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뻥뚫린 핼러윈 가면만 쓰고 활보… 종업원은 ‘턱스크’ 주방 일

김소영 기자 , 이청아 기자 , 박종민 기자

입력 2020-11-02 03:00 수정 2020-11-0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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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확산]서울시 ‘핼러윈 단속반’ 동행해보니

“여기 지금 2호선 ‘지옥철’ 같아.”

핼러윈이던 지난달 31일 오후 11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세계음식특화거리’에서 한 남성이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이태원의 이 거리는 핼러윈을 맞아 시민들이 몰려들며 출근시간대 혼잡한 지하철을 뜻하는 ‘지옥철’을 방불케 했다. 인파 속에서 발을 내디디기 어려울 정도였다. 전신을 소독하는 방역게이트를 통과해야 거리로 들어갈 수 있는데 이 게이트 앞에 줄을 선 시민만 150여 명에 달했다. 이 거리에 있는 술집들은 10곳 중 8곳꼴로 거리에 테이블을 내놓고 영업 중이었다. 이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는 이들은 거의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

○ 주방 종업원 ‘턱스크’ 적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방역당국이 모임 자제를 당부했지만 핼러윈 기간 서울 도심 주요 유흥가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동아일보는 핼러윈 당일 서울시와 각 자치구 등 합동단속반 공무원들의 서울 이태원 일대 단속에 동행했다. 또 전날인 30일 홍익대, 강남역 일대를 살펴본 결과 곳곳에 인파가 몰리면서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핼러윈을 앞두고 5월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과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는데 실제로 우려하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1일 0시 반경 단속반원들이 이태원동의 한 감성주점 안으로 들어서자 업주가 손님들을 향해 소리쳤다. “서로 떨어지세요. 마스크 쓰시고요!”

당시 주점 안에는 손님 10여 명이 스탠딩 바에 서서 2, 3명씩 짝을 지어 서로 포옹을 하거나 가까이 붙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단속반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일부 손님은 급히 비상구로 몸을 숨겼다.

단속반은 곧이어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 종업원은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있었다. 업주는 “평소에는 마스크를 잘 쓰다가 잠깐 내린 것”이라고 강하게 항의했지만 단속반은 이곳에 2주간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단속반은 이날 전자출입명부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단란주점 1곳과 전자출입명부가 설치되어 있지만 이를 쓰지 않는 일반음식점 1곳도 적발했다. 서울시는 30일과 31일 이틀간의 합동단속을 통해 총 533곳을 점검했고 이 가운데 방역수칙을 위반한 28곳을 적발해 집합금지 명령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오후 8시경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거리는 핼러윈 코스튬을 차려 입거나 페이스페인팅을 한 젊은이들로 붐볐다. 찢어진 입 모양으로 페이스페인팅을 한 한 젊은이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자신의 얼굴을 주변에 보여주며 거리를 누볐다. 입이 뚫려 있는 가면만 쓰고 마스크를 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 클럽 문 닫자 주점으로 ‘풍선 효과’

올해 핼러윈 기간에는 대형 클럽이 대부분 문을 닫으면서 감성주점이나 헌팅포차 등에 사람이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이태원을 찾은 대학생 민모 씨(19·여)도 “대학 새내기라 핼러윈 파티를 즐기고 싶었는데 코로나19가 무서워 친구랑 둘이 술을 마시러 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홍익대 인근에서는 오후 7시 반부터 한 헌팅포차 앞에 손님 3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바로 옆 실내 포장마차는 3, 4인용 테이블 약 30개가 모두 만석이었다. 이 업소는 테이블 간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테이블 간 띄어 앉기도 지켜지지 않았다. 강남역 인근도 비슷했다. 입구에 해골이 그려진 장식을 걸어둔 한 술집은 오후 6시 반부터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1단계로 완화된 영향 등으로 인해 이미 ‘위험의 불씨’가 있던 상황에서 핼러윈이라는 이벤트로 사람이 많이 몰려 위험을 부채질한 격이 됐다”며 “집단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ksy@donga.com·이청아·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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