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대차노조 “조합원 권익 넘어 협력업체와 상생할 길 찾을때”

울산=김도형 기자

입력 2020-11-12 03:00 수정 2020-11-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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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노사정 미래포럼’서 진단
“고용변화 분석할 시기놓쳐” 자성
이달부터 ‘전기차 전환지도’ 마련, 내년 상반기 직무전환 교육에 활용
“7년간 정년퇴직 1만7000명 넘어”… 일자리 감소에도 유연 대응 시사


“회사와 대립하는 와중에 전기차로 인한 고용 변화를 분석할 시기를 놓쳤다.”

“조합원의 권익만 챙길 것이 아니라 회사, 협력업체까지 상생할 길을 찾을 때다.”

10일 오후 울산시청에서 열린 ‘제2차 울산 자동차산업 노사정 미래 포럼’에 참석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노사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이 자리에서 현대차 노조가 전기차 시대로의 대전환에 대해 ‘실기했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앞으로 노조의 이익에 매몰된 행태만 보일 게 아니라 협력업체, 지역사회까지 모두 감안한 상생활동을 해야 기업도, 일자리도 영속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내놓았다.

이날 포럼 헤드테이블에는 송철호 울산시장과 하언태 현대자동차 사장, 이상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사진)이 앉았다. 7월에 출범해 두 번째로 열린 이날 포럼의 주제는 ‘전환지도’였다. 전환지도는 거대한 산업 변화가 일어날 때 해당 사업장의 인력수요와 노동조건 등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분석하는 미래 전망도다.

독일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여러 산업에서 전환지도가 만들어졌다. 독일 상황에 대한 전문가들의 발표 이후에 단상에 오른 조창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기획실장은 “2000년 이후 현대차 노사 관계는 대립적인 경우가 많았다. 산업 변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 문제에도 반대만 앞세우면서 일감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영역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전기차 시대에는 엔진·변속기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 일거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을 노조가 외면한 채 맹목적인 일자리 유지로 일관하면서 대응할 타이밍을 놓쳤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외부자문위원회 등과 이달부터 전환지도 마련에 들어가 내년 5월까지는 결과물을 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조 실장은 “내년 상반기부터는 직무전환 교육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이기주의’에 대한 고민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조 실장은 “그동안 현대차 노조는 조합원 권익을 어느 기업보다 충실하게 지켜왔지만 이제는 부품사 등 협력사와 더불어 살아가지 않으면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올해 코로나19 사태 속에 중국산 부품 공급이 끊기자 국내 자동차 생산이 큰 타격을 받은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 실장은 “현대차 내부의 일자리 문제로 한정지을 게 아니라 부품업계와 지역사회 전체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계속 유지될 수 있느냐는 문제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현대차 노조는 내연기관차가 모두 전기차로 대체되면 조립공장의 공정이 15∼20%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부터 7년 동안 1만7000명 이상의 정년퇴직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필요인력 감소에 비교적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현대차 노조는 정년퇴직 인력만큼의 신규 고용을 주장해 왔지만 이를 수정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노조 측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내놓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같은 계획도 울산지역의 새로운 일자리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토론이 예정보다 길어지며 한 노조 관계자가 “전환지도가 구조조정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하자 하 사장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고용 불안이 있지만 이런 자리를 시작한 것만으로도 해결의 열쇠를 찾을 수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포럼 후 기자와 만난 이 지부장은 최근 현대차 노조의 변화 움직임에 대해 “산업이 변화하는데 고민하지 않으면 모두가 죽는다”며 “울산지역 발전과 고용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현대차 노조는 임금 동결에 합의하면서 2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마무리지은 바 있다.

울산=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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