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을 때입니다

이영훈 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0-11-13 03:00 수정 2020-11-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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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순복음교회

5월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베다니 광장에서 진행한 ‘코로나 19극복을 위한 굿피플 희망 나눔 박싱데이’ 행사.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이영훈 목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세계와 우리나라를 뒤덮고 있습니다. 공포와 절망이 이렇게까지 세계적으로 넓고 깊게 퍼진 적이 또 있었을까 싶습니다. 모든 국가의 경제상황에 비상이 걸렸고 수많은 사람이 생존과 생계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 사회가, 우리 가족이, 내가 이 어려운 시기를 무사히 통과해낼 수 있을까를 묻고 있습니다. 그러나 근심과 절망과 공포에 사로잡혀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희망을 찾아야 하고 이를 위해 절망의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때입니다. 과연 희망은 어디에 있습니까. 마틴 루서 킹 목사는 “우리는 유한한 실망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나 결코 무한한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희망은 말없이 노래하며 결코 중단되지 않는다”고 노래했습니다. 킹 목사와 디킨슨 시인이 희망에 대해서 한 말들은 그들의 깊은 종교적 신념에서 나왔습니다. 우리는 실망과 아픔과 고통 속에서도, 절망 속에서도 결코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 중에서 절망을 체험하지 않고 평탄한 삶을 살았던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아브라함에게는 100세가 될 때까지 자녀가 없었습니다. 야곱은 초년에는 떠돌이 인생을 살았으며 말년에는 기근으로 인해 굶어죽을 위기에까지 몰렸습니다. 다윗은 억울하게 모함을 당해서 지명수배범이 되어 쫓겨 다녔으며,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심판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고 영혼이 찢겨지며 망국의 고통을 겪었습니다. 바울은 엘리트 코스를 버리고 복음을 위해 매 맞고 끌려 다니면서 끝내는 목이 베이는 길을 걸어갔습니다.

그러나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들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희망을 발견했고, 그 희망을 누렸습니다. 성경은 절망 속에서 발견한 희망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희망을 모두가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에 소원을 품어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많은 분들이 무너져가는 사업장을 바라보면서, 막막한 앞날을 생각하면서, 삶에 절망하고 마음마저 무너져가고 있는 것을 생각할 때 가슴이 너무나 아픕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그동안 눈부신 발전의 뒷골목에 쌓아놓았던 우리 사회의 취약성과 아픔을 대낮 밝은 길에 쏟아놓았습니다.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삶에 대한 두려움과 공허함을 마음의 수면 위로 띄워 올렸습니다.

결국 우리가 쌓아올린 문명과 시스템은 우리의 발전과 생존을 보장해줄 만큼 튼튼하지 못하며, 결국 인간의 삶은 그렇게 강하고 안전한 것이 못 된다는 것을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통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인간의 삶과 사회에 대한 통찰은 이미 성경에 나와 있는 것이며 그에 대한 해결책 또한 성경이 2000년 전부터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그 해결책은 또한 기독교인이 자신의 실수와 허물에도 실천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온 메시지입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은 인류를 절망으로부터 구해주시기 위해서 값없이 은혜를 베풀어주셨으며 그 은혜와 구원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주어졌다는, 놀라운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십자가에서의 고통스러운 죽음이 끝이 아니라 부활의 새 아침과 새 소망이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절망 속에 주어진 이 희망을 받아들인 초기 기독교인들은 이 희망을 나누기 위해 로마인들이 아무런 법적 제약 없이 내다 버린 영아들을 데려다 키웠습니다. 서기 165년 로마 인구의 4분의 1이 사망하는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로마의 모든 관리와 의사들은 환자를 버려두고 떠났지만 당시 박해받던 기독교인들은 남아 전염병자들을 돌봐주었습니다. 251년에 다시 전염병이 퍼졌을 때도 절망에 빠져 도시를 빠져나간 로마인들을 대신해서 초기 기독교인들은 버려진 병자들을 간호하고 음식과 침상을 제공해줬습니다.

구한말 우리나라에 들어온 기독교 선교사들도, 한국교회도 같은 일을 했습니다. 시체를 내버리던 수구문 바깥으로 가서 가족들도 버릴 수밖에 없었던 전염병자들을 데려다가 씻기고 먹이며 치료해줬습니다. 전염병의 절망을 하나님의 희망으로 바꾸는 일을 했던 것입니다. 병원을 세워 환자들을 치료하고, 학교를 세워 자녀들을 미래의 일꾼으로 키워 냈습니다. 양반과 상놈의 인권차별적 신분구조를 깨고 천민조차도 하나님 앞에서 모두 평등함을 일깨웠습니다. 일본에 빼앗긴 나라를 다시 찾는 일에 앞장서 생명을 바쳐 헌신하게 했습니다.

만약 그동안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의 상처 입고 소외된 이웃을 잘 섬기지 못하고, 본래 한국교회가 나누고자 했던 예수 그리스도의 희망과 사랑을 잘 전달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우리 한국교회의 책임이고 아픔입니다. 한국교회는 이 점을 뼈아프게 반성하면서 코로나19 시대에 다시금 희망의 메신저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십자가의 죽음을 부활의 승리와 회복으로 바꿔주신 하나님의 희망이 있기에 우리의 삶에도 결코 꺼지지 않는 희망이, 등불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공허한 행복과 허전한 웃음에 만족하지 않고, 어둠과 공포와 아픔을 뚫고 다가오는 진정한 희망의 빛을 발견하도록 한국교회는 새로운 마음으로 사회를 섬기겠습니다.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자를 위한 사랑의 실천자로서의 사명을 잘 감당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영훈 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


▼ 코로나로 어려운 이웃에 ‘희망박스’ 전달 ▼

올 1월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모범적인 방역활동과 함께 세상에 희망을 주는 교회의 본질적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이 교회는 무엇보다 철저한 방역을 통해 내부에서 단 한 차례의 감염 사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국내 언론은 물론 미국 NBC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세계적인 언론사들이 교회의 방역 사례를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교회는 성도 수가 57만 명에 이른다. 이들이 외부 사회활동 중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경우 구역과 지역조직을 통해 빠른 자체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등 내부에서의 2차 감염을 차단하는 데 최선을 다해왔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올해 2월 대구와 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이 급증하자 긴급의료지원금 10억 원을 보내 현지에서 수고하는 의료진과 공무원들, 지역주민들을 위로했다. 그 후에도 연세의료원과 성애병원 등 교회가 꾸준하게 지원해온 병원에 코로나19 의료지원금으로 각각 1억 원을 전달했다.

온라인예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작은 교회가 적지 않았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두 달치 임대료를 앞장서 지원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5000가구에 ‘희망박스’를 전달하고, 경기도 안산의 재래시장을 찾아 지역 경제 회복을 위해 힘을 보탰다. 이곳에서는 이영훈 담임 목사와 박경표 장로회장을 비롯해 교회 성도들이 함께 ‘사랑의 장보기’ 행사를 가졌다. 재래시장 장보기 행사는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 ‘안산희망나눔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진행해왔다.

교회는 코로나19 초기에 대구에서 환자가 대거 발생해 병실 부족 현상이 우려될 때 수련원 시설을 경증 환자들을 위한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환자 급증이 우려될 때는 서울시의 요청을 받아들여 다시 수련원 시설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영훈 담임 목사는 “우리 교회는 국가적 재난이 닥칠 때마다 교회가 도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전통을 세웠다”며 “교회는 개인 구원의 기능을 사회 구원의 역할로 확대함으로써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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