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과 ‘철회’ 반복만 15년…선거만 되면 등장한 ‘동남권신공항’

뉴스1

입력 2020-11-17 14:45 수정 2020-11-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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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부에서 김해공항의 확장 이용으로 결론을 내렸던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정부 정책 신뢰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지난 15여년 간 추진과 철회를 반복해 온 신공항을 둘러싼 논란에 관심이 쏠린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는 17일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을 재검증해 사실상 ‘백지화’를 발표했다. 정부는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지난 1년8개월간 박근혜 정부에서 결론 내렸던 기본계획을 재검증해왔다.

대구·부산·울산·경북·경남 등 영남권 지역에 영향을 끼치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 논의는 2005년 처음 등장한 이후 선거마다 부침을 겪었다.

신공항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06년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토 지시다. 2007년 11월 건설교통부(국토교통부의 전신)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1단계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이듬해인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신공항 이슈는 본격적으로 정치 쟁점화됐다.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들고나오면서다. 이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3월 정부는 신공항 타당성과 입지 조사를 위한 2차 용역에 착수했다.

이를 토대로 2009년 12월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가 신공항 최종 후보지에 올랐다. 그러나 2011년 타당성 조사에서 비용 편익이 낮게 나온 데다, 지역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신공항 건설 계획은 한 차례 전면 백지화됐다.

신공항 이슈는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부활했다. 박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2012년 8월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하고, 취임 이후인 2013년 8월 영남권 항공 수요 재조사에 착수하면서다.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다시 심해지자 정부는 2016년 프랑스 전문 기업(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타당성 조사를 맡겼다. ADPi는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대신 기존 김해공항 확장안을 최적의 대안으로 결론 내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날 사실상 ‘백지화’ 발표가 나오면서 동남권 신공항 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신공항 이슈가 매번 선거와 맞물려 쟁점화되면서 ‘정치 논리’에 따른 결론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항공 분야 국제적 권위의 ADPi 결정을 뒤집는 이번 발표는 우리 정부의 정책 신뢰도를 의심하게 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관계자는 “정부가 핑계야 거창하게 대겠지만, 국제적 권위의 기관을 굳이 불러서 조사까지 다 하고 결정을 수용하다가 이제 와서 다시 못하겠다고 하는 게 해외에서 어떻게 보일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부 안에서도 ‘정책 신뢰’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렇게 때마다 왔다 갔다 하면, 누가 이걸(신공항) 맡아서 처리하려고 하겠느냐”고 했다.

그는 “지역에는 ‘떼쓰면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이번 일을 선례로 삼아 각자 자기 지역 이슈를 들고 반대하기 시작한다면 될 일도 안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 대신 가덕도 신공항으로 방향을 잡더라도 앞으로 추진 과정에서 또다시 번복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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