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달라지니 자신감 생겨”…근육운동으로 시니어모델 꿈 이룬 60대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기자

입력 2020-11-14 14:00 수정 2020-11-14 20:04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정년퇴직을 하기 전부터 ‘버킷리스트’를 준비했다.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고,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모델에도 도전해보자고. 100세 시대를 맞아 무작정 은퇴하면 삶이 혼란스러울 것 같았다. 6년 전 생업에서 은퇴를 한 뒤 취미생활을 하다 지난해 9월 시니어 모델에 도전해 적성을 찾았다. 모델에 적합한 몸을 만들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새 인생이 펼쳐졌다. 올해로 만 65세인 시니어 모델 권영채 씨는 근육운동을 체계적으로 하며 100세 시대를 새롭게 개척하고 있다.

‘버킷리스트’로 시니어모델을 시작한 권영채 씨는 지난해 9월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체계적으로 하며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고 있다. 권영채 씨 제공.


“은퇴를 하고 다시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다만 은퇴 전에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설계를 했다. 무턱대고 은퇴하면 아직 살아야 할 많은 날들이 고달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퇴 10년 전부터 악기를 배우고 버킷리스트도 만들었다. 그 버킷리스트를 하나하나 준비하다보니 시니어모델이 내 적성에 맞았고 몸만들기 위해 근육을 체계적으로 키웠더니 삶이 바뀌었다.”

은퇴한 뒤 가장 먼저 그동안 고생한 아내를 위해 프랑스 요리를 배웠다. 그는 “시간 있으니 집에서 봉사한다는 기분으로 음식을 했다. 5명인 손자손녀가 오면 함께 즐기기 위해 요리를 했는데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프랑스 요리를 공부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평소 소질이 있다고 들었던 그림을 배웠다. 학원에서 팝아트를 배웠고 정준호 남국옥분 등 알고 지내던 유명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권영채 씨는 100세 시대를 잘 살기 위해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근육운동으로 새 인생을 개척하고 있다. 권영채 씨 제공.


그리고 지난해 9월 모델에 도전하기 위해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이하 남예종) 시니어모델 2기에 등록했다. 그달 말 열린 미시즈 앤 시니어 모델 세계 대회에 출전했는데 골드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모델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 때부터 모델로서 자질을 키우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 첫 걸음이 웨이트트레이닝이다. 권 씨는 “모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몸도 잘 만들고 관리를 잘해야 했다. 그래서 먼저 몸을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권영채 씨(오른쪽)가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 2019년 6월 6일자로 소개된 임종소 씨와 포즈를 취했다. 권영채 씨 제공.


남예종 시니어모델 2기에서 만난 임종소 씨(76)의 조언으로 경기도 용인 메카헬스짐에 등록했다. 임종소 씨는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 2019년 6월 6일자에 소개돼 화제를 모았던 인물로 국내는 물론 영국 BBC 방송, 독일 ARD 방송에까지 소개됐고 지금은 시니어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임 씨는 “척추협착 탓에 휠체어를 타고 여생을 보낼 위기를 근육운동으로 벗어나게 됐다”며 메카헬스짐을 소개했다. 메카헬스짐 박용인 관장(58)은 국가대표 보디빌더 출신으로 1995년부터 후학들을 지도하며 일반인들에게도 근육운동을 보급하고 있다.

권 씨는 집이 서울 태릉이지만 지하철을 3번 갈아타며 2시간 가는 거리를 주 2회 왕복하며 근육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솔직히 건강을 위해 집 근처 헬스클럽에서도 운동을 하기도 했지만 임종소 씨를 보며 용인으로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결과적으로 잘한 결정”이라고 회상했다. 권 씨는 “아내가 집 근처에도 헬스클럽이 있는데 굳이 용인까지 가야 하느냐고 했다. 솔직히 왕복 4시간이면 시간이 아까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쪽으로 가야한다는 감이 왔다. 멀어도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보통 1시간 PT(퍼스널 트레이닝)를 받는데 난 멀리서 왔다고 1시간30분 PT를 받았다. 박 관장님이 잘 지도해 몸살 한번 안 나고 잘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수요일과 토요일 메카헬스집에서 체계적으로 근육을 키우고 평소에는 집에서 홈 트레이닝을 했다. 그는 올 4월 열린 WNC 시그니처 피지크 시니어 부문에서 2위를 했다. 10월 열린 WBC 피트니스 시니어 부문에서도 2위를 차지하는 등 시니어 부문에서 큰 두각을 나타냈다.

