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50주기’ 노동환경 좋아졌나…41% “그렇지 않다”

뉴시스

입력 2020-11-09 16:04 수정 2020-11-0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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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직장인 1000명 설문 발표
1970년比 현실…47% '개선'·41.6% '유지'
개선 응답 간극…비정규 "노동 불안정해"
1달 휴일 8.25일…절반 "원한 날 못 쉬어"
1일 근무 8.05 시간…'일 바빠' 초과 근무



전태일 50주기를 나흘 앞둔 노동 환경의 불평등 심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방향의 설문조사 결과가 9일 발표됐다. 현재의 체감 노동 환경은 1970년대 보다 개선됐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비정규직에게는 불안하며 불이익하다는 방향으로 수렴한다.

이날 직장갑질119가 발표한 ‘전태일 50주기 직장인 인식조사’에 따르면 과거 대비 노동 환경 개선에 대한 관점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만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2~26일 온라인 설문을 통한 조사결과를 분석한 내용이다. 설문은 과거 전태일 열사가 진행한 조사를 현재에 맞게 재해석해 진행했다고 한다.

1970년 대비 현재 노동 현실이 나아졌는지에 대한 물음에 대해 ‘좋아졌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전체 46%로 나타났다. 삶과 처우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응답은 41.7%였다. 5.2%는 오히려 악화됐다고 답했다.

노동 환경이 개선됐다는 응답을 분석해 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극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긍정적 답변을 한 정규직은 51.5%로 절반을 넘은 반면, 비정규직은 37.8%에 불과했다.

특히 비정규직은 현재와 미래의 노동 환경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비정규직의 경우, 절반 이상이 현재 직장 고용 상태를 불안정하다고 했고 향후 근로조건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들의 한 달 휴일은 평균 8.25일이었다. 그런데 휴일이 8일 미만이라는 응답 비율을 보면 정규직 21.3%와 비정규직 28%, 공공기관 종사 7.8%와 5인 미만 사업장 종사 29% 등으로 차이가 있었다.

또 전체 응답 가운데 원하는 날 쉰다는 응답은 45.2%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원하는 날 쉬지 못하는 사유로는 회사 규칙, 수당, 기업주 강요 등이 거론됐다.

원하는 날 쉰다는 유형은 남자·정규직·사무직·공공기관 및 민간기업 300인 이상·고임금 노동자 군에서 많았다. 여성·비정규직·서비스직·중소기업·저임금 노동자 군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한다.
하루 평균 근무 시간은 8.05시간으로 집계됐는데, 8시간을 초과한 근무를 하게 되는 경우 주된 사유로는 절반 이상이 ‘일이 바쁘기 때문’이라는 응답에 손을 들었다.

이외 수당을 위해 초과 근무를 한다는 응답이 30%였는데, 이 가운데 비정규직이 49%에 달했고 정규직은 2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근로기준법 준수에 대한 체감을 묻는 질문에는 64.5%가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긍정 답변은 상대적으로 상용직, 사무직에서 많이 나왔다.

고용노동청이 노동자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53%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다만 세부적으로 여성, 비정규직,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 등에서는 부정적인 답변이 우세했다.

고용노동청과 근로감독관을 신뢰하는지에 대해서는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8.4%로 우세했다. 아울러 우리 정치가 전태일의 유언을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63.2%가 그렇지 않다고 바라봤다.

직장갑질119는 “50년 전 전태일 동료들의 불안과 고통은 2020년 일터의 약자들에게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며 “정부가 할 일은 삶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비정규직의 고통은 특수고용 노동자 상대 노조 활동 보장, 원청 사업주에 대한 사용자 책임 적용,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 도입 등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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