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돌려막기… 옵티머스 5146억원중 1631억원 사라져

장윤정 기자 , 김형민 기자

입력 2020-11-12 03:00 수정 2020-11-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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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펀드 회계실사 결과 공개
3515억원만 최종 투자처 확인
투자자산중 ‘회수의문’이 83% 달해… 최악의 경우 투자원금 7.8%만 건져
NH증권은 “1100억 이상 회수 가능”


‘펀드사기의 종합판’으로 불리는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자산 5146억 원 중 1631억 원이 횡령, 돌려 막기 등을 통해 사라져 투자처를 추적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건질 수 있는 돈은 최악의 경우 투자 원금의 7.8%에 불과했다. 1억 원을 투자했다고 하면 9200여만 원을 날리고 780만 원 남짓을 건질 수 있다는 얘기다.

11일 금융감독원은 옵티머스 펀드 회계실사 결과를 공개하고 옵티머스 46개 펀드의 잔액 5146억 원 중 3515억 원에 대해서만 최종 투자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나머지 1631억 원은 횡령, 돌려 막기, 사채 이자, 운영비 등으로 사라져 실사 자체가 불가능했다. 수표 등으로 돈을 빼내 어디에 썼는지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펀드 자금만 1396억 원에 이른다. 금감원 관계자는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일부를 선물 투자에 활용하는 등 관계자들이 쓴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투자처가 확인된 3515억 원은 씨피엔에스, 이트리파라다이스 등 ‘파이프라인(도관기업)’ 역할을 한 회사들을 거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1277억 원), 주식(1370억 원), 채권(724억 원), 기타 투자처(144억 원)에 흘러간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 성적은 형편없었다. 투자한 PF 사업의 절반 이상(687억 원)은 인허가가 나지 않거나 잔금이 미지급돼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주식의 경우 S사 등 상장기업에 1226억 원, D사 등 비상장기업에 144억 원이 투자됐는데, 투자한 상장기업들의 대부분은 현재 상장 폐지됐거나 거래가 정지됐다. 주식들이 휴지조각이 된 셈이다.

회수 예상액을 따져 보기 위해 투자 자산들의 등급을 A등급(전액 회수 가능), B등급(일부 회수 가능), C등급(회수 의문)으로 나누어 평가했을 때 C등급이 2927억 원(83.3%)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A등급(45억 원)과 B등급(543억 원)은 16.7%에 불과했다. 금감원은 최종 적으로 펀드 잔액 5146억 원 중 예상 회수액은 최소 401억 원(7.8%)에서 최대 783억 원(15.2%)이라고 밝혔다. 최대한으로 건져도 투자 원금의 85%를 날리게 된다는 뜻이다.

금감원은 이번 실사 결과를 반영해 펀드 자산의 기준가격 산정을 위한 자율협의체 구성을 추진한다. 다만 기초자산의 권리관계가 불분명해 손해액이 확정되고 분쟁조정이 시작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옵티머스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은 이날 “객관적인 회계실사 결과는 인정한다”면서도 “자체 추산한 기준을 적용하면 전체 회수 금액은 1100억 원 이상까지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장윤정 yunjng@donga.com·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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