학창시절 운동선수 생활은 하지 않았지만 중학교 때 몸이 약해 합기도를 배우면서 운동은 언제나 그의 곁에 있었다. 토목전문가로 중동에서 16년을 보내면서도 운동으로 몸 관리는 계속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체계적으로 몸을 관리한 것은 처음이다.

권영채 씨(왼쪽에서 두 번째)가 한 피트니스대회에 출전해 입상한 뒤 메카헬스짐 박용인 관장(왼쪽에서 세 번째), 임종소 씨 등과 포즈를 취했다. 권영채 씨 제공.


“박용인 관장께서 대회 출전이란 확실한 목표 의식을 심어줬다. 그 목표를 위해 운동을 하다보니 성취감도 느꼈다. 솔직히 대회에 출전하려면 운동도 열심히 해야 하지만 먹는 것을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 힘들었다. 탄수화물을 거의 먹지 않고 단백질 위주로 먹는 게 쉽지 않다. 소주 한잔 하자는 친구들의 유혹도 뿌리쳐야 한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참고 훈련한 뒤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내니 해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너무 행복했다. 등산 할 때 산을 오르는 과정은 힘들지만 정상에 올랐을 때 느끼는 기분과 같다.”

권영채 씨가 10월 열린 WBC 피트니스 시니어 부문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그는 이 대회 시니어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각종 대회 시니어 부문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권영채 씨 제공.


보디빌딩 대회를 앞두곤 음식을 절제해야 한다. 권 씨는 아침에 당근 주스, 점심으로 닭 가슴살 220g과 고구마, 저녁에 기름기 없는 소고기 220g과 고구마로 해결했다. 이렇게 먹으며 운동해야 근육이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권 씨는 “보디빌딩 대회가 끝나자마자 중국집으로 달려가 자장면 곱빼기를 먹었다. 탄수화물을 참을 때 가장 생각나는 게 자장면이다”며 웃었다. 박용인 관장은 “권영채 선생님의 열정이 만든 결과다. 운동에 몰입하고 사생활을 억제하며 식단관리를 잘해 좋은 성적이 났다. 평소 운동으로 몸을 잘 관리한 것도 이렇게 단기간에 좋은 결과를 내는데 큰 도움이 됐다. 이젠 시대가 달라져 나이 들어서도 충분히 근육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영채 씨가 올 5월 열린 모델 대회(GOLD CLASS By Queen of the Asia 2020)에서 대상을 받았다. 권영채 씨 제공.


도전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모델로도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그는 올해 남예종 연극영화과 모델과에 입학해 이론과 실기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 5월 열린 대회(GOLD CLASS By Queen of the Asia 2020)에서 대상을 받았다. 9월엔 전통시장 모델 대회에서도 입상했다. 몸이 달라지고 각종 대회에서 상을 받으니 광고주들로부터 ‘러브 콜’도 와 광고도 몇 개 찍었다. 그는 “돈을 벌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내 몸을 잘 관리하고 차분히 준비하니 돈도 따라 왔다”고 했다.

“몸이 달라지니 자신감이 생겼다. 모델로 런웨이를 걸을 때도 그런 자신감이 자연스럽게 흘러 나왔다. 근육운동으로 체력이 좋아지면서 새로운 도전의식도 생겼다. 그저 버킷리스트로만 생각했던 시니어 모델이 이젠 내 남은 인생의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있다. 100세 시대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건강하면 어떤 일도 자신 있게 할 수 있다. 내겐 웨이트트레이닝이 삶의 큰 동력이다. 최선을 다해 건강한 미래를 계속 개척하겠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