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바엔 집 사자”…전세난에 서울 외곽 중저가 아파트값 ‘들썩’

뉴시스

입력 2020-11-03 06:43 수정 2020-11-03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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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70주 연속 상승…전세수요 매매로 전환
임대차법 시행 석 달, 아파트 중위값 5억 넘어



“전셋집을 구하려고 온 손님들이 정작 전셋값과 매맷값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매매로 돌아서고 있어요.”

지난 2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아파트 단지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주택임대차시장과 관련한 뉴시스 취재진의 질문에 “전셋집만 찾던 세입자들이 전세난 지쳐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서울에서 소형 평형 전세 매물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을 정도”라며 “전세 수요는 많은데 매물이 아예 없어 전셋값이 오르고, 집값도 덩달아 오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70주 연속 상승하는 등 전세대란이 현실화한 가운데 9억원 이하의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서울 외곽지역에서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는 등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치솟는 전셋값과 전세 매물 부족에 따른 최악의 전세난을 견디지 못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노원·도봉·강북·중랑구 등 서울 외곽지역의 중저가 아파트 매수에 나서면서 집값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수요자에게 최악의 경우인 전셋값과 매맷값 동반 상승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전세대란이 계속될 경우 중저가 아파트를 매매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전셋값 상승이 매맷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지난달 26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0% 올랐다. 성북구(0.11%)는 돈암·정릉·하월곡동 등 역세권 단지를 중심으로 올랐고, 노원구(0.10%)는 상계·중계동 등 상대적 가격수준 낮은 단지 위주로 상승했다. 또 금천구(0.12%)는 가산·독산동 신축 단지 위주로, 구로구(0.07%)는 구로·고척동 역세권을 중심으로 오름세를 기록했다. 이 밖에 도봉구(0.06%→0.09%), 강북구(0.06%→0.08%), 은평구(0.06%→0.07%) 등도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0.01% 상승해 전주와 같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중랑구(0.03%)는 묵동 대단지와 신내동 구축 위주로, 노원구(0.02%)는 중계동 일부 신축 위주로, 강북구(0.02%)는 미아동 역세권 위주로, 성동구(0.01%)는 행당·응봉동 위주로 상승했다. 또 관악구(0.03%)는 신림·봉천동 중저가 단지 위주로, 금천구(0.02%)는 시흥동 위주로, 강서구(0.02%)는 마곡·방화동 역세권 위주로 상승세다. 고가 아파트가 몰린 강남 지역은 하락(강남구 ?0.01%)하거나 보합세를 기록한 것과 달리 전세 매물 품귀 영향으로 강북 지역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힐스테이트1차(84.37㎡)는 지난달 12일 8억6500만원에 매매 거래가 성사되면서 종전 신고가(8월20일)인 8억4500만원을 경신했다. 또 노원구 상계동 벽산아파트(75.03㎡)는 지난달 23일 6억원에 거래되면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1월 4억원에서 4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서 1억원에서 1억5000만원 오른 셈이다.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중저가 아파트 위주로 매매 수요가 늘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통상적으로 전세시장은 향후 매매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선행지표다.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될 경우 정부의 잇단 규제 대책으로 주춤하고 있는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전셋값과 매맷값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전·월세 수요자들이 대출 등을 활용해 매매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에서는 전세 물량 부족과 가격 급등으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비교적 대출 제한이 적은 중저가 아파트 매수에 나서면서 집값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중저가 아파트 매수에 나서면서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서울 외곽지역의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이 임대차2법 시행 석 달 만에 사상 처음으로 5억원을 넘어섰다. KB부동산 리브온이 발표한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은 5억804만원으로, 2013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5억원을 돌파했다. 임대차2법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은 8월 4억6876만원, 9월 4억6833만원 등으로 소폭 하락하다, 한 달 새 급등하면서 5억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전세 매물 부족에 따른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전세수요가 중저가 아파트의 매매수요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 보호법 시행과 가을 이사철 등의 영향으로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3기 신도시 청약 수요 등 전세로 유입되는 수요가 꾸준하지만, 전세 매물이 워낙 없다 보니 간혹 나오는 매물이 비싸게 거래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는 전셋값 급등에 매매 수요가 생겨나고 있어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신고가 경신도 이어지고 있다”며 “서울의 중저가 아파트 쏠림이 전국 아파트의 중위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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