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들여 국제전문용역까지 했는데”…정책 신뢰도 하락 우려에 ‘한숨’

뉴스1

입력 2020-11-18 06:16 수정 2020-11-18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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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평가 결과는 공항 건설 분야 세계 최고의 명성과 권위를 가진 ADPi가 5개 지자체 합의에 따라, 전문성에 기초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내린 최적의 결론입니다.”

지난 2016년 6월21일 국토교통부 발표 직후 국토부 홈페이지 한편에 개설된 ‘김해신공항 차근차근 알아보기’ 코너에 홍보된 내용이다. 정부는 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에 대해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전문기관”이라면서 평가 결과에 대해서는 “오직 전문성에 기초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분석을 했다”고 강조했다.

김해신공항으로 결정됐던 ‘영남권 신공항’ 사업이 지난 17일 또다시 엎어졌다.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안’을 백지화하기로 발표하면서다.

18일 정치권과 항공업계, 정부에서는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전문기관의 연구용역을 정부 스스로 홍보까지 해놓고 다시 뒤집는 행위가 국제 사회에서 정책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 내부에서는 이번 백지화를 두고 ‘정책 신뢰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별다른 변수 없이 이미 정해진 정책을 정부가 스스로 번복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김해신공항’에 대해 “경제적이고 편리하며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항 운영 모든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은 최적의 방안”이라고 홍보해왔다.

자칫 ‘정치권의 필요나 입맛에 따라 이미 정해진 정책도 뒤집을 수 있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제사회, 특히 항공업계에서 신뢰는 중요하다”라며 “ADPi라는 세계 최고 권위의 전문기관을 불러다 컨설팅 후 그 결과를 따르기로 하고 이제 와서 이를 다시 뒤엎는다는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토부가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위상 상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짚었다.

국토부는 지난 5월 2002년 이후 25년 만에 찾아온 ICAO 이사국 파트 상향 기회를 잡기 위해 별도 전담 조직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전략기획팀’을 신설·운영하고 있다.

국토부 입장도 곤란하게 됐다. 수년간 ‘김해신공항’의 적정성과 접합성에 대해 홍보하고 수십억원을 들여 기본계획을 검토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당시 1년에 걸친 ‘ADPi 연구용역’에만 19억2000만원이 들었다. 정부는 이 외에도 기본계획안 용역에만 30억원 이상이 들었고, 사전 연구용역까지 합하면 70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떼쓰면 된다’는 억지가 다른 정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 경제성이 부족하다고 강조해온 가덕신공항을 추진해야 하는 논리의 역설 등도 문제다.

2016년 ADPi의 조사 당시 장 마리 슈발리에 수석연구원은 가덕신공항에 대해 “국토의 남쪽 끝에 있어 접근성은 물론 건설비용이 많이 든다. 최종적인 결과로 봤을 때 자연적인 공항 입지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계획을 백지화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으니, 새로운 방안을 신속하게 결정 짓고 추진하는 데에 힘을 쓰겠다”면서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반대편에서 다시 해야 하는데 쉽지는 않겠다”고 걱정했다.

한편 국토부는 총리실 검증위원회의 김해 신공항 백지화 발표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검증위의 검증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후속 조치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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