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교역질서 안정화’ 추구… 통상 활성화 기대

세종=송충현 기자 , 세종=남건우 기자

입력 2020-11-09 03:00 수정 2020-11-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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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드노믹스]국제통상 ‘불확실성’ 해소 전망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미국 우선주의’가 퇴조하고 국제법과 다자주의를 근간으로 한 세계 경제 질서가 복원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제통상 환경을 지배하던 불확실성이 걷히면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중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큰 틀에서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여 한국이 미중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불확실성 걷힌 통상 환경

8일 한국무역협회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국내 통상 전문가들은 바이든 후보의 당선에 따른 가장 큰 변화로 ‘국제통상 환경의 안정성 강화’를 꼽았다.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다자주의 핵심인 국제기구를 흔들고, 보복관세로 중국 유럽 같은 주요 교역국을 압박하는 등 각종 돌발 행동으로 글로벌 교역 질서를 뒤흔들었던 ‘트럼프 체제’에 비해 국제통상 환경이 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설송이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수석연구원은 “바이든과 트럼프의 통상 공약이 전체적인 틀에선 크게 다르지 않지만 바이든의 경우 조금 더 규범을 중요시하고 일관적인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통상 질서가 안정화되면 글로벌 교역이 활발해져 한국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대규모 재정투입을 통한 내수 회복 정책과 통상 환경 안정의 영향으로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0.6∼2.2%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봤다. 대한상공회의소 자문위원인 정혁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자유무역 기조가 전처럼 살아나지 않더라도 국제무역 질서의 돌발 변수가 발생할 불확실성이 줄며 국제무역이 전반적으로 활성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대중 압박 장기화는 불안 요소



중국을 대상으로 한 강경책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인 역시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자국 기업과 자국산 상품을 보호하는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서도 바이든 당선인은 강경한 태도를 보여 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처럼 일방적 보복 관세 등 직접적인 제재를 가하는 대신 동맹국과의 연합을 통한 대중 견제 전략을 취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간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식 고율 관세 부과가 중국의 보복 관세로 이어지며 미국 농가가 큰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해 왔다.

문제는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동맹국과 협력 체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이 동맹국인 미국과 수출의존도가 25%에 이르는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난감한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견제를 위한 공조에 한국이 참여하면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때처럼 중국의 보복 조치가 우려된다”며 “미중 갈등 악화로 중국의 수출이 불안정해지는 것은 한국에 부정적”이라고 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중국 견제 수단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하는 것도 한국 경제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CPTPP에 가입하면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 체제에 편입되지만 회원국인 일본과의 무역 적자가 심화하는 등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CPTPP 가입은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기회를 늘리지만 농수산물 추가 개방 요구가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이 경제 공약으로 내건 미국산 우선 구매, 국내 산업 보조금 등 자국 산업 보호 정책과 친환경 친노동 기조도 한국 수출 기업에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남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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