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경력 150년’ 연출가-배우-작가 뭉쳤다
김기윤 기자
입력 2020-11-06 03:00 수정 2020-11-06 03:00
한태숙-손숙-정복근 의기투합
연극 ‘저물도록 너…’ 19일 무대 올려
“치열하게 싸우며 만든 작품”
인생 경력 220년, 연극 경력 150년.
경기 수원시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19일 개막하는 경기도극단의 신작 연극 ‘저물도록 너, 어디 있었니’에서 연출가 한태숙(70), 배우 손숙(76), 작가 정복근(74)이 의기투합했다.
‘저물도록…’은 집을 나간 운동권 딸을 찾아 헤매는 한 고위 공직자의 아내 ‘성연’을 통해 ‘존재는 사라져도 기억은 남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5일 만난 세 사람은 “조곤조곤하게 대신 지독하고 치열하게 싸우며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한 연출가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디테일과 방향성을 논할 때만큼은 날카롭게 토론했다”며 “특히 진보와 보수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달라 육탄전만 안 했을 뿐, 세 시간씩 다퉜다”며 웃었다. 정 작가가 극의 주제를 원칙적으로 흔들림 없이 표현하려 했다면, 한 연출가는 극의 리듬과 서사를 유연하게 흔들고 싶어 했다.
이 작품은 정 작가가 오랫동안 다듬어 왔다. 큰 야망 없이 보통 사람으로 살던 중년부부의 삶이 사회 문제 앞에 어떻게 무너지는지 세밀하게 그렸다. 정 작가는 “사회가 늘 싸우고 갈등하다 여기까지 왔는데 과연 지금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지 생각했다. 진영 갈등이 심한 오늘날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했다.
손 씨는 성연이 마주치는 낯선 여자 ‘지하련’을 맡는다. 성연에게 불안함, 초조함과 동시에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인물이다. 그는 “매년 한두 편씩 연극을 해왔어도 선 굵은 작품에 대한 갈증이 컸다. ‘악바리’인 한 연출가, 정 작가와 함께한다고 해서 ‘얼씨구나 좋다’며 연습을 시작했다”고 했다.
세 사람의 의기투합은 경기도극단 단원들에게도 큰 자극이 됐다. 단원들은 “매일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기분인데 하산할 때 얼마나 뿌듯할지 궁금하다”는 반응이다. 한 연출가는 “연극은 신비한 생존력이 있다. 이념 갈등이 불거진 2020년이 훗날 어떻게 기록될지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고 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연극 ‘저물도록 너…’ 19일 무대 올려
“치열하게 싸우며 만든 작품”
한태숙 연출, 정복근 작가, 손숙 배우(왼쪽부터)는 “10년 후에는 우리 셋을 조합한 귀한 그림이 없지 않겠나. 모두 새로운 출발점에 선 기분”이라고 말했다. 경기아트센터 제공
인생 경력 220년, 연극 경력 150년.
경기 수원시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19일 개막하는 경기도극단의 신작 연극 ‘저물도록 너, 어디 있었니’에서 연출가 한태숙(70), 배우 손숙(76), 작가 정복근(74)이 의기투합했다.
‘저물도록…’은 집을 나간 운동권 딸을 찾아 헤매는 한 고위 공직자의 아내 ‘성연’을 통해 ‘존재는 사라져도 기억은 남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5일 만난 세 사람은 “조곤조곤하게 대신 지독하고 치열하게 싸우며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한 연출가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디테일과 방향성을 논할 때만큼은 날카롭게 토론했다”며 “특히 진보와 보수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달라 육탄전만 안 했을 뿐, 세 시간씩 다퉜다”며 웃었다. 정 작가가 극의 주제를 원칙적으로 흔들림 없이 표현하려 했다면, 한 연출가는 극의 리듬과 서사를 유연하게 흔들고 싶어 했다.
이 작품은 정 작가가 오랫동안 다듬어 왔다. 큰 야망 없이 보통 사람으로 살던 중년부부의 삶이 사회 문제 앞에 어떻게 무너지는지 세밀하게 그렸다. 정 작가는 “사회가 늘 싸우고 갈등하다 여기까지 왔는데 과연 지금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지 생각했다. 진영 갈등이 심한 오늘날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했다.
손 씨는 성연이 마주치는 낯선 여자 ‘지하련’을 맡는다. 성연에게 불안함, 초조함과 동시에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인물이다. 그는 “매년 한두 편씩 연극을 해왔어도 선 굵은 작품에 대한 갈증이 컸다. ‘악바리’인 한 연출가, 정 작가와 함께한다고 해서 ‘얼씨구나 좋다’며 연습을 시작했다”고 했다.
세 사람의 의기투합은 경기도극단 단원들에게도 큰 자극이 됐다. 단원들은 “매일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기분인데 하산할 때 얼마나 뿌듯할지 궁금하다”는 반응이다. 한 연출가는 “연극은 신비한 생존력이 있다. 이념 갈등이 불거진 2020년이 훗날 어떻게 기록될지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고 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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