중을 15% 안팎까지 늘릴 계획이다. 국민연금의 해외 부동산 투자 운용수익률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연 평균 10.83%를 기록했다.
한국 투자자의 투자 러시는 코로나19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도 원인이 됐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이에 기초한 환율 헤지 상품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한국 투자자들은 환 변동에 대한 큰 부담 없이 부동산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또 투자자들이 한국 내에선 부동산 투자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고 판단한 것도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로 풀이된다. 제프 프리드먼 메사웨스트캐피털 공동창업자는 “미국이나 유럽 투자자들과 달리, 한국 투자자들은 코로나19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중소 도시나 교외 지역의 오피스도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부동산에 대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상담도 이어지고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국내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산가들이 서울 강남에 아파트를 살 이유가 줄었다. 원-달러 환율까지 떨어지면서(원화 가치 상승) 미 부동산 투자로 시세 차익뿐만 아니라 환차익까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돼 출입국이 더 자유로워지면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박희창 기자
한국 연기금-생보사 등 공격 행보
오피스 빌딩 등 1조7300억 투자
加-獨 이어 3위… 작년엔 10위
한국의 기관투자가들이 최근 코로나19로 가격이 크게 내린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중국 등 다른 해외 투자자들이 주저하는 사이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감행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동산 시장 분석기관인 리얼 캐피털 애널리틱스 자료를 인용해 올 들어 9월까지 한국 투자자들이 15억6000만 달러(약 1조7300억 원) 상당의 미국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했다고 1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외국 투자자들 중 캐나다, 독일에 이어 3위(8.6%)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2억4000만 달러)에 비해 25.8%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한국은 10위(3.7%)에 불과했다. 중국의 경우 미국과의 갈등과 중국 내 자본 유출 관련 규제 때문에 미 부동산 투자가 침체기를 겪었다고 WSJ는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연기금과 생명보험사 등 한국의 기관투자가들은 장기 세입자를 받는 오피스 빌딩이나 물류 창고 등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최근 아마존에 임대된 로스앤젤레스 인근 창고 건물을 사겠다는 매수 제안 18개 중 절반인 9개가 한국 투자자들의 주문이다. 시애틀에 있는 6억 달러 상당의 한 오피스 건물에서도 한국 투자자들이 매수 주문의 3분의 1을 써냈다. 이 건물을 중개한 부동산 서비스회사 뉴마크의 국제자본시장 부문 대표인 앨릭스 포셰이 씨는 “한국 투자자가 가장 높은 가격을 써냈고 결국 매매 가격도 올랐다”며 “한국 투자자들은 평상시보다 경쟁이 덜한 미 시장에서 기회의 창을 얻었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주요 연기금 중 하나인 국민연금은 부동산 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2017년 24조8000억 원이었던 국민연금의 부동산 투자 규모는 올해 2분기 32조5000억 원으로 31% 증가했다. 국민연금은 2025년까지 부동산을 포함한 대체 투자 비중을 15% 안팎까지 늘릴 계획이다. 국민연금의 해외 부동산 투자 운용수익률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연 평균 10.83%를 기록했다.
한국 투자자의 투자 러시는 코로나19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도 원인이 됐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이에 기초한 환율 헤지 상품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한국 투자자들은 환 변동에 대한 큰 부담 없이 부동산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또 투자자들이 한국 내에선 부동산 투자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고 판단한 것도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로 풀이된다. 제프 프리드먼 메사웨스트캐피털 공동창업자는 “미국이나 유럽 투자자들과 달리, 한국 투자자들은 코로나19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중소 도시나 교외 지역의 오피스도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부동산에 대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상담도 이어지고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국내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산가들이 서울 강남에 아파트를 살 이유가 줄었다. 원-달러 환율까지 떨어지면서(원화 가치 상승) 미 부동산 투자로 시세 차익뿐만 아니라 환차익까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돼 출입국이 더 자유로워지면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박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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