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웃고, 함께 울며… 다시 빛과 소금으로

동아일보

입력 2020-11-13 03:00 수정 2020-11-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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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가평군 설악면 ‘생명의 빛 예배당’ 내부. 생명의 빛 예수마을 제공
부러진 갈대가 꽃이 되게 하소서




코로나의 폭풍이 휘몰아쳤을 때
갈대들의 마디마디가 부러졌고
우리는 그 갈대밭 사이를 걷고 있습니다
우리가 갈대가 되고 갈대가 우리가 되어
부러진 마디마디를 일으켜 세우려 해도
바람이 불면 다시 또 넘어지고 또 쓰러집니다
상한 갈대들끼리 서로 의지하며 다시 일어서려고 하지만
또 바람이 불어 쓰러진 채 더는 상심하여
일어설 의지마저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언제 봄이 오는 것입니까
우리의 다섯 번째 계절은 희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뭇잎들이 붉은 꽃을 이루는 가을이
두 번째 봄이라는 사실도 알면서도
정작 일어날 의지조차 없는 이유는 무엇 때문입니까
우리 모두 일어나기에 앞서
다시 한 번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빛은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는 우리의 눈빛이라는 사실을 알게 하시고
그 눈빛으로 함께 위로하며 보듬게 하소서
그러나 우리의 눈빛보다 더 소중한 것이
주님의 눈빛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게 하소서
그 생명의 눈빛을 바라보며
그 빛이 우리 눈동자들에 반사가 되어
그 빛으로 우리 모두가 서로를 부추기며 일어나게 하소서


그래도 우리의 힘이 부칠 때
당신의 손으로 그 부러진 마디마디를
쓰다듬어 주시고 일으켜 세워 주소서
그리고 다시 거센 바람이 몰아쳐 온다 해도
그때는 더 이상 갈대가 아닌 꽃이 되게 하소서
비록 바람에 흔들려 꽃잎이 떨어진다 할지라도
그 바람마저 사랑하고 포용할 수 있는 넉넉한 향기 되게 하소서
갈대가 꽃이 되고 꽃잎이 향기 되는 날
당신의 눈빛을 반사하였던
그 눈빛들이 가장 소중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소서


왼쪽부터 주기철 목사 (1897~1944), 손양원 목사 (1902~1950), 한경직 목사 (1902~2000), 방지일 목사 (1911~2014)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예장합동 총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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