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참전 피아노 거장의 ‘특별한 레슨’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0-11-10 03:00 수정 2020-11-10 03:00
세계적 피아노교육가 번스타인
오산 공원서 영상 마스터클래스
“참전군인-가족에 바치는 연주”
바흐의 칸타타 ‘하나님의 시간은 늘 최상의 시간이로다’의 피아노 편곡 연주가 잔잔히 화면에 흘렀다. 9일 오전 경기 오산시 죽미령 평화공원 내 스미스평화관. 세계적인 피아노 교육가 세이모어 번스타인(93)의 온라인 마스터클래스 현장이었다.
오산시가 주최한 이 마스터클래스는 번스타인의 뉴욕 자택과 스미스평화관을 화상으로 연결한 가운데 김경석 군(서울예고 3년), 이우림 양(오산 원일초 3년) 등 예비 피아니스트 네 명이 연주하고 영상으로 레슨을 받는 형태로 진행됐다. 피아니스트 안인모가 사회를 맡아 진행을 도왔다.
번스타인은 23세에 미군에 입대해 1951년 4월 전쟁 중인 한국에 파병됐다. 1년 반 동안 경기 파주 연천 등 최전선에서 100회가 넘는 위문공연을 펼쳤다. 마스터클래스 직전 영상으로 공개된 뉴욕 자택 인터뷰에서 그는 낡은 일기장을 펼치며 “1951년 8월 26일 ‘아베마리아’ 연주 중 지옥이 열렸다. 곡사포 탄환이 주변에 쏟아졌고 피아노 연주는 그 배경으로 물결처럼 울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1977년 연주 일선에서 물러나 뉴욕대 교수로 재직하며 ‘쇼팽 연주해석’ 등 연주자들의 필독서를 저술하는 등 피아노 교육에 큰 영향을 끼쳐 왔다. ‘비포 선 라이즈’의 주연 배우 이선 호크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2014년)로 87세 나이에 조명을 받기도 했다.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세이모어라고 부르세요”라며 마스터클래스의 문을 연 그는 참가자 네 명의 연주를 차례로 들은 뒤 피아노 터치의 기본적인 이해에서 시작해 강약과 빠르기, 페달을 이용한 레가토(음 잇기) 등 두 시간 동안 거침없이 가르침을 이어갔다. 마스터클래스와 헌정연주를 마친 그는 네 예비 피아니스트들에게 마지막으로 “악보에 있는 것을 먼저 지식으로 알고 정서적으로 이해한 뒤에 마지막으로 몸이 익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90세가 넘자 세상에 무엇을 남길지 생각이 많아집니다. 주변에 물어봐도 마땅한 대답이 없어요. 결국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기여하는 것’이며, 내가 할 수 있는 기여는 음악도들이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오산 공원서 영상 마스터클래스
“참전군인-가족에 바치는 연주”
6·25전쟁 참전 피아니스트인 93세 노장 번스타인이 온라인 마스터클래스를 마친 뒤 한국 음악도 네 명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산시 유튜브 채널 캡처
“세계 곳곳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해 목숨을 잃은 군인들, 또 이들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 연주를 바칩니다. 이분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한국이 전쟁의 아픔을 딛고 오늘과 같은 발전을 이루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 또한 군인이었으므로 이런 기회를 갖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바흐의 칸타타 ‘하나님의 시간은 늘 최상의 시간이로다’의 피아노 편곡 연주가 잔잔히 화면에 흘렀다. 9일 오전 경기 오산시 죽미령 평화공원 내 스미스평화관. 세계적인 피아노 교육가 세이모어 번스타인(93)의 온라인 마스터클래스 현장이었다.
오산시가 주최한 이 마스터클래스는 번스타인의 뉴욕 자택과 스미스평화관을 화상으로 연결한 가운데 김경석 군(서울예고 3년), 이우림 양(오산 원일초 3년) 등 예비 피아니스트 네 명이 연주하고 영상으로 레슨을 받는 형태로 진행됐다. 피아니스트 안인모가 사회를 맡아 진행을 도왔다.
번스타인은 23세에 미군에 입대해 1951년 4월 전쟁 중인 한국에 파병됐다. 1년 반 동안 경기 파주 연천 등 최전선에서 100회가 넘는 위문공연을 펼쳤다. 마스터클래스 직전 영상으로 공개된 뉴욕 자택 인터뷰에서 그는 낡은 일기장을 펼치며 “1951년 8월 26일 ‘아베마리아’ 연주 중 지옥이 열렸다. 곡사포 탄환이 주변에 쏟아졌고 피아노 연주는 그 배경으로 물결처럼 울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1977년 연주 일선에서 물러나 뉴욕대 교수로 재직하며 ‘쇼팽 연주해석’ 등 연주자들의 필독서를 저술하는 등 피아노 교육에 큰 영향을 끼쳐 왔다. ‘비포 선 라이즈’의 주연 배우 이선 호크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2014년)로 87세 나이에 조명을 받기도 했다.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세이모어라고 부르세요”라며 마스터클래스의 문을 연 그는 참가자 네 명의 연주를 차례로 들은 뒤 피아노 터치의 기본적인 이해에서 시작해 강약과 빠르기, 페달을 이용한 레가토(음 잇기) 등 두 시간 동안 거침없이 가르침을 이어갔다. 마스터클래스와 헌정연주를 마친 그는 네 예비 피아니스트들에게 마지막으로 “악보에 있는 것을 먼저 지식으로 알고 정서적으로 이해한 뒤에 마지막으로 몸이 익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90세가 넘자 세상에 무엇을 남길지 생각이 많아집니다. 주변에 물어봐도 마땅한 대답이 없어요. 결국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기여하는 것’이며, 내가 할 수 있는 기여는 음악도들이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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