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시가, 시세 90%로 높여… 6억이하는 3년간 稅감면

이새샘 기자 , 김호경 기자 , 조윤경 기자

입력 2020-11-04 03:00:00 수정 2020-11-0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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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공시가 현실화 방안 확정



정부가 공동주택(아파트) 공시가격을 2030년까지 시세의 90%로 높이는 방안을 확정했다. 토지는 2028년까지, 단독주택은 2035년까지 시세의 9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정부는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시가격 6억 원(시세 9억∼10억 원) 이하 주택은 내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재산세율을 낮추기로 했다.

올해 기준 1주택자 보유 주택의 95%가 재산세 인하 대상이다.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시가격을 ‘현실화율’이란 자의적 잣대로 조정하면서, 선거 등을 앞두고 일부에게만 재산세를 감면해주는 ‘편 가르기’를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 15억 원 이상 아파트는 2025년 90%로

3일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등은 정부세종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과 ‘재산세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공시가격 90%의 달성 기간을 공동주택은 10년, 단독주택은 15년, 토지는 8년으로 제시했다.

공동주택의 경우 시세별로 공시가격 90% 달성 기간을 차등화했다. 현재 시세 대비 평균 68.1% 수준인 9억 원 미만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2030년까지 90%로 올린다. 9억 원 이상 15억 원 미만 아파트는 2027년까지, 15억 원 이상 아파트는 2025년까지 각각 90%로 끌어올린다.

세 부담이 커지는 대신 1주택자가 보유한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재산세율을 내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과세표준 구간별로 0.05%포인트씩 인하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한 채당 연간 최고 18만 원까지 재산세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공시가격 6억 원(시세 9억∼10억 원) 이하 주택은 1주택자 보유 주택(1086만 채)의 약 94.8%(1030만 채)에 이른다. 재산세 부과 대상 주택(1873만 채)의 절반이 넘는다. 감면율은 공시가격에 따라 22.2∼50%로 총 감면액이 연간 4785억 원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2023년까지 특례로 세율을 인하하고 이후 연장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감면 혜택을 받는 서울 노원구의 시세 3억 원 주택은 올해 보유세가 총 15만4000원 나왔지만 내년에는 9만4000원으로 줄어든다. 이후 2023년까지 9만7000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친다. 반면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서울 마포구의 시세 15억 원 주택은 보유세가 내년 306만5000원에서 2023년 408만4000원으로 늘어난다.

이처럼 감면안이 확정되면서 9억 원 초과 고가 주택과 그 외 주택 간 형평성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현실화 계획에서 고가 주택 공시가격을 더 빨리 인상(15억 원 초과 주택은 2025년까지 현실화율 90%)하기로 했지만, 세율 인하 혜택은 그 외 주택이 보게 되면서 중저가 주택과 고가 주택 간 보유세 격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벌어지게 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투기 방지를 명목으로 종합부동산세 등 고가 주택 보유세를 대폭 올린 상황에서 또다시 고가 주택 중심으로 증세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정치적인 고려를 바탕으로 ‘세원은 넓게 하되 세율은 낮추라’는 기본적인 상식에서 벗어난 정책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저가 주택 대상의 세금 감면은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해 늘어나는 총 세수에 비하면 별 의미가 없다”며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가 최근 9억 원 이상 고가 주택 공시가격을 크게 끌어올려 올해 주택에 대해 부과되는 부동산 보유세는 지난해보다 7600억 원 증가한 6조6000억 원에 이른다.

○ 공시가격 산정 신뢰도 높여야

공시가격 인상의 근거와 파급 효과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깜깜이 인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초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용역보고서에 공시가격 인상이 각종 조세와 복지제도 등에 미칠 영향도 전망하도록 했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세금·준조세·부담금 60여 종을 매기는 기준으로 쓰일 만큼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발표에서 공시가격 조정이 조세와 복지에 미칠 영향과 그에 대한 대책은 빠졌다.

공시가격 산정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을 시세 대비 낮게 책정하는 것은 시세가 하락하거나 공시가격 산정이 잘못돼 실제 자산가치보다 더 높은 세금을 내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은 전문가가 부동산의 가치를 평가해 얼마라고 표현하는 일종의 의견”이라며 “고작 10%포인트의 오차범위로는 각종 오류나 이의 제기를 막을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증세(增稅)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공시가격 산출 과정에 대해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방안은 조세 저항만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김호경·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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