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버터 없이 굽는 패티… “건강한 햄버거 맛보실래요?”

손택균 기자

입력 2020-11-10 03:00 수정 2020-11-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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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플리즈 이미진 대표
세계 3대 요리학교 뉴욕 CIA출신
“건강 해치지 않는 햄버거 만들고파”
매일 아침 시장서 그날 쓸 채소 준비


이미진 버거플리즈 대표는 “이익을 남기면서 요리의 질을 유지하는 건 여러모로 어렵지만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라고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햄버거는 신선한 재료로 깔끔하게 조리해도 ‘건강에 나쁘다’는 선입견을 걷어내기 어려운 음식이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내놓는 햄버거에는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 붙곤 한다.

세계 3대 요리학교인 미국 뉴욕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를 졸업하고 귀국한 이미진 버거플리즈 대표(30) 역시 2년 전 자신의 식당 메뉴를 햄버거로 정할 때 이런 선입견을 고민했다. 이 대표는 “내 요리에 대해 타인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나 자신의 판단보다 더 중요하게 여겼다면 손대지 못했을 메뉴”라고 했다.

“몸에 좋은 음식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가격을 부풀리지 않고도 건강에 해롭지 않은 맛있는 햄버거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먹을 때 즐거워지는 음식이니까요.”

특별한 비결은 없다. 서울 여의도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이 대표는 매일 아침 시장에 나가 그날 쓸 채소를 준비한다. 소고기도 그날 쓸 분량만 분쇄하고 토마토와 배합해 패티를 만든다. 육즙에 젖어도 무너지지 않는 전용 햄버거빵은 10대 때 즐겨 먹던 여의도 빵집 ‘브레드피트’와 함께 개발한 것을 쓴다.

“시중의 빵은 너무 푸석하거나 반대로 너무 쫄깃했어요. 아무래도 성에 안 차서 일면식 없던 사장님을 찾아가 무턱대고 부탁을 드렸죠. ‘학교 다닐 때 날마다 우유크림빵 사먹었다’고 하니 재미있다며 응해 주셨습니다. 여러 번 시도한 끝에 적당한 단맛과 부드러운 목 넘김의 질감을 가진 빵을 만들 수 있었어요.”

이 대표의 롤모델은 외식사업가인 부친과 유학 시절 수습생으로 일하며 인연을 맺은 임정식 정식당 대표다. 그는 “요식업은 이익이 전부가 아니라고 배웠다. 사람들을 기쁘게 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과정이 즐겁지 않다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토마토 가격이 급등해 프랜차이즈 햄버거점들이 토마토를 뺐을 때 이 대표는 손해를 감수하고 레시피를 유지했다. 당연한 기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패티를 구울 때 팬에는 기름이나 버터를 두르지 않는다. 불필요한 기름기를 더해 재료의 향을 감출 까닭이 없어서다. 약간 식은 뒤 먹어보면 무엇이 다른지 확인할 수 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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