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 상장 연기 후폭풍… 마윈 재산 하루새 3조 증발

강유현 기자

입력 2020-11-05 03:00 수정 2020-11-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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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정책 비판 이후 상장 이틀앞 제동
뉴욕증시 알리바바 주가 8% 폭락
오너-中공산당 리스크 부각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상장이 무기한 연기됐다. 창업주 마윈(馬雲)의 당국 비판 발언 이후 중국 정부가 금융 규제를 강화하자 상장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와 홍콩증권거래소는 3일 밤(현지 시간) 공고문을 내고 5일로 예정된 앤트그룹의 상장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당초 중국 1위 모바일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를 앞세운 앤트그룹은 두 증시에서 총 340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었다. 기존 세계 최대 기업공개(IPO) 기록인 아람코(294억 달러)를 능가하는 규모였다.

지난달 24일 상하이 와이탄(外灘) 금융서밋에서 마윈이 “가장 큰 위험은 위험을 ‘제로(0)’로 만들려는 것”이라며 핀테크 기업 입장에서 금융당국의 안정 지향적 정책을 비판한 뒤에 상황이 급변했다. 중국 금융당국은 이달 3일 마윈을 소환한 뒤 인터넷 대출회사를 대상으로 △고객 1명에게 최대 30만 위안 이상, 연봉의 3분의 1 초과 대출 금지 △등록된 성(省) 밖에서 영업금지 등의 규제 철퇴를 내렸다.

이 규제는 앤트그룹에 치명적이었다. 상장 계획도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주요 수익원이 알리페이에서 소액 대출과 보험, 자산관리상품 등 디지털 금융사업으로 옮겨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 매출에서 전자결제(알리페이) 비중은 2017년 55%에서 올해 상반기(1∼6월) 36%로 떨어진 반면, 소액대출 비중은 25%에서 39%로 늘었다. 3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8.13% 폭락했다. 알리바바 시가총액은 750억 달러(약 85조7000억 원) 증발했다. 마윈의 보유 지분(4.2%) 가치도 30억 달러(3조3900억 원)가량 줄었다.

이번 사건으로 앤트그룹이 직면한 ‘오너 리스크’와 ‘중국 공산당 리스크’도 부각됐다. 마윈이 2018년 9월 은퇴 선언을 했을 때도 정치권 외압설이 제기됐다. 앤트그룹이 중국 1위 핀테크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시 상장이 추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동식 한국투자신탁운용 상하이사무소장은 “앤트그룹은 6개월 이내 재상장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과열된 분위기가 진정되고 공모가가 낮아지면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